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뉴닉 인턴기①] 뉴닉이 독자로 설정한 그녀는?

정은주 편집장이 발견한 뉴닉의 새로운 점

제1329호
등록 : 2020-09-04 21:30 수정 : 2020-09-09 10:26

크게 작게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은 시사 뉴스레터 ‘뉴닉’의 캐릭터 고슴이가 2019년 8월11일 서울 중구 소공동에서 돌잔치를 열었다. 100명이 참석할 수 있는 행사에 2100명이 몰렸다. 뉴닉 제공

‘밀레니얼 세대를 세상과 연결한다’는 미션을 품고 2018년 12월에 탄생한 뉴닉(NEWNEEK). 2년 만에 2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성공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미디어 스타트업 선두 주자가 궁금했다. ‘그래, 직접 물어보자. 곁에서 배워보자.’ 정은주 편집장이 8월18일부터 26일까지 휴일을 제외한 7일 동안 뉴닉에서 인턴 에디터 ‘쭈’로 일했다. 인턴 생활에서 발견한 기성 언론과 뉴닉의 차이점을 짚어본다. _편집자주

미디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뉴닉은 국내외 시사정치 뉴스를 친근한 대화체로 풀어주는 레터를 아침마다 보낸다. 월·수·금요일에는 그날 점심 자리에서 대화 소재가 될 만한 뉴스 세 가지를 골라 소개하고, 화·목요일엔 하나의 분야 또는 주제를 심층 정리해준다.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립한 지 2년 만에 뉴닉의 구독자 수는 22만 명을 넘겼다. 뉴닉 구독자를 일컫는 ‘뉴니커’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다.

20~30대의 지지를 받으며 급성장하는 뉴미디어의 속살이 나는 궁금했다. 기성 언론은 종이 중심의 뉴스 생산 시스템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앞다퉈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는데, 뉴닉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비법을 어깨너머라도 배우고 싶어 인턴 에디터를 제안하는 전자우편을 뉴닉에 보냈다. “뉴미디어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올드미디어의 한계와 대안을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뉴닉과 <한겨레21>이) 다른 시각을 접하면서 서로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뉴닉은 “재밌는 기획”이라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일주일간 뉴스 콘텐츠 생산 과정은 물론 모든 회의와 구성원 간 메신저 대화 등을 공개했다.

뉴니커 입장에서 쓴다

인턴 이틀째인 8월19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전월세 전환율(월차임 전환율)이 4.0%에서 2.5%로 내려간다는 뉴스를 핵심 내용만 간추려 썼다. 편집자 이소연(또니)이 고개를 갸웃하며 뉴니커에게 이 뉴스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회초년생인 뉴니커는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일 거예요. 그 뉴니커의 감정에 공감하며 뉴스를 풀어내야 해요.”

뉴닉은 초기부터 ‘바쁘지만 세상이 궁금한 밀레니얼 세대’를 핵심 독자층으로 설정했다. 구독자가 크게 늘어나 지금은 독자층이 훨씬 넓어졌지만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뉴니커 수십 명을 심층 인터뷰해 그들의 보편적 특징을 지닌 ‘민지씨’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었다. 의사 결정을 할 때마다 뉴닉 구성원들은 “민지씨가 좋아할까, 민지씨가 원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밀레니얼 세대가 뉴닉의 핵심 독자층이 된 것은 이들이 기성 뉴스에 품는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상을 알고 싶지만 여러 장벽을 느껴 뉴스를 멀리해왔다. 구체적인 이유를 짚어보면 이렇다. 첫째, 시간이 없는데 뉴스가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둘째, 뉴스의 어투와 문법이 딱딱해서 재미가 없다. 또 이전의 맥락을 모르니까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렵다. 셋째, 디지털 환경이 광고나 기성세대의 공격적인 댓글로 뒤덮여 다가가고 싶지 않다.

밀레니얼 세대가 뉴스를 읽지 않는 이유를 분석한 뉴닉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뉴스 큐레이션(추천)과 간결한 문장으로 읽는 시간을 줄이고, 대화체로 구성해 재미를 더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의 언어를 사용했다.

