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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상과 함께 내쫓긴 공공의료

등록 2014-12-25 06:10 수정 2020-05-02 19:27

가난한 환자들을 몰아낸 자리는 지금 행정업무 공간으로 허겁지겁 탈바꿈하는 중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폐원 방침 발표(2013년 2월26일) 1년을 맞아 지난 3월 은 제1001호 표지이야기(‘여기서 죽고 싶어요’)를 통해 쫓겨난 환자들의 현재를 후속 보도한 바 있다. 폐원 발표 뒤 1년 동안 40명(의료원 사망 13명, 퇴원 뒤 사망 27명)의 환자가 숨졌다.

환자들이 숨을 거두는 사이 경남도는 의료원 건물을 재단장해 그 자리에 청사 일부를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이미 2013년 한국종합경제연구원에 ‘경남도청 서부청사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청사 건설은 홍준표 경남지사만의 독단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26일 경남도가 도청사로 활용하게 해달라며 제출한 ‘진주의료원 건물 및 국비지원 의료장비 활용계획’을 승인했다. 진주시민대책위원회가 “진주의료원 폐업과 용도 변경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에 주민감사 청구를 신청한 다음날이었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공공의료의 상징성이 있는 진주의료원의 용도 변경은 보조금법 위반”이라는 데 동의하며 용도 변경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유지해왔다. 정부가 공공의료의 필요성에 대해 말 바꾸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2월18일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가 부실 검증과 밀실 야합으로 진주의료원 용도 변경을 승인했다”며 경남도와 보건복지부를 규탄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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