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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목엔 파스 두 장 그래도 무전기 들고 뛴다 [코로나 병동 ④]

중환자 병동을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간호사들의 헌신…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제1345호
등록 : 2021-01-02 23:31 수정 : 2021-01-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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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교대로 방금 음압격리병동 병실로 들어온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매일 1천명 안팎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유행 중에 가장 위태롭다. <한겨레21>은 2020년 12월25일 아침 7시부터 12월27일 아침 7시까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머물면서 코로나19와 관련된 48시간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 병원에는 코로나19 중환자가 가장 많이 입원 중(50~60명)이다. 

코로나19 최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음압격리병동’(모듈형 병동)과 본관 코로나19 병동, 병상을 배정하는 ‘수도권 코로나19 공동대응상황실’, 축소된 ‘외상센터’와 ‘일반병동’,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를 치르는 ‘장례식장’ 모습을 전한다. 코로나19가 번진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이 긴 시간, 있는 그대로 모습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모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의료 대응의 최전선은 절박했다. 그릇된 정보와 왜곡된 논란, 증폭된 공포 탓에 그나마 의료 자원이 허튼 데 쓰일까 애태웠다. 효율적이지 못해 환자를 잃을까봐 두려웠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선택으로 내몰릴까 괴로웠다. 자택과 요양병원에서 숨지는 코로나19 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위중증환자가 늘고 사망자 증가폭이 가팔라졌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선 국립중앙의료원, 또한 우리 모두의 48시간을 전한다. 취재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도움을 받아 방역지침을 지키며 진행했다.

*[코로나 병동 48시간 ③] 유리창 너머 단 5분 면회 “여보, 기다릴 거야”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758.html

#6. 소진되는 의료진
2020년 12월26일 밤 9시 “준형 쌤은 동기인 저한테도 힘든 티를 별로 내지 않아요. 근데 보셨죠? 오늘 목에 파스 두 장을 붙이고 왔더라고요.” 음압격리병동 1층, 병실에서 나와 땀에 젖은 채, 이승연 간호사는 동료 걱정부터 한다. 몇 분 앞서 병실에서 나온 조준형 간호사는 다시 무전기를 쥐고 복도로 뛰어나갔다. 2층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 또 1층 환자와 자리를 맞바꾸기로 했다.

두 간호사는 2017년 국립중앙의료원에 들어왔다. 원래 내과 중환자실에서 일했다. 중환자실 경력이 있는 간호사는 귀하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래서 더 혹독하게 일한다. “준형 쌤은 8시간 근무 중에 7시간을 병실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보통 2시간씩 근무하고 나오는데, 다시 응급상황이 벌어진 거예요. 자기밖에 들어갈 사람이 없으니까 서너 번을 들어갔다 나온 거예요.”(이 간호사)

“힘든 얘기 시작하면 울 것 같다”고 말하는 이 간호사 눈에 눈물이 벌써 가득 찼다. “원래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은데 요즘은 집에 가서도 많이 울어요.” 울음에 담긴 게 고단함 같기도, 억울함 같기도, 미안함 같기도 하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아수라장 속에 1년을 버텼다. 아직 더 가야 한다.

새로 뽑은 간호사 아홉이 그만둬
고단하다. 116명 간호사가 음압격리병동에서 일한다. 본관 코로나 병동까지 합치면 총 249명이다. 감염내과 의사도 겨우 4명뿐이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10월에 간호사 118명(경력직 64명 포함)을 새로 뽑았다. 경력직이라도 새 병원 시스템에 적응하려면 시간과 교육이 필요하다. “인공호흡기 모델도 천차만별이고, 여기만 해도 여섯 종류를 써요. 못 써본 기기는 다룰 수 없어요. 어떤 치료를 했는지 기록하는 전산 작업도 병원마다 다르고 복잡해요.”(조 간호사)

원래 있던 간호사들은 환자뿐 아니라 동료 교육까지 맡아야 한다. 그나마 “경력직 간호사들이 점점 적응하고 있어 사정이 좀 나아질 것 같다.”(이 간호사) 견뎌만 준다면. 새로 뽑은 간호사 가운데 벌써 9명이 그만뒀다.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에도 고된 환경과 처우 탓에 초반에 많이 떠났다. 두 사람은 남았다. 코로나19가 터졌다. 몇 남지 않은 ‘허리’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로 책임과 일이 몰렸다.

억울하기도 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파견직 간호사를 보낸다. 잠깐 파견된 거라 병원 전산을 열어줄 수도 없고, 업무 지시도 조심스럽다. 12월25일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코로나19 전담병원 간호사의 글이 올라왔다. 중수본 파견 간호사에게만 월 700만~900만원을 지급하는 불공평을 호소했다. 1년 가까이 일한 이승연 간호사가 받은 ‘코로나19 수당’은 전부 합쳐 250만원 남짓이다. 다른 공공병원에는 수당조차 받지 못한 간호사들도 있다.

