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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가득 찬 중환자 병상 12개, 선택의 시간 [코로나 병동 ②]

인공호흡기와 에크모 단 코로나19 최중증 환자의 벼랑끝에서 의료진은 매순간 고민한다

제1345호
등록 : 2021-01-02 23:17 수정 : 2021-01-0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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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26일 밤 10시,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 1층에서 간호사들이 상태가 다소 호전된 코로나19 환자를 2층으로 옮기려고 부축하고 있다. 가장 상태가 중한 환자들이 있는 1층 병상은 다른 위중한 환자로 곧 채워졌다.

매일 1천명 안팎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유행 중에 가장 위태롭다. <한겨레21>은 2020년 12월25일 아침 7시부터 12월27일 아침 7시까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머물면서 코로나19와 관련된 48시간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 병원에는 코로나19 중환자가 가장 많이 입원 중(50~60명)이다. 

코로나19 최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음압격리병동’(모듈형 병동)과 본관 코로나19 병동, 병상을 배정하는 ‘수도권 코로나19 공동대응상황실’, 축소된 ‘외상센터’와 ‘일반병동’,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를 치르는 ‘장례식장’ 모습을 전한다. 코로나19가 번진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이 긴 시간, 있는 그대로 모습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모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의료 대응의 최전선은 절박했다. 그릇된 정보와 왜곡된 논란, 증폭된 공포 탓에 그나마 의료 자원이 허튼 데 쓰일까 애태웠다. 효율적이지 못해 환자를 잃을까봐 두려웠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선택으로 내몰릴까 괴로웠다. 자택과 요양병원에서 숨지는 코로나19 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위중증환자가 늘고 사망자 증가폭이 가팔라졌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선 국립중앙의료원, 또한 우리 모두의 48시간을 전한다. 취재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도움을 받아 방역지침을 지키며 진행했다.
* [코로나 병동 48시간 ①] “오늘, 숨 막힌다” 간호사가 혼잣말했다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756.html

#2. 병상 확보 빨리, 많이
2020년 12월25일 오전 10시30분 본관 신관 7층 코로나19 격리 병실에서 70대 남성이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격리실 마지막 문 앞에서 그는 조심스럽게 하얀 비닐 덧신에서 빠져나왔다. 먼저 왼발, 그다음엔 오른발. 파란 비닐가운도, 하얀 비닐장갑도 차례로 벗었다. 그러고는 간호사실 옆 세면실에서 손을 씻었다. “물약은 하루 세 번 드시고, 외래 오실 필요는 없어요. 기침 심하게 나거나 열나면 보건소에 전화하시고요. 사람 많은 장소 가지 마시고요.” 간호사가 퇴원 설명을 마치자마자, 그는 검은 배낭을 건네받고는 서둘러 떠났다. “아이고, 수고 많으십니다.” “잘 치료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뒤돌아보진 않았다.

그는 고령이지만, 무증상 환자였다. 간호사는 “11일 만에 퇴원하는 환자는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병동에서는 입원 13일째인 86살 여성, 입원 18일째인 70살 남성 등 모두 3명이 퇴원했다.

2020년 12월25일 오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간호사가 퇴원하는 코로나19 환자에게 퇴원 뒤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무증상 환자인 그는 입원 11일 만에 퇴원하는 드문 사례다.

모자란 병상, 10일 지나 증상 없으면 퇴원
10월 중순부터 국립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 환자 퇴원(격리 해제) 요건에서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항목을 뺐다. 감염력이 사라졌는데도 ‘양성’이 나와서 몇 달 동안 병상을 차지하는 환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다만 “발열, 기침 등 증상이 생긴 뒤 10일이 지나서도 증상이 없는 환자에 한해서만 퇴원이 가능하다”(전재현 음압격리병동 운영실장·감염내과 전문의).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의 퇴원 기준도 같다.

또한 환자 상태 변화에 따라 음압격리병동 1층과 2층, 본관 사이를 수시로 이동시킨다. 집중치료는 빠르고 짧게. 병상 회전율을 높이려는 선택이다. 그 결과, 중환자 재원 일수가 20~24일(8월)에서 7~10일(12월)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아직은 몇몇 병원의 실험과 용기에 불과하다. 전국 병원의 코로나19 중환자 평균 재원 기간은 21~28일이다.

