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특집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09월20일 제678호
[변수2] 북쪽에서 부는 매서운 바람

대선 두 달 전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이념적 대립각 세울까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기상청은 북풍(北風)을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고 설명한다. 매서운 겨울바람이다. 대선 때도 어김없이 불어온다. 이때 북풍은 북한 변수를 말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많은 선거에서 북풍이 작용했다. 때론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오는 10월2~4일 평양에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대선을 두 달 앞두고서다.


△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 변수가 국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줄었다.

반공이 국시였던 박정희 독재정권 시기 간첩단 발표나 무장간첩 침투 사건은 으레 있는 일이었다. 북한 변수 조작과 확대재생산은 집권세력이 국내 정치를 움직이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표심은 안보불안 심리 자극에 쉽게 움직였다. 1987년 11월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 858편 보잉 707기가 버마 근해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공중 폭파됐다. KAL기 폭파 사건은 북풍의 결정판이다. 노태우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다.

지구적 차원의 냉전 해체는 북풍의 힘을 감소시켰다. 1997년 12월11일 재미 사업가 윤홍준은 중국 베이징에서 “김대중 후보가 북한의 김정일에게서 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다. 12월15일 조세형 국민회의 총재대행이 대북한 특별경고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북풍’ 조작 사건은 97년 대선을 뜨겁게 달궜다. 이 과정에서 안기부의 개입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북쪽 인사 접촉이 드러났다. 북풍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권 교체 후 ‘북풍’ 양상 달라져

헌정 사상 최초의 여야 수평적 정권 교체 이후 북풍의 양상은 달라졌다. 과거의 ‘냉전·수구 세력’들은 ‘평화세력’이 북풍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경계했다. 처지가 바뀌었다. 6·15 남북 정상회담이 2000년 4·13 총선 직전 발표된 것을 두고, 보수세력들은 크게 반발했다. 보수세력들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차기 정권으로 미루자고 주장한다.

정상회담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생각하는 쪽이나 반대 쪽이나, 정상회담을 대선의 중요한 변수로 꼽는다. 그러나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남북 문제가 국내 정치를 좌우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한다. 민주화 이전에는 한-미와 남북 관계가 국내 정치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 요인이었지만, 이제 국내 사회·경제적 이슈들이 시민사회의 훨씬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도 “1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 변수의 영향력이 많이 줄었다”고 말한다.

이명박도 대선에선 ‘더 전향적으로’

북한 문제가 대선에서 폭발력을 가지려면 북한 변수를 둘러싼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내 대립 구도가 형성돼야 한다. 하지만 보수세력도 더디지만 시대 흐름을 타고 있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패배 이후 수구보수 이미지를 강화시켜온 대북 강경책을 누그러뜨리려 노력해왔다. 반공의 기수였던 정형근 의원이 앞장섰다.

이명박 후보의 등장도 주목할 점이다. 대중들은 이 후보가 중도·개혁적인 인물이라고 인식한다. 실제 그가 내놓은 대북 정책에서도 ‘선 북핵 해결’을 강조하는 것을 빼곤, 대척점에 세울 만큼 다른 당의 후보들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 한나라당 대선준비팀장인 정두언 의원은 “경선 때보다 좀더 전향적(왼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성과물이 변수가 될 순 있다. 한나라당 쪽에선 집권을 전제로, 떠안기에 부담스러운 짐이라는 판단이 들면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 사실 대립각의 증폭은 한나라당이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이명박 대세론은 변수의 생성을 원치 않는다. 북한 문제로 이념적 대립 전선이 형성되면, 분열된 상대편이 전열을 정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 순간까지 작동할 ‘대선 변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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