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주문서] 도시 직장인이 탈 만한 ‘접이식 자전거’(Folding Bicycle)를 주문하시오.
[주문 내역] 선선한 가을바람은 ‘페달질’을 부추긴다. 아스팔트 도심을 떠나 자연을 느끼기에는 자전거만 한 도구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초보자’가 현관에서부터 페달을 밟아 머나먼 자전거 전용도로까지 나서기는 영 부담스럽다. 가지런히 접어 자동차 트렁크에 실을 수 있는 접이식 자전거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실제 접이식 자전거는 자동차와 역사를 공유했다. 1910년 선보인 독일의 20인치 자전거 ‘콜리브리’가 최초의 접이식 자전거였다. 이처럼 다른 교통수단과 얽매여 있는 접이식 자전거는 어쩌면, 도시의 삶에 특화한 자전거일지 모른다. 그러나 수백 종류에 천차만별 가격인 접이식 자전거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이에 1980년대부터 시작해 전세계적으로 접이식 자전거의 인기를 이끌어온 브롬톤·다혼·스트라이다 등 해외의 대표적인 접이식 자전거 브랜드와 삼천리·알톤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 브랜드 접이식 자전거의 장단점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다.
[구매 목록] 브롬톤·다혼·스트라이다·삼천리·알톤 등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접이식 자전거의 주요 브랜드 제품들
출퇴근용으로 안성맞춤접이식 자전거의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9월11일 오후 서울 잠원동 자전거 전문매장인 바이클로 반포점에 자전거 전문가들이 모였다. 자전거 전문매체인 월간 의 임성수 편집장은 인터넷 자전거 동호회인 ‘아이러브 미니벨로’의 초창기 회원으로 활동하다 자전거 전문 블로거를 거쳐 자전거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경동 바이클로 반포점장은 할아버지부터 3대째 자전거 판매를 가업으로 이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대 시절부터 자전거 수입·판매 업무를 해왔다. 좌담회 사회를 맡은 이정연 기획편집팀 기자는 마감을 끝낸 주말마다 틈틈이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접이식 자전거 운전자이기도 하다.
이정연(이하 이): 자전거 타기 참 좋은 시기다. 주말에 접이식 자전거를 차에 싣고 한강공원 망원지구에 가 달린다. 다들 자전거를 어떻게 타고 있나.
김경동(이하 김): 로드바이크와 접이식 자전거를 번갈아 탄다. 용산~잠원동을 접이식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대중교통도 애매해서 잠수교~한강공원~이태원을 거쳐서 간다.
임성수(이하 임): 자전거 6대가 있었는데 지인과 아버지에게 1대씩 드리고 지금은 4대가 있다. 산악용 자전거와 로드바이크, 접이식 자전거 2대가 있다. 출퇴근용으로 타고, 취재용으로도 많이 쓴다. 지방 취재 때, 자동차로 다니기 애매한 거리는 접이식 자전거를 싣고 가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 우리가 접이식 자전거라고 이야기하지만, 미니벨로(바퀴 20인치 이하 소형 자전거)와 혼동하곤 한다. 그러나 접이식 자전거는 말 그대로 ‘폴딩’(Folding)이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출퇴근용으로 많이 쓰는데, 과연 서울이라는 도시에 적합한 자전거라고 생각하는가.
임: 도심에서 로드바이크가 위험한 건 사실이다. 오히려 미니벨로나 접이식 자전거가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단점은 자전거 전용도로 등 자전거를 탈 만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전거 자체가 가진 문제는 별로 없다고 본다.
번쩍 들어올리기에는 부담스러운 무게김: 접이식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건, 사무실·집에 보관하는 문제 때문이다. 자전거 보관이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접이식 자전거가 유용하다. 서울 도심에서 로드바이크는 안전장비와 복장을 갖추고 인도·차도를 가지만, 접이식 자전거는 관련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인도를 많이 가게 된다. 자전거도로가 부족한 서울의 환경이 접이식 자전거를 타는 데 더 불편하고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 접이식 자전거 모델도 여러 가지다. 생활형 자전거로 쓴다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조건은 뭘까.
김: 자전거 판매자로서 보면 가격, 디자인, 접었을 때의 무게, 이 순서대로 비중을 두고 선택하겠다. 고객 중에는 생활형 자전거를 구입하러 와서 다혼(주력 모델 60만~80만원) 모델을 보다가 브롬톤(200만원대) 모델을 사가는 경우도 있다. 자전거를 200만원씩이나 주고 사야 하나 생각하고 오지 않았다가 이것저것 따지다 예상외의 제품을 사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접는 방식이 힘들어 아예 안 접고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접이식 자전거 대신 미니벨로를 사는 게 낫다.
이: 자전거 무게가 가장 중요하게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다가 갑자기 비가 와서 택시를 타야 했는데, 자전거를 접는 데 꽤 큰 힘이 필요하더라.
