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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쓰고 싶은 기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기자 프로젝트’로 시작한 교육연수 프로그램 2기들과 안수찬 편집장 좌담
등록 2015-12-31 15:09 수정 2020-05-03 04:28
은 11월2일부터 6주 동안 2기 교육연수 프로그램(제1064호 표지이야기 ‘좋은 기자 프로젝트’ 참조)을 진행했다. 연수생들은 현직 기자들이 진행하는 저널리즘 특강을 5차례 듣고, 자신이 기획한 기사를 취재·보도했다. 교육연수 프로그램이 끝난 뒤인 12월17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회의실에서 평가 좌담을 열었다. 편집장 주재로 1시간30분 동안 이뤄진 좌담을 요약해 소개한다. _편집자
2015년 12월17일 오후 <한겨레21> 회의실에서 2기 교육연수 프로그램의 평가 좌담이 열렸다. 사진 맨 왼쪽부터 안수찬 편집장, 2기 교육연수생 김재희·박로명·이은주, 김효실 기자(왼쪽 사진). 김진수 기자

2015년 12월17일 오후 <한겨레21> 회의실에서 2기 교육연수 프로그램의 평가 좌담이 열렸다. 사진 맨 왼쪽부터 안수찬 편집장, 2기 교육연수생 김재희·박로명·이은주, 김효실 기자(왼쪽 사진). 김진수 기자

안수찬(이하 안)   처음 지원할 때 기대했던 것과 실제 6주 과정은 어떻게 달랐는지 궁금하다.

박로명(이하 박)  현직 기자를 따라다니기만 하는 다른 언론사 인턴 과정과 달리 내 이름으로 기사를 내준다는 점이 좋아서 지원했다. 목표한 바를 이뤄서 좋다. 그런데 개인 프로젝트 외에 틈틈이 선배 취재를 따라가거나 잡무를 도운 것도 도움이 됐다는 걸 말하고 싶다.

기자들은 (취재 보조를 지시하는 것을) 되도록 피하려고 했지만, 교육연수생 입장에서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와 관련한 조계사 현장 취재를 나가거나 단순한 자료 정리 작업을 거드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많다. 여러 기자들과 함께 다니면서 ‘입사시험에 붙어야지’라는 차원을 넘어서 ‘(입사) 이후에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가’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공모형·추천형 커리큘럼 다르게 할 필요

김재희(이하 김)  멘토 면담, 저널리즘 특강 등 미리 준비된 프로그램도 인상적이지만, 실질적으로 기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 건 선배와 과자를 까먹거나 택시를 타고 가면서 나눈 얘기 또는 농담처럼 던진 얘기들이었다. 말 그대로 기자들이랑 ‘생활하면서’ 들은 얘기에서 힌트를 얻어 기사를 완성한 경험이 있다.

또 지면 기사를 쓰고(제1090호 ‘군대? 감옥? 대학 기숙사’ 참조) 직접 카드뉴스로도 재구성했는데( 페이스북 페이지 참조) 디지털팀과 함께 기사를 어떻게 유통시킬까 고민한 것도 의미 있었다. 카드뉴스에는 지면 기사에 담지 못한 걸 다르게 스토리텔링 했고, 전과 다른 독자 반응을 보면서 재미를 느꼈다.

이은주(이하 이)  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대학 전공(예술학)이 언론과 전혀 연관이 없어 언론에 대해 아는 게 부족했다. (지원서에 적어낸) 기사 아이템도 모호했다. 멘토에게 많은 지적을 받으면서 기사가 어떻게 완성되는지 전 과정을 경험한 것이 좋았다. 멘토가 내 기사 초고를 보고 “좋은 문장들이 보이지만, 기자에게 문장은 마지막 단계이고 취재할 때 최대한 치열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해준 게 기억에 남는다. 힘들었지만 좋았다.