음압격리병동 간호사들이 교대 근무를 하려고 보호복과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감염 우려로 입속 호스 못 뽑은 채 주검 보내기도
고단하고 억울해도 음압병동을 떠날 수 없다. “그만둘 거라고 매일 밤 얘긴 하는데 저도, 동료들도 알아요. 어쨌든 지금까지 버텨온 사람들은 결국 계속할 거라는 걸.”(이 간호사) 책임감 때문이다. 내가 흔들리면 살릴 수 있던 환자를 눈앞에서 놓친다. 동료들은 두 배로 힘들어진다.

또한 죄책감 때문이다. 중환자실에서 적잖게 죽음을 봤지만, 지금의 죽음은 다르다. 갑작스럽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계신 분들을 재우다가 잠시 상태를 확인하려고 깨우는 때가 있어요. 힘들어하시면 ‘지금 잘하고 계세요. 괜찮아요’ 이야기해요. 그랬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시면… 나이팅게일 선서가 ‘헌신하겠다’는 말로 끝나요. 내가 좀 지쳤다고 헌신을 하지 못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만 같아요.”(조 간호사)

간호사는 숨진 환자를 씻기고, 가족이 원하는 물품을 주검 담는 비닐백에 넣는 일도 한다. 음압병실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의료진뿐이니까. 코로나19 유행 초반에는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입에 넣은 관(호스)을 뽑지도 못한 채 환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 잔상은 오래 남았다.

밤 9시30분 조준형 간호사는 다시 음압병실로 들어갔다. 1층에 새로 내려온 환자를 의사 곁에서 돌본다.

#7.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27일 새벽. 시곗바늘이 3시30분을 막 지나고 있다. 공동대응상황실 문틈으로 환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손성민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각 지자체가 배정한 환자 통계를 엑셀표에 정리 중이다. 전날 오전 9시에 출근했는데, 아직도 퇴근하지 못해 19시간 가까이 일하고 있다. ‘1% 병상 동원’ 명령과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을 자청하고 나선 평택박애병원 등 덕분에, 부족한 수도권 병상 상황에 잠시 숨통이 트였다. 아직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중증 난치병이 있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 와상·투석 환자는 여전히 병상을 배정받기 어렵다.

정부가 확보한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은 총 562개(12월30일 기준). “중환자 병상 400개는 일일 신규 확진자 1천 명 발생까지만 감당 가능”(주영수 공동대응상황실장)한 수준이다. 전담병상으로 지정하지 않은 병상을 모두 합쳐도, 아직 우리나라 중환자 병상(약 1만개)의 7% 남짓만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쓰인다(12월29일 중수본 발표). 이 와중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잔인하게도 요양병원, 장애인 거주시설, 구치소 등 취약계층이 모여 있는, 집단감염이 들불처럼 번질 장소로만 파고든다. 앞으로도 확산세가 이어지면, 지금 확보해놓은 중환자 병상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1년 가까이 중환자를 돌봐온 의료진이 지쳤다. 탈진에 가깝다.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에서 컴퓨터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간호사.

‘덕분에’라는 말로 너무 큰 빚을 졌다
새벽 4시 크리스마스 연휴가 이어지는 주말에도, 음압격리병동의 일상은 변함없다. 간호사는 여느 때처럼 환자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침대 옆에 놓인 이동식 변기를 비웠다. 48시간 전이나, 24시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코로나19와의 사투는 이어진다. 새벽 5시40분 간호사 6명이 매달려, 1층 3구역에 천장을 보고 누워 있던 환자 ㄱ씨를 엎드린 자세로 바꿔줬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왔다. 엎드리게 해야, 객담이 잘 나온다. ㄱ씨의 1층 입원 기간은 이제 16일차가 됐다. “어머, 또 전부 뽑아버렸어.” 2층 치매 환자가 의료기기와 연결된 선을 죄다 잡아 빼버리는 모습이 간호사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모니터에 잡혔다. 아침 7시 교대시간이 되어 퇴근 준비를 하던 간호사 2명이 부리나케 다시 보호복을 착용한 채, 병실로 뛰어 들어갔다. 이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까.

2020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워온 공공병원 ‘덕분에’, 의료진의 헌신 ‘덕분에’ 많은 생명을 살렸다. 하지만 “더는 어렵다”고 한다. 올겨울 중환자 병상 부족, 의료진 소진 등의 위기는 평소 공공의료를 소홀히 여긴 우리 사회가 자초한 벌이다. 이제라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루살이 정책으로는 힘들다. 더는 공공의료를 쪼그라들게 해서는 안 된다.”(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 “지금이라도 공공의료 투자를 늘려서 3년 뒤, 5년 뒤 또 다른 감염병 위기가 닥칠 때를 대비해야 한다.”(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

아침 7시46분 동이 텄다. 하루하루가 특별해서, 오히려 달라질 것 없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

글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표지이야기-국립중앙의료원 48시간 르포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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