“기성 언론은 알아야 하는 것만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알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그 기준으로 뉴닉은 뉴스를 고르고 라이프스타일(생활방식)과 문법, 감수성에 맞게 빠르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대표 킴은 뉴닉 콘텐츠의 특징과 더불어 역할도 설명했다. “뉴닉은 기성 언론과 경쟁 관계에 있는 게 아니라, 뉴스에서 멀어진 밀레니얼 세대가 세상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징검다리,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한다.”

오류 정정은 빨리, 피드백은 소중히

기성 언론은 정정 보도를 꺼린다. 신뢰도가 떨어져 광고나 구독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뉴닉은 정정 보도나 사과에 적극적이다. 잘못했다면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구독자의 신뢰를 오히려 얻는 길이라고 판단한다. 오류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인지하면 최대한 빨리 구독자에게 알린다.

인턴 생활을 하는 동안 뉴닉은 정정 보도와 대표 킴의 편지를 한 차례씩 내보냈다. 8월19일 레터에서 ‘전광훈 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집회에 나갔다’고 잘못 전달해, 20일 레터에 ‘바로잡습니다’를 내보냈다. 전 목사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자가 격리 중인 15일 집회에 나갔지만 확진 판정은 이틀 후인 17일에 받았다. 대표 킴의 편지는 28일 레터에 있었는데, 광고 콘텐츠 표기 방식에 대한 구독자의 비판적인 피드백에 대한 설명이었다. 뉴닉은 9월에 광고 콘텐츠와 표기 기준을 만들어 공개한다고 밝혔다.

뉴닉에는 날마다 1천 건 이상의 구독자 피드백이 들어온다. 대부분 사려 깊고 구체적이라 뉴닉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뉴닉은 피드백 요청 문구를 수시로 바꾸고 정성스럽게 써서 더 많은 피드백을 받으려 노력한다. ‘피드백을 읽으며 감동도 받고, 신발끈도 더 꽉 매보고 한답니다. 오늘은 저번보다 조금 더 간단한 설문을 준비했으니 잠깐만 시간 내어 답해주시겠어요?’

구독자의 피드백으로 뉴닉이 바꾼 것들은 어떤 것일까. 우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여성 용어 가이드’를 제작했다. 기성 언론처럼 할머니라는 표현을 뉴닉이 썼더니 여성은 할머니고 남성은 선생님·운동가라는 표현을 써주냐는 피드백이 많이 들어왔다. 뉴닉은 사과문을 올리고 ‘인권운동가’로 정정했다.

초창기에 있던 에디터 코멘트를 뺀 것도 피드백의 영향이다. 구독자는 “스스로 생각하고 싶다”며 코멘트를 넣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뉴닉은 독자가 판단할 권리를 존중한다는 기사 작성 원칙을 추가했다. 또 대립하는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광고에서도 피드백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광고주 선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뉴닉이 구독자 설문조사를 진행하자 2천 건의 피드백이 쏟아졌다. 광고 콘텐츠를 레터에 실은 뒤 “뉴닉의 이미지가 깎이지 않았는지, 파트너 기업의 브랜드가 같이 올라갔는지” 등도 꼼꼼히 묻는다. 그렇게 피드백을 경청한 뒤에야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다. 파트너십을 맡은 에디터 송수아(쏭)는 “뉴니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을 파트너로 선택하고, 소수자를 혐오하는 등 뉴닉의 가치에 반하는 곳은 제외하고 있다. 파트너십을 요청하는 기업이 10곳이면 1곳 정도만 이 기준을 통과한다”고 설명했다. 그린피스,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YES24 등이 그런 사례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한겨레21 정은주 편집장의 ‘뉴닉’ 인턴기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한겨레21>과 함께해주세요
<한겨레21>은 후원자와 구독자 여러분의 힘으로 제작됩니다. 광고 수입이 급감하면서 저널리즘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재정만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더 나은 사회를 제안하는 심층 보도를 이끕니다. <한겨레21>의 가치와 미래에 투자할 후원자를 기다립니다.
문의
한겨레21 출판마케팅부 (02-710-0543)
후원
https://cnspay.hani.co.kr/h21/support.hani
구독 신청
http://bit.ly/1HZ0DmD 전화신청(월납 가능) 1566-9595

이어진 기사

표지이야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