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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오늘, 숨 막힌다” 간호사가 혼잣말했다 [코로나 병동 ①]

크리스마스 연휴, 가장 많은 코로나19 중환자 진료 중인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록

제1345호
등록 : 2021-01-02 23:07 수정 : 2021-01-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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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중증환자에게 연결한 튜브를 살펴보고 있다.

매일 1천명 안팎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유행 중에 가장 위태롭다. <한겨레21>은 2020년 12월25일 아침 7시부터 12월27일 아침 7시까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머물면서 코로나19와 관련된 48시간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 병원에는 코로나19 중환자가 가장 많이 입원 중(50~60명)이다. 

코로나19 최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음압격리병동’(모듈형 병동)과 본관 코로나19 병동, 병상을 배정하는 ‘수도권 코로나19 공동대응상황실’, 축소된 ‘외상센터’와 ‘일반병동’,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를 치르는 ‘장례식장’ 모습을 전한다. 코로나19가 번진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이 긴 시간, 있는 그대로 모습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모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의료 대응의 최전선은 절박했다. 그릇된 정보와 왜곡된 논란, 증폭된 공포 탓에 그나마 의료 자원이 허튼 데 쓰일까 애태웠다. 효율적이지 못해 환자를 잃을까봐 두려웠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선택으로 내몰릴까 괴로웠다. 자택과 요양병원에서 숨지는 코로나19 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위중증환자가 늘고 사망자 증가폭이 가팔라졌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선 국립중앙의료원, 또한 우리 모두의 48시간을 전한다. 취재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도움을 받아 방역지침을 지키며 진행했다.

# 1. 숨 막히는 크리스마스
2020년 12월25일 아침 7시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의 하루가 시작된다.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는 아침이다.

바깥은 아직 어슴푸레하지만, 병동 안은 형광등 불빛 아래 북적인다. 밤샘 근무를 마친 간호사들이 오전 근무자와 교대하는 시간이다. “가래가 너무 안 나와서 PCR(유전자증폭) 상기도 검사 하나 못 나갔어요.” “기관절개술 뒤 본관 중환자실로 옮길 예정.” “좌하엽에 새로운 폐렴 가능성 배제 못한다고.”

교대하는 간호사들끼리 환자 정보를 서로 나눈다. 정보를 꾹꾹 눌러 담느라, 이날이 크리스마스인지도 까맣게 잊은 듯하다. 간호사실 한쪽 벽면에 걸린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반짝이는 장식을 눈여겨보는 이도 없다.

2020년 12월25일 아침 7시30분께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 1층 간호사실에서 간호사들이 근무를 교대하기 위해 환자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 오른쪽 벽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려 있다.

유리창이 가른 병실 안팎, 간호사들 무전기 소통
국립중앙의료원 주차장 한편에 자리잡은 이 병동에는 생명이 위독한 코로나19 환자 26명이 누워 있다. 1층에는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 등을 달아야 할 정도로 최중증인 환자 12명이, 2층에는 산소마스크를 쓰거나 고유량 산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 14명이 입원 중이다. 병동은 3층짜리 모듈형 조립 건물이다. 중환자 병상을 급히 확충하기 위해 2020년 10월 지어졌다.

병동 안은 겹겹의 두꺼운 문으로 밀폐됐다. 공기로 바이러스가 밖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총 4개의 문을 통과해야 들어가는 병실 안에는 코로나19 최중증환자들이 있다. 링거를 서너 개씩 매달고, 코와 입에는 몇 개의 호스를 끼고, 여러 종류의 의료기기와 연결된 채, 그들은 끊어질지 모를 생명줄을 붙잡고 누워 있다.

3번 구역 유리창 쪽에 누운 ㄱ씨가 눈을 감은 채, 깊은숨을 내쉬었다 들이마셨다 반복했다. 그는 입원 14일째다. 1층에 가장 오래 머무른 환자다. 아무리 위중해도 1층에 머무는 평균 기간은 8일 남짓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같은 병동 2층이나 본관 중환자실로 옮긴다. 더 위독한 환자를 받으려는 선택이다.

본관 뒤편 상황실에 붙은 병상 대기자 연락처들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뒀을 뿐이지만, 병실 안과 밖은 단단히 막혀 있다. “○○○ 환자 호스가 연결됐는지 확인 부탁드려요.” 병실 복도에 있는 간호사와 병실 안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사이 대화도 무전기를 통해야만 한다.

“오늘, 숨 막힌다.” 한 간호사가 혼잣말했다. 분명 병실 안팎의 공기 흐름만 막는 구조인데, 병동 1층 공기는 아래로도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12월1~2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모두 14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숨졌다. 2020년 1~10월 숨진 환자는 통틀어 18명뿐이었다. 11월에는 사망자가 없었다. 분명 의료진 탓은 아닐 텐데, 간호사들은 괴로워한다. 때론 자책한다.

이날은 국립중앙의료원 본관 뒤편 건물 2층에 있는 ‘수도권 코로나19 공동대응상황실’의 공기도 아침부터 뒤숭숭했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하룻밤 새 288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해, 사상 최대 일일 신규 확진자가 나올 것이 예견된 탓이다. 이미 병상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진 터다. 12월17일에는 하루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린 확진자가 595명에 이르렀다. 19일에는 수도권에서 중환자가 당장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3개밖에 남지 않았다. 상황실에서는 각 지자체와 병원, 보건소, 확진자를 연결하며 병상 배정을 조정한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과 공중보건의 등 60여 명이 일한다. 다급한 순서를 잊을까 싶어, 상황실 곳곳에는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명단과 연락처 등이 붙어 있다.

오전 9시30분 질병관리청이 보낸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카카오톡 메시지가 날아왔다. 2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1241명. 국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된 이후, 최대 숫자다. 12월 들어, 일일 신규 확진자도, 60대 이상 고령 환자 비중도, 위중증환자도, 사망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아래 그래프).

경고 무시한 정부 탓하기도 부족한 시간
코로나19와의 싸움에는 두 겹의 방어막이 쳐져 있다. 1차 저지선에서는 빠른 진단(Testing)과 역학조사(Tracing)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 2차 저지선은 든든한 치료(Treating)다. 그런데 방역망이 뚫려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 2차 저지선인 의료체계도 휘청인다. 의료진과 병상 등의 자원이 부족하면, 유럽처럼 의료체계가 붕괴할 위험도 있다. 그러면 사망자가 늘어난다. ‘일상’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잃는다.

“올겨울이 가장 위험하니 미리 중환자 병상 등 의료적인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했지만, 정부가 뒤늦게 이제야 나섰기 때문”(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서울시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전문의)이지만, 누구를 탓하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글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 [코로나 병동 48시간 ②]  ‘가득 찬 병상 12개, 선택의 시간’ 기사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757.html

*표지이야기-국립중앙의료원 48시간 르포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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