오전 11시 권덕철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 이튿날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다. 음압격리병동과 공동대응상황실을 둘러봤다. 오후엔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원장실에 둘러앉았다. “지금 가장 큰 문제가 암환자, 정신질환자, 요양병원의 고령 와상 환자 등이에요. 병원들이 안 받으려고 해서 병상 배정이 오래 걸려요.”(공인식 중앙사고수습본부 수도권 현장대응팀장) 국립중앙의료원은 병원 건너편 미국 공병단 부지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2021년 1월 중에 고위험군인 경증환자 등을 치료할 임시병상 120개를 마련할 계획이다. 세부 논의가 오갔다. “당뇨, 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60살 이상 고위험군 환자를 여기서 볼 수 있을 겁니다. 간호사 인력은 정부에서 책임져주세요.”(정기현 원장)

의료진 없는 병상은 침대에 불과하다. 특히 중환자 병상에는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가 필수다. 3교대까지 고려하면 위중증환자 병상 1개당 간호사는 일반 병상의 10배가량 더 필요하다. 정부가 매일 발표하는 ‘병상 현황’ 자료에서 병상 수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 병상이 있어도 환자를 돌볼 의료진이나 장비가 부족한 탓이다. ‘병상이 있다’고 신고해놓고도, 치매·정신질환 환자 등 돌보기 힘든 중환자 치료를 거부하는 병원도 있다.

정부 명령으로 조금 늘어난 중증환자 전담병상
정부가 코로나19 중증환자용이라고 못박아두는 수도권 지역 ‘중증환자 전담병상’은 159개(12월17일)에서 239개(12월25일)까지 늘었다(위 그래프). 최근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에 허가 병상의 1% 이상을 전담병상으로 내놓으라고 정부가 명령을 내린 덕분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자원 동원이다. 병원도 크게 손해 보진 않는다. 정부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전담병상에 대해서는 병상당 평균 하루 수입을 10배 가산해 보상해준다. 당근(보상)과 채찍(동원명령)을 동시에 쓰는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25일 기준 서울의 중증환자 전담병상 중 당장 입원 가능한 병상은 13개뿐이다. 인천은 1개다. 병상 확보 속도가 환자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때꾼해진 공인식 팀장은 “11월 말부터 요양병원 등을 파고들어 고령층 확진자 비중이 30%보다 올라가는 양상”을 걱정했다. 고령 환자가 늘어나면, 중환자 병상도 더 필요하다.

12월25일 밤늦게까지도 상황실 불은 꺼질 줄을 몰랐다.

12월25일 국립중앙의료원 본관 7층,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한 격리병실 안쪽 모습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비치고 있다. 이날 퇴원한 환자들이 있어 빈 병상도 눈에 띈다. 이곳에는 음압격리병동 환자보다 증세가 심하지 않은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

#3. 가혹하지만, 필요한 선택
밤 10시30분 음압격리병동 1층 공기가 팽팽해진다. 조금씩 빨라지던 간호사들 걸음은 이내 달음박질이 된다. 1번 구역 바깥쪽 병상에 간호사 3명이 달라붙는다. 환자를 깨운다. 각종 기기와 환자의 몸을 이은 선을 뗀다. 이동 침대로 옮겨진 환자는 건너편 문으로 사라진다.

초콜릿이라도 입에 밀어넣어야…
30분 전. “병상이 꽉 차 있어서 새로 들어올 분은 없지 않을까요?” 교대 시간이 다가올 즈음, 한 간호사가 슬쩍 말했다. 설명이나 예측이라기보다, 바람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닝 근무(오후 3시~밤 11시)만은 탈 없이 끝나길 바랐을 터다. 병동은 밤 10시부터 북적인다.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한 시간 이르다. “쌤, 이거라도 먹고 해.” 끼니를 기약할 수 없기에 서로의 입에 급하게 초콜릿을 넣는다.

