4699만.
우리나라 인구가 아니다. 2010년 우리나라 성매매 추정 건수다. 건조한 수치 속에서 사람의 얼굴은 찾기 힘들다. 통계 속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가보자.
14만2248명.
우리나라 성매매 집결지와 알선 업소에 종사하는 성매매 여성 인구의 추정치다. 이 수치 속에서 사람의 얼굴이 흐릿하게나마 보일지 모르겠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차창 밖으로 보이던 홍등가 여성의 얼굴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에서 시들하게 탬버린을 흔들던 여성 도우미의 표정이 연상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라면, 텔레비전의 어느 선정적 프로그램에서 변조된 목소리로 넋두리하던 성매매 여성의 목소리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누구든 상관없다. 통계 속에서 그녀들은 2010년 한 해 동안 300번 넘게 낯선 이에게 몸을 내줬다.
유리방, 방석집 그리고 여인숙
은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2월 서울대 여성연구소에 용역을 줘 만든 ‘성매매 실태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실의 도움을 받았다. 700쪽이 넘는 보고서는 전국 성매매 현장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눠 샅샅이 분석했다. △이른바 ‘집창촌’을 포함한 성매매 집결지 △단란주점과 노래방 등을 아우르는 성매매 알선 가능 업소 △변종 성매매 업소 △인터넷 △해외 성매매 시장이었다. 처음 두 현장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를 통해 비교적 상세히 현황을 분석했고, 나머지 3곳에 대해서는 구매자 설문조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현황을 파악했다(상자 기사 참조).
첫째 유형인 전업형 성매매 집결지를 보면, 전국에 45곳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그림1 참조). 성매매 집결지란 흔히 사창가, 홍등가, 윤락가, 기지촌 등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연구소에서는 ‘직접적 성매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업소가 10곳 이상 모여 있는 지역’으로 정의했다. 서울의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 부산의 완월동 등이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다. 물론 성매매는 불법이다.
불법이 판을 ‘치는’ 집결지는 외부의 합법적 공간과 기묘하게 몸을 뒤섞고 있었다. 보고서를 보면, 주변 1km 반경 안에 주택가가 있는 성매매 집결지가 34곳(75.6%)이었고, 관공서가 있는 성매매 집결지도 25곳(55.6%)이었다. 심지어 주변 1km 거리 안에 학교가 있는 곳도 절반(24곳·53.3%)을 넘었다. 일부 성매매 공간은 청소년에게도 열려 있었다. 전체 45곳 가운데 청소년통행금지·제한지역이거나 내국인출입금지업소 등으로 지정되지 않은 집결지가 9곳이나 됐다.
보고서는 성매매 집결지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집결지를 구성하는 가장 주된 업종이 기준이 됐다. 먼저 이른바 ‘유리방’이 주류를 이루는 성매매 집결지가 있다. 유리방이란 업소의 전면이 유리문이어서 행인이 성매매 여성을 길에서 보고 ‘고를’ 수 있는 업소다. 전체 45개 성매매 집결지 가운데 절반 이상인 23곳에서 유리방이 주종을 이뤘다. 서울의 청량리와 미아리, 부산의 완월동이나 전주의 선미촌 등 오래된 집창촌은 대부분 여기에 속했다. 둘째는 맥·양줏집/방석집이 있다. 성매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지만 주류도 파는 장소다. 서울 동작구 이수역 근처 ‘팔팔골목’이나 광주 동구 무등로 등 9개 집결지에서 흔히 보인다. 셋째로는 여관·여인숙이 있다. 등록되거나 등록되지 않은 숙박업소에서 직접 호객 행위를 하는 식으로 여성의 몸을 내다파는 유형이다. 대구 중구 북성로1가나 충북 제천의 여인숙 골목 등 7개 집결지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다. 그 밖에 미군기지 주변에 형성된 기지촌이 있다. 경기도 평택과 동두천 등 6곳에 있다.