다만 저널리즘 교육·훈련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개인 프로젝트를 하기보다, 교육연수 초반 1~2주 동안 선배와 함께 현장에 나가서 취재가 진행되는 과정을 엿보는 기회가 먼저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나 같은 공모형과 교육 경험이 있는 저널리즘스쿨 추천형 선발자의 커리큘럼을 다르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잡무’를 포함해 현직 기자의 지시를 받아 그 일을 돕거나 보조하는 경험은 이 아니라도 다른 언론사에서 제공하고 있다. 그것이 다른 언론이 인턴기자 제도를 운용하는 방식이다. 교육연수 프로그램은 기자들이 자신의 일을 인턴기자에게 떠넘기는 건 잘못이라는 판단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과정의 포커스는 교육연수생 각자가 최초 발제건 수정 발제건 자기 기사를 어떻게든 제도 언론인 을 통해 소개하고 독자의 반응까지 체감하도록 해주는 데 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교육연수생으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언론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커리큘럼을 제공하기에는 6주가 짧고, 이 과정의 포커스가 아니다. 덧붙이자면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유보적·단계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가 기자가 된다면 이런 기사를 쓰고 싶어. 이 기사를 쓰려면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취재를 해야 할까’ 같은 구상부터 시작해도 언론에 대해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본다.

“언젠가 꼭 다루고 싶었던 기사를 썼다”
2기 교육연수생들이 자신만의 취재 프로젝트를 통해 <한겨레21> 지면에 게재한 기사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기 교육연수생들이 자신만의 취재 프로젝트를 통해 <한겨레21> 지면에 게재한 기사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학 기숙사 문제는 언젠가 꼭 쓰고 싶은 아이템이었다. 기숙사 생활을 2년 동안 하면서 보고 겪은 부조리를 어떻게 기사로 풀어낼 수 있을지 오래 고민했는데, 여기서 선배들과 얘기하면서 생각보다 너무 쉽게 풀리더라.

 처음에는 (취재원의) 눈치를 많이 봤다. 내 기사를 위해서 타인을 귀찮게 해야 하니까. 기사로 나오진 못했지만 ‘도서관 난민’ 취재할 때 취재원들이 화를 많이 냈다. 도서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민원이 들어와 쫓겨날 우려 때문에 자신이 드러나기를 원치 않는데, 내가 “여기 다닌 지 10년 되셨죠?” 이렇게 무턱대고 물어보니까 당연히 싫어했다. 자존감을 건드리는 질문을 한 게 문제였다. ‘농촌에서 꿈꾸는 때깔 나는 삶’(제1092호 참조) 기사를 취재할 때는 ‘아이’ 취급을 받는 게 편치 않았지만, 그래도 정보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감수했다.

 기자의 일이 ‘착착’ 진행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99명에게 연락하면 다 거절당하고 나머지 1명이 수락해서 겨우 취재가 진전됐다. 취재원을 찾으려고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돌아다니며 100통 이상 메시지를 돌렸다. 다 씹혔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강퇴’(강제퇴장의 줄임말)를 3번 당했다. 그렇게 3주가 지나고 취재원 1명에게서 첫 연락이 왔을 때, ‘기자들이 100시간 뛰는 게 취재가 이뤄지는 1분을 위한 거구나’ 싶었다.

매브니 취재(제1091호 ‘미군에 자원하는 한국 청년들’)에서 또 어려웠던 건 취재원 4명 중 3명이 해외에 있다는 점이었다. 직접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전자우편 취재로 먼저 시작했는데, 멘토 기자가 “(전자우편 취재는) 기자들이 쓰는 최후의 방법”이라고 얘기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4명에게 전자우편 답변을 받아보니 모두 형식적인 이야기만 하더라. 결국 국제전화카드를 사서 몇 시간씩 전화 통화를 한 뒤에야 개인적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취재원 1명 찾으려고 99명 거절 견뎌

 1명을 찾기 위해 수백 명을 만나는 일을 감수할 수 있는 기자가 심층취재, 탐사보도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나눈다면?

 취직이다. (일동 “나도!”)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웃음)

  기자 하겠다는 건 맞나?

일동  그렇다!

정리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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