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축구선수들은 무엇을 하면서 놀까?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그들의 여가생활은 일반인과 다를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선수들 중에 고액 연봉자가 많다 보니, 지브릴 시세(파나시나이코스)와 윌리엄 갈라스(아스널)처럼 고급차 튜닝과 시계 모으기 같은 돈 많이 드는 취미를 가진 이도 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이런 고가의 취미를 즐기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소박하고 평범한 놀이에서 즐거움을 찾는 경우도 많다.
30대는 도박, 20대는 게임이 주류
축구 여행 중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이 가장 즐겨하는 놀이가 도박이라는 점이다. 특히 램파드(첼시),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은 도박을 좋아해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찾는다. 지난 여름휴가 때 램파드는 6억원의 잭팟을 터트렸으며, 존 테리(첼시)는 아시아 원정에서 1억원가량을 따 주위 스태프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나도 20만원쯤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도박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에브라(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친해진 계기로 알려진 축구게임은 신세대 축구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취미 활동이다. 30대의 노익장들이 대개 도박에 빠져 있는 데 반해, 파투(AC밀란)는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며 집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놀이문화에서 이런 세대차는 팀스피릿과 팀워크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구단에서는 페인트볼 서바이벌 게임이나 미니 카트장처럼 여러 선수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취미를 통해 팀의 단결력을 높이려고 한다. 구단의 이런 배려는 그릇된 취미에 빠져 방황하는 축구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호나우지뉴(AC밀란)와 아드리아누(CR플라멩구)는 클럽 문화를 즐기기로 유명하다. 얼마 전 호나우지뉴는 밀라노에서 파리까지 원정파티를 떠나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는데, 드로그바(첼시)도 런던에서 밀라노 클럽까지 원정을 자주 간다. 축구선수의 원정 게임은 그라운드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간혹 구단 쪽에서 클럽 파티를 마련하기도 하는데 선수들의 생일 파티나 크리스마스 파티가 그것이다. 지난해 첼시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런던 메이페어의 펑키부다라는 클럽에서 열렸는데, 존 테리는 마이크를 잡고 랩까지 해가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처럼 클럽문화가 선수들에게 인기가 있어서인지 알코올과 코카인이 문제가 될 때도 있다. 잉글랜드의 축구 스타였던 개스코인과 조지 베스트는 알코올중독자로 유명하며, 무투나 마라도나는 코카인 흡입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가장 재밌는 취미를 가진 경우로는 에시엔(첼시)과 데미안(풀럼)을 들 수 있다. 에시엔은 한국에서 한 인터뷰에서 “들소와 같은 힘은 잠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훈련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잠만 잔다. 이 점은 데미안도 마찬가지라서 그 역시 쉬는 시간에는 대부분 잠에 빠져 있다. 취미가 곧 컨디션으로 연결되는 경우다.
때론 자선사업이나 종교생활처럼 좀더 숭고한 취미를 가진 선수도 있다. 숀 라이트 필립스(맨체스터시티)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거나 바비큐 파티를 벌이는 신세대적인 방식으로 자선사업을 하고 있으며, 칼턴 콜(웨스트햄)은 자선 클럽파티를 벌여 기금을 모은다. 문타리(인테르밀란)는 철저한 이슬람 신도인데, 시즌 중임에도 한 달간 금식을 하는 라마단 기간을 지켜서 모리뉴 감독의 화를 사기도 했다. 그는 기도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술을 일절 하지 않는 등 이슬람 율법을 철저하게 따른다. 아넬카(첼시)는 2004년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스스로 개과천선했다면서 종교의 힘으로 시련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경건한 종교생활을 취미로 삼아 생을 더 알차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스키 등 부상 위험 큰 취미는 엄격하게 금지이처럼 축구선수들의 취미는 다채롭지만, 그들에게도 금지된 취미가 있다. 바로 스키와 같이 부상 위험이 큰 것인데, 위험한 스포츠를 금지한 규정은 실제 계약서상에 명시돼 있다.
경기에서도 취미에서도 열성적인 선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일만 하고 놀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는 영어 속담이 떠오른다. 그들은 잘 노는 것을 통해 잘 뛰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놀이가 지나쳐 방탕함으로 흐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전반적으로 취미를 생활의 활력소로 삼고 있었다. 사실 선수들이 경쟁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막중하다. 따라서 스트레스 관리는 가장 중요한 컨디션 유지 비결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축구선수들의 다채로운 취미생활은 그라운드 내부에서만큼이나 열성적인 것이다.
서민지 축구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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