집결지 여성 하루 4.92명 남성과 거래
전국 45곳 집결지에는 모두 4917명의 성매매 여성이 일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집결지마다 평균 109.3명의 성매매 여성이 있었고, 유형별로는 기지촌(한 집결지 평균 142.7명), 유리방(126명), 맥·양줏집/방석집(88.8명), 여관·여인숙(51.9명) 순으로 성매매 여성이 분포했다. 성매매가 ‘집결’한 공간에서 외국인 여성은 드물었다. 기지촌을 제외한 39개 집결지에서 몸을 파는 여성 4061명 가운데 외국인은 중국 국적의 여성 2명뿐이었다. 반면 6곳 기지촌에서는 전체 여성 856명 가운데 외국 여성이 다수(659명·77%)를 차지했다. 이들 가운데 절대다수(651명·99.8%)가 필리핀 여성이었다.
집결지가 살아남으려면 남성 ‘고객’이 필요하다. 집결지 성매매 여성은 하루 평균 4.92명의 남성과 ‘거래’를 했다. 집결지 유형마다 여성 1명이 거래한 남성 수도 제각각이었다. 유리방(6.1명), 여관·여인숙(5.7명), 맥·양줏집/방석집(3.6명), 기지촌(1.86명) 순이었다. 한 건의 ‘거래’에 대한 보상도 달랐다. 기지촌(12만6천원), 맥·양줏집/방석집(8만4천원), 유리방(7만원), 여관·여인숙(2만9천원) 순이었다. 평균 거래액은 7만2천원이었다.
업주와 성매매 여성 사이의 수입 배분 실태도 조사했다. 전체 45개 집결지 가운데 21곳은 업주 몫이 여성보다 컸고, 반대로 나머지 3곳에서는 성매매 여성이 챙기는 지분이 더 컸다. 업주와 여성의 몫이 비슷하다는 집결지도 17곳이었고, 나머지 4곳은 파악이 불가능했다. 보고서에서는 “현실적으로 (성매매 여성이 선불금을 받으면서 생기는) 채무와 변칙적으로 부과되는 각종 경비, 대금, 범칙금 등이 여성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공식적으로 이런 분배 비율이 적용되더라도 그 수익이 온전히 여성들에게 주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매매 집결지가 전 국토에 군데군데 섬처럼 떠 있다면, 성매매 알선 가능 업소는 온 나라의 방방곡곡에 스며들어 있다. 간판은 흔히 노래방이나 미용실 등 합법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적잖은 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다. 보고서는 합법적 영업행위의 이면에서 일부 성매매 알선을 하는 업종을 크게 7개로 나눠 제시했다(표1 참조). 이 업종에 속하는 성매매 여성 인구는 13만7331명으로, 성매매 집결지에 묶인 성매매 여성(4917명)의 30배에 가깝게 많다. 멀리 있는 집창촌보다 실제론 가까운 동네 골목에 훨씬 더 많은 성매매 여성이 ‘잠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단란주점 등을 포함하는 일반유흥주점 가운데는 10곳 가운데 5곳 이상(56.5%)에서 여성의 몸을 팔았다. 그다음 나이트클럽 등 무도유흥주점(53.8%), 마사지업소(46.4%), 다방 등 비알콜음료점(35.3%), 노래방(20.1%) 순으로 성매매 알선 비율이 높았다. 이용업소 가운데는 12곳 가운데 1곳 정도(8.2%)만 성매매를 알선해, 그나마 가장 ‘건전한’ 업종인 것으로 풀이됐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업소만을 대상으로 집계하면, 업소당 성매매 여성 수는 일반유흥주점(4.38명)이 가장 많았고, 이용업(1.57명)이 가장 적었다. 업종별 성 구매자 수는 마사지업이 하루 5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일반유흥주점(3.4명), 기타 미용 관련 서비스업(3.3명), 이용업(2.5명), 노래방(2.4명) 등의 순이었다. 성적 서비스 구매 비용은 무도유흥주점(19만2천 원), 일반유흥주점(16만9천 원), 노래방(16만1천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은 15만1천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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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성매매 121만 건
보고서는 이른바 ‘변종형 업소’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를 비롯해, 그 밖에 인터넷 및 해외 성매매 등에 대한 추계도 담았다. 이를 보면 키스방·대딸방·화상방 등 전통적 성매매 알선 가능 업소 범주에 속하지 않는 변종 성매매 업소에서는 2010년 한 해 166만 건의 성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됐다. 또 온라인 채팅이나 성매매 알선 누리집을 통해 이뤄지는 성매매 건수는 121만 건, 해외 성매매 거래 건수는 94만 건으로 추정됐다. 이렇게 4천만 건이 넘는 성매매 건수는 전국 곳곳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표2 참조).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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