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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뉴닉 인턴기②] 편집장은 없다…기사는 집단지성의 산물

정은주 편집장이 발견한 뉴닉의 새로운 점

제1329호
등록 : 2020-09-04 21:34 수정 : 2020-09-0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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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편집장은 8월18일부터 26일까지 휴일을 제외한 7일 동안 뉴닉에서 인턴 에디터 ‘쭈’로 일했다. 8월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뉴닉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박승화 기자

‘밀레니얼 세대를 세상과 연결한다’는 미션을 품고 2018년 12월에 탄생한 뉴닉(NEWNEEK). 2년 만에 2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성공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미디어 스타트업 선두 주자가 궁금했다. ‘그래, 직접 물어보자. 곁에서 배워보자.’ 정은주 편집장이 8월18일부터 26일까지 휴일을 제외한 7일 동안 뉴닉에서 인턴 에디터 ‘쭈’로 일했다. 인턴 생활에서 발견한 기성 언론과 뉴닉의 차이점을 짚어본다. _편집자주

술술 읽히고 유머가 있어야 한다

기사 쓰기의 첫걸음은 핵심 메시지를 정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좁혀서 구체적인 언어로 명료하게 적는다는 게 원칙이다. 예를 들어 ‘전월세 전환율이 어떻게 달라지나’보다는 ‘민지씨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걸 걱정하지 않도록’이라고 핵심 메시지를 정한다. 전달할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니까 기사의 첫 문장이 바뀌었다. 나는 “뭉칫돈이 없어서 전세에서 월세로 돌릴 때 내야 하는 월세가 줄어들었어요. 전월세 전환율 산정 숫자가 뚝 떨어져서 그래요”라고 기사를 열었는데, 에디터 또니가 이렇게 바꿨다. “전세로 살던 뉴니커, 요즘에 임대차 3법이며 부동산 정책이며 나오면서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릴까봐 걱정했다면? 이제 한시름 덜어도 좋겠어요.”

글 구성은 이슈 내용을 요약하고 그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고 현재 상황을 짚어주는 게 기본이다. 국외 사례도 가능하면 넣는다. 질문응답 형식이면 더욱 좋다. 그 구성을 따르다보면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이야기하기)이 된다. 한자어를 피하고 입말에 가까운 친숙한 표현으로 주로 쓴다. 어미는 “~죠” “~습니다” 대신 “~예요” “~고요” “~라고”를 고른다. 무거운 이슈를 무겁지 않게 보이도록 유머와 위트를 잘 섞는 것도 중요하다. 도입부나 제목에 이런 시도를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음원 차트 논란으로 스트리밍 음원 사이트가 시끄럽다’는 뉴스를 전할 때, 멜론·벅스·지니 등 업체 이름을 번역해 ‘베일에 싸인 메론·곤충·요정 이야기’라고 제목을 단다. ‘이란에서 휘발유 가격이 뛰어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기사를 쓸 때는 한 글자를 바꿔 ‘세상에 이란 일이’라고 말장난을 친다.

용어 설명은 이런 것까지 쓰나 싶을 만큼 세세하다. “궤양성 대장염: 음식물의 수분 흡수를 담당하는 소화기관 ‘대장’에 생긴 염증성 장 질환. 심한 복통과 탈수, 식욕 감퇴가 올 수 있어요.” “의원내각제: 상징으로만 남아 있는 왕 대신, 실제 정치를 내각이 맡아서 하는 정치 형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의석이 제일 많은 당의 의원들이 총리를 대신 뽑아요(간접선거).” “대법원 전원합의체: 법원장과 대법관 13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거나 파급력이 큰 사건들을 맡아요. 여기에서 나온 선고 결과는 사회적으로도 영향이 커요.”

기성 언론의 문법으로 써서 딱딱하기만 했던 내 기사는 뉴닉 에디터 안평의 손을 거치자 말랑말랑해졌다. 읽는 재미도 살아났다.

원문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은 치열하지만 1등은 아직 몰라요. 일부 국가가 개별 과정을 지나치게 단축하거나 백신 효과를 과장해 성적표를 매기기 힘들어요.”

수정 “백신 개발 올림피아드에 나온 나라의 목록 살펴보면: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죄다 손들고 나섰어요. 이 중 누가 1등으로 효과 짱인 백신을 들고나올지는 아직 모른다고. 다 똑같은 과정 거쳐서 개발하는 게 아닌데다, 일부 국가가 개발 과정을 확 줄이면서 속도를 내거나 효과를 부풀리는 바람에 공정하게 등수를 딱딱 매기기가 힘들거든요.”

이슈 선정은 매뉴얼로

레터에 들어갈 이슈 후보는 에디터들이 종일 국내외 언론을 훑어가며 모은다. 그리고 레터를 발행하는 날 아침, 담당 에디터들이 선정 매뉴얼과 기준표에 따라 기사 가치를 평가해 최종 선택한다. 복잡성, 관련성, 시의성, 신선함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체크리스트가 있고 그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편집장이 없고 기사를 작성하거나 편집하는 에디터가 날마다 바뀌는데도 이슈 선정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비결이다. 에디터 최창근(근)은 “단발적인 사건, 개인이나 기업의 일회성 잘못 등은 이슈로 선정하지 않는다. 맥락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하고 민지씨(구독자)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이슈여야 선정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이 체크리스트는 구독자의 피드백을 받아서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기사는 집단지성의 산물이다. 에디터 2명이 짝을 이뤄 이슈 선정부터 작성, 편집까지 함께 진행한다. 이들은 대화하며 기사를 구성한다. 특히 초고가 완성되면 누구라도 댓글을 달아 수정을 제안할 수 있다. 협업용 메신저 노션(Notion)과 슬랙(Slack)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글을 붙잡고 쓸 때는 애정을 듬뿍 담지만 손을 떠나면 남처럼 대하는 거리 두기를 하라는 게 뉴닉의 기사 작성 원칙이다. 다른 팀원이 고치든, 독자가 비판하든 멀찍이 떨어져서 관찰자가 되라고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뉴닉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시도를 하고, 시도를 통해 많이 깨지고, 깨져서 배우는 겁니다. 이 과정을 즐기려면 일단 깨지는 걸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 첫걸음이 일단 적정한 거리를 두는 일이에요. 글을 쓸 때 에디터로서 나와 뉴닉 팀원으로서 나를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뉴닉의 글쓰기 원칙)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한겨레21 정은주 편집장의 ‘뉴닉’ 인턴기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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