1층 병상 12개, 2층 병상 16개. 한 자리 한 자리 의미는 각별하다. 전국 코로나19 위중증환자 311명(12월25일 0시 기준) 가운데서도 가장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이 1층에 누워 있다. 에크모, 투석치료기인 CRRT 같은 기기를 주렁주렁 달았다. 대개 의식이 없다. 삽관을 견디기 힘들므로 입원 초기에는 잠자는 약을 함께 투입한다. 콧줄을 끼워 유동식으로 식사를 대신한다. 인공호흡 치료가 기저질환을 악화할 수 있어 수시로 점검한다. 이보다 덜하다지만 2층에 머무는 환자의 상태 역시 만만치 않다. “다른 병원이라면 중환자실 가고도 남을 분들, 언제든 인공호흡기 달아도 이상하지 않은 분들”(전재현 실장)이다. 정신질환, 치매 등 추가 돌봄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이렇게 정말 ‘힘든’ 중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은 많지 않다. 그러니까 이곳 음압격리병동은 코로나19 위중증환자의 벼랑 끝이다. 환자 급증과 병상 부족과 각 병원의 사정이 벼랑을 만들어냈다. 벼랑에서 의료진은 매일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를테면, 1층 최중증 병상 열두 자리에 누구를 눕힐 것인가.

이날 저녁 2층에서 위중한 환자가 생겼다. 아침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급격히 악화했다. 1층 병상은 이미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그를 위해 1층 누군가 자리를 비워야 한다. 그나마 증상이 나은 환자를 2층으로 올려보낸다. “올라가시는 분도 상태가 좋은 분은 아니신데….” 종종걸음을 치던 간호사가 말끝을 흐린다. 병상이 없다. 방법이 없다.

2020년 12월26일, 코로나19 최중증환자를 치료하는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에서 병실 안의 간호사가 필요한 물품을 적은 메모를 병실 밖 간호사에게 보여주고 있다. 격리된 병실 안과 밖의 소통은 무전기, 메신저, 유리창 메모 등을 통해 이뤄진다.

무전기 속 외침 “앰부 넣어주세요”
새로 올, 더 급한 환자를 위해 1층 빈 병상을 정돈한다. 침대를 감싼 천을 걷어내고, 간호사 한 명이 소독 티슈를 스무 장쯤 뽑아서 앙상한 파란색 매트와 의료기기와 각종 선을 박박 닦는다. 병실 바깥에 있는 간호사들은 무전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병실 유리창에 붙어 필요할 법한 물건이 있는지 훑는다. 안쪽 간호사가 왼손을 오므렸다 편다. 이윽고 무전기에 대고 외친다. “앰부(수동식 인공호흡기), 비피커프(혈압계)도 넣어주세요.” 바깥쪽 간호사는 다시 뛴다. “비피커프 어딨어요?” 병실 안과 밖 사이에 물건을 넣어 전달하는 통로인 ‘패스 박스’에 약과 물품을 넣는다. 다시 유리창에 달라붙는다.

병실 안과 밖의 소통은 중요하다. 병실 안 간호사가 환자를 치료하며 필요한 것들을 알린다. 바깥 간호사들은 전산으로 의사에게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기록하고, 처방과 약을 받아 안으로 건넨다. 병실과 복도를 차단해놓은 음압병동에서 무전기, 메신저, 창문(몸짓과 종이에 적은 글씨)을 소통에 쓴다. 이 예민한 상황, 집중을 가장 덜 흐트러뜨릴, 그러면서도 가장 빨리 뜻을 전할 도구를 고른다.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밤 11시 2층에서 내려온 환자가 실려 들어온다. 환자복 사이로 보이는 배가 가늘고 빠르게 떨린다. 인공호흡기를 다는 동안 뱃가죽은 크게 부풀고 크게 수축한다. 숨 쉬기 위해 환자도 필사적이다. 1시간가량 처치가 끝난 뒤에야 호흡은 진정된다. 그렇게 이 환자는 최중증환자를 돌보는 1층 열두 자리 가운데 한 자리에 누웠다.

자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겼다. 매일 그러하므로, 별일은 아니다. 퇴근하는 간호사들은 괜히 몇 마디 덧댄다. 특별한 날이니까. “이렇게 불타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네요.”

글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 [코로나 병동 48시간 ③] 유리창 너머 단 5분 면회 "여보, 기다릴 거야" 기사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758.html

*표지이야기-국립중앙의료원 48시간 르포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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