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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유리창 너머 단 5분 면회 “여보, 기다릴 거야” [코로나 병동 ③]

확진 뒤 사망자 두 명의 장례가 치러졌다…코로나 이후 취약계층 의료공백도 심각

제1345호
등록 : 2021-01-02 23:24 수정 : 2021-01-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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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26일 오후, 손진희 장례지도사가 장례식장 앞에서 관이 운구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사망자 2명의 발인을 끝낸 뒤 소독에 나섰다.

매일 1천명 안팎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유행 중에 가장 위태롭다. <한겨레21>은 2020년 12월25일 아침 7시부터 12월27일 아침 7시까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머물면서 코로나19와 관련된 48시간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 병원에는 코로나19 중환자가 가장 많이 입원 중(50~60명)이다. 

코로나19 최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음압격리병동’(모듈형 병동)과 본관 코로나19 병동, 병상을 배정하는 ‘수도권 코로나19 공동대응상황실’, 축소된 ‘외상센터’와 ‘일반병동’,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를 치르는 ‘장례식장’ 모습을 전한다. 코로나19가 번진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이 긴 시간, 있는 그대로 모습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모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의료 대응의 최전선은 절박했다. 그릇된 정보와 왜곡된 논란, 증폭된 공포 탓에 그나마 의료 자원이 허튼 데 쓰일까 애태웠다. 효율적이지 못해 환자를 잃을까봐 두려웠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선택으로 내몰릴까 괴로웠다. 자택과 요양병원에서 숨지는 코로나19 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위중증환자가 늘고 사망자 증가폭이 가팔라졌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선 국립중앙의료원, 또한 우리 모두의 48시간을 전한다. 취재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도움을 받아 방역지침을 지키며 진행했다.
*[코로나 병동 48시간 ②] 가득 찬 병상 12개, 선택의 시간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757.html

#4.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제 가자, 엄마.” “5분 끝났겠다.”

엄마라고 불린 여성은 멈칫하더니 발걸음을 되돌려 1구역 병실 유리창 너머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면회 종료되셨어요.” 간호사 목소리가 등을 억지로 밀어냈다. 12월26일 오전 가족에게 허락된 단 5분의 면회가 끝났다.

오전 음압격리병동 1층에선 전재현 운영실장과 간호사 서너 명이 한 환자의 상태를 심각하게 살펴보고 있다. 지난밤 2층에서 1층으로 자리를 옮긴 그 환자다. 결국 환자 몸엔 투석기가 연결된다. 그는 다른 병원에 있다가 증세가 악화해 이곳으로 옮겨왔다. “숨 쉬는 것이 어려워 혈액이 산성화된 상태로 시간이 흘러 콩팥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 조기에 투석을 결정했다.” 병실을 나온 전 실장이 설명했다.

‘사망에 준해야만’ 가능한 면회
환자가 죽음의 고비에 서면, 의료진은 가족에게 연락한다. 면회는 환자가 ‘사망에 준하는 상태’일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다행히 이 환자의 상태는 조금 나아졌지만, 이미 병원에 도착한 가족을 차마 그냥 되돌려보내지는 못했다. 의료진은 꼭 5분의 면회 시간을 내줬다. ‘제한구역’이라고 쓰인 철문 안으로 들어온 가족은 유리창 너머에 누워 있는 환자를 보며 간절하게, 울먹거리며 말했다. “아빠, 힘내.” “여보, 사랑해요. 나 기다릴 거야.”

병실 바깥의 간호사가 무전기로 병동 안의 간호사에게 말한다. “환자 귀에 무전기 가져다 대주세요.” 이어 무전기를 가족에게 건넨다. “여기다 말씀해보세요. 아마 듣고 계실 거예요.” 무전기 너머 환자의 미세한 떨림이라도 놓치지 않는다. “아빠가 하고 싶은 말이 있나봐.” 가족은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아, 자꾸만 묻는다.

2020년 12월4일은 코로나19 3차 유행의 변곡점이다. 이날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80살 이상 고령 환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날짜별로 인구 10만 명당 수도권 신규 확진자 발생률을 계산해 꺾은선그래프로 표시해보면, 80살 이상 환자를 나타내는 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70대와 60대 환자 발생률도 그 뒤를 바투 쫓는다. 치명률이 높은 고령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날에는 고령 환자 발생률 그래프가 뾰족하게 치솟아요. 12월4일 전후로 패턴이 달라졌어요. 고령층 환자가 (다른 연령대 환자들과) 괴리되기 시작하죠.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지금의 방역 전략으로는 노인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얘기예요.”(주영수 코로나19 공동대응상황실장)

“12월 코로나 사망 발인만 10명 넘어”
고령층 환자 발생률이 높아지면, 중환자와 사망자도 함께 증가한다. 지금까지 9개월여 동안 코로나19 사망자는 대부분 하루 10명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12월15일 이후 일일 집계 사망자 수가 줄곧 두 자릿수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12월29일에는 하루 집계 기준으로 최다 사망자(40명)가 나왔다. 80살 이상 확진자는 10명 중 2명꼴로 숨진다.

26일 오후.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손진희 장례지도사는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유명을 달리한 두 명의 입관과 발인을 진행했다. 25일 오후 1시37분, 폐렴과 호흡부전을 앓던 70대 환자가 더 이상의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 증상이 한 달 전 호전돼 음압격리병동에서 본관 중환자실로 옮겨졌던 60대 환자는 이날 아침 6시34분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12월 들어 부쩍 늘어난 죽음을 손씨는 몸으로 실감한다. “21일엔 코로나 확진자만 4명을 발인해야 해서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이달에 발인한 코로나 사망자가 10명이 넘을 거예요.”

