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엔 불리할수도, 이명박엔 유리할수도 있는 노무현의 영향력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현직 대통령만큼 선거판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도 드물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주관이 뚜렷하고 정치적 의사 표현이 분명한 사람이라면 대선구도에 큰 변수라고 할 만하다.
노 대통령은 이미 대선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정동영 두 대선 예비후보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노골적인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노 대통령이 직접 밝힌 적은 없지만 정가에서는 이미 “노심은 이해찬”이라는 이야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무현의 공격을 받는 게 오히려 유리?
‘불행’한 것은 현재의 선거 판세가 노 대통령의 의도(혹은 행보)와는 한참 벗어난 쪽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변양균, 정윤재 등 측근 비리 의혹은 신당의 경선 흥행에 찬바람을 몰고 왔다. 대다수 언론은 신당 경선보다 ‘변양균-신정아 의혹 사건’에 매달렸다.

△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영향력은 크게 약화됐지만 여권 후보들에게는 여전히 입김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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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공격하는 것도 여권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이른바 ‘친노 후보’로 불리는 이해찬 후보까지도 최근 노 대통령의 선거개입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을 정도다.
김민환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행태와 무능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몰려가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이 후보를 공격한다면 이는 오히려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 대통령이 여권의 특정 후보를 띄우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침몰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범여권 후보를 가라앉힐 수는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노 대통령이 연일 공세를 가하고 있는 손학규, 정동영 후보에게 해당할 수 있는 이야기다.
장성민 전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아무리 인기가 없다고 해도 20% 안팎의 고정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데, 대통령이 여권의 특정 후보에게 공공연히 비토 의사를 나타낸다면 여권 지지층은 의구심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다”며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현직 대통령이 속한 정당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벗어난 인물이 대권을 잡아본 경우는 전무후무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패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김영삼 전 대통령 인형 화형식이 꼽힌다. 선거 막바지에 이 전 총재 쪽은 포항 지역 대선 필승 결의대회에서 YS 인형을 만들어 몽둥이로 때리고 화형식을 벌였다. 당시 대선에서 이 전 총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39만여 표 차이로 패했다.
당사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훗날 “이회창 전 총재가 당시에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30%도 되지 않았지만 포항에서 내 인형을 때리고 화형식을 하는 바람에 100만 표가 날아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밉보이면 미래가 없다’는 주장도
김능구 이윈컴 대표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아무리 없다 해도 ‘썩어도 준치’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밉보이면 미래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DJ의 낙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해 1월 새천년민주당 전국 시도당 신년 하례식 때부터 DJ를 엄청나게 치켜세웠기 때문”이라며 “반면 이인제 의원은 자신이 후보가 되면 DJ와의 차별화부터 시작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잘 되게는 할 수 없어도 안 되게는 할 수 있는 게 현재 ‘노무현 변수’가 갖는 위력이다. 신당의 경선 과정은 물론 경선 이후부터 대선 직전까지, 노 대통령의 입에 여전히 정가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성민 전 의원은 범여권 입장에서 볼 때, 노 대통령은 ‘계륵’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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