오후 3시30분 두 개의 관이 차례로 운구차에 실렸다. 이날 어떤 이는 죽음의 언저리에 가까이 갔다가 기적적으로 돌아왔고, 어떤 이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

2020년 12월26일 오후 서울시 북부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이동형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를 이용하기 위해 무려 1시간 가까이 달려왔다. 북부병원 등 대부분의 공공병원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거의 전담하다시피 하지만, 심뇌혈관 질환 등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볼 만큼 의료자원을 갖추지는 못했다.

#5. 공공의료와 의료 공백
띠리링~. 오후 4시44분 본관 당직실에 있는 김영훈 외상센터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MRI(자기공명영상촬영) 찍었고 뇌경색 나왔습니다. 우리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날 긴급 이송된 코로나19 환자의 상태에 대해 김 센터장이 코로나19 환자 병원 전원을 조정하는 당직의사에게 설명했다.

앞서 오후 2시께,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과 해외출국선별진료소 주변이 갑자기 삼엄해졌다. 하얀색 레벨D 보호복을 입은 대여섯 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뒷문을 연 채, 119구급차가 대기했다. 안전요원은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주변을 통제했다. 이곳에는 차량으로 이동 가능한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가 설치됐다. 코로나19 환자만을 위한 의료장비다. 보호복을 입은 구급대원의 부축을 받아 고령 남성이 CT 촬영을 마쳤다. 그는 이동형 침대에 누운 뒤 연신 쿨럭거리며 기침했다. 침대 옆에는 산소통이 달려 있었다. 구급대원은 환자를 구급차에 싣고 나서 바로 옆 건물에서 다른 검사를 받기 위해 급히 떠났다.

병실 없어 CT만 찍고 떠난 뒤에도 병원 돌고 돌아
이 환자는 서울시 북부병원에 입원했던 코로나19 확진자다. 입원 도중 침대에서 떨어져, 뇌출혈이 의심된다고 했다. 북부병원 관계자는 “병원 1층에 CT가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만을 위한 동선이 확보되지 않아 촬영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환자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북부병원에는 코로나19 환자 100명이 입원했다. 하지만 중환자 병상도 없고, CT 촬영도 불가능한 형편이다. 뇌를 다친 환자는 서울 중랑구 망우동 북부병원에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까지 구급차를 타고 1시간 가까이 달려왔다. 최종적으로 뇌경색 진단을 받았지만, 당장 국립중앙의료원 중환자실에도 빈 병상이 없었다. 그는 결국 북부병원에 돌아갔다가, 다시 다른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공공병원이 처한, 불편한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공공병원이란, 국립중앙의료원과 시·도에서 설립한 지방의료원 등을 말한다. 공공병원이 운영하는 병상은 전체 병상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민간 병상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환자 진료의 80% 이상은 공공병원이 책임진다. 한국의 인구 1천 명당 병상 수(12.4개)가 세계 2위인데도, 코로나19 병상이 부족하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모순은 여기서 시작된다. 병상의 10%(공공병상)는 대부분 가동 중인데, 90%(민간병상)는 일부만 내주고 있어서다.

서울에서 심뇌혈관 질환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공공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정도다. 전국 지방의료원 34곳 가운데 300병상 이상 규모를 갖춘 병원은 7곳뿐이다. 2021년도 예산안에 공공병원 신축 관련 예산을 빼놓아 비판받던 정부는, 최근 뒤늦게야 2025년까지 공공병상 5천여 개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공공병원의 사회적 책임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응만이 아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이용하는 환자 넷 중 한 명은 의료급여 환자, 노숙인 등 취약계층이다. 2019년 11만5407명의 의료급여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받았다. 노숙인과 행려환자 비중도 전체 환자의 1~2% 된다.

저녁 6시 의료급여 환자인 김관중(51)씨는 5층 일반 병동 6인실 병상 한쪽에서 저녁을 먹었다. 일주일 전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19년 동안 아픈 다리를 돌봐준 이 병원 의사, 간호사한테 끝까지 치료받고 싶다. 여기서 달라진 몸에 맞는 새 삶을 계획하고 싶다.

김씨 같은 의료급여 환자 39명을 포함해 모두 177명의 일반 환자가 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 가운데는 노숙인 환자 3명도 있다. ‘병원을 통째로 비우고 코로나19 진료에 전념하라’는 일부 목소리가 있음에도, 병원 쪽이 쉽게 입원 환자들을 내보내지 못하는 이유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앞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때 42일간, 코로나19 유행 초반에 62일간 일반 병실을 비운 바 있다.

공공병원 부족, 취약계층 일반 환자 갈 데 없어
“입원 환자 170여 명을 다 내보내더라도 중환자 간호인력 등을 고려하면 추가로 더 진료할 수 있는 코로나19 경증환자는 30명가량뿐이다. 비효율적인 선택이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데, 갈 데 없는 환자들을 쫓아낼 수는 없다.”(고임석 진료부원장)

코로나19로 인한 의료 공백,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취약계층의 문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0년 1월~12월27일 이 병원을 찾은 노숙인 환자는 380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777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행려환자는 고작 230명뿐이었다. 2019년 행려환자(2216명)의 10분의 1 수준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층을 가리지 않지만, 의료 공백의 피해는 어떤 계층에는 치명적이다.

글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 [코로나 병동 48시간 ④]  ‘목엔 파스 두 장 그래도 무전기 들고 뛴다’ 기사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759.html

*표지이야기-국립중앙의료원 48시간 르포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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