김: 접이식 자전거는 접는 부분에 금속 뭉치가 있어서 무겁다. 자전거 기어 뭉치가 들어가면 무게가 늘어난다. 아무래도 접이식 자전거는 무게가 10kg 안팎이 될 수밖에 없다. 가벼운 접이식 자전거에는 기어가 빠지는데, 들고 다닐 때는 가볍지만 탈 때 힘든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 국내외 접이식 자전거 브랜드가 많다. 브롬톤·다혼·스트라이다·삼천리·알톤 등 다양하다.
김: 접는 방식으로 볼 때 알톤·삼천리·티티카카 등 국내 브랜드의 접이식 자전거는 큰 차이가 없어 한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을 듯하다.
이: 브롬톤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접히는 자전거’라고 표현할 만하다. 다혼·스트라이다도 좋은 자전거이지만, 브롬톤은 공간 이동성이 좋다. 반듯하게 접히고, 자전거 말고도 차량에 다른 짐을 넣을 수 있다. 단점으로는 접는 방법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무겁다(약 10kg). 오랜 시간 들고 다니기 어렵다. 부품 호환성이 떨어져 전문점에 오지 않는 이상 일반 자전거 가게에서 수리하기가 힘들다.
김: 접이식 자전거를 먼저 내놓은 게 다혼이다. 다혼의 보드워크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판매량이 많다. 다혼 자전거는 상당히 견고하다. 접이식 자전거를 오랫동안 내놓으면서 크게 바뀐 게 없다는 점은 단점이다. 누구나 쉽게 접고 탈 수 있는 대중적인 자전거다. 국내 부품과의 호환성도 좋다. 그런데 커피는 아메리카노·라테 등 다양하게 고를 수 있지만, 콜라는 선택지가 적지 않나. 그런 점에서 다혼은 콜라를 닮았다.
이: 브롬톤은 1981년, 다혼은 1982년에 만든 브랜드다. 접는 방식에 관한 특허에서 브롬톤이 100개를 보유했다면 다혼은 1천 개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브롬톤이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다혼은 보급형이다. 국내에서도 2004~2008년 미니벨로 접이식 자전거가 유행할 때 엄청 팔렸다. 이후에도 다혼은 꾸준히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디자인 그대로다. 브롬톤은 특별하게 접힌다지만, 다혼은 좀더 독창적인 게 필요하다.
국산 접이식, 가격경쟁력은 높지만…김: 스트라이다의 장점은 가볍고 끌고 다니기 쉽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공원·캠퍼스용 자전거’라고 설명한다. 대학 캠퍼스에서 언덕 없이 쉽게 왔다갔다 하고, 공원에서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자전거다. 여자가 좋아한다, 그리고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좋아한다. (웃음) 단점은 처음 자전거를 탈 때 휘청거린다는 것이다. 일반 자전거와 무게중심이 다르다. 수납 공간 등을 달지 못해 배낭 등을 메야 하기 때문에 나이가 있는 경우에는 타기 어렵다.
이: 스트라이다는 일단 예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이라는 애칭이 붙을 만하다. 여성도 잘 접을 수 있는 자전거다.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색상도 예쁘다. 생각보다 주행성도 좋다. 단점이라면 현재 내장 3단 기어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것으로도 언덕을 오르기 힘들다. 언덕을 오르다 앞바퀴가 들리기도 한다. 키가 크거나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경우에는 타기 어렵다. 생활형 자전거로 쓸 만한 국산 브랜드로는 삼천리·알톤 등이 있다. 보급형으로 나오기 때문에 접고 펴는 부분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격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장점은 저렴한 가격(10만~30만원대)과 넓은 제품 라인업이다. 누구나 접할 수 있지만, 무겁다. 10만원대 이하는 스틸 소재를 써서 무게가 많이 나간다.
김: 국산 자전거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경쟁력이다. 인터넷에서 4만~5만원대 자전거가 돌아다닐 정도다. 국내에 삼천리·알톤 등 자전거 대리점이 많아 애프터서비스(AS)를 받기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 그렇다면 접이식 자전거의 용도를 어떻게 따져봐야 할까.
이: 레저용인지 출퇴근용인지, 대중교통 이용 여부 등 꼼꼼히 따져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지하철 1·8·9호선은 접이식 자전거를 들고 탈 수 있지만, 분당선은 아예 못 탄다. 이런 점을 살핀 다음 디자인과 가격을 따져도 된다.
김: 자전거를 사는 목적부터 따져야 한다. 운동용이냐, 출퇴근용이냐. 출퇴근용이라면 자전거 보관이 중요할 테고, 운동용이라면 집에 보관할 때 베란다에 둬야 하느냐 등을 생각해야 한다. 브랜드보다는 자신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내 차의 크기, 내 집의 공간 등에 맞춰 선택해야 한다.
‘현미경 여행’에 강력 추천이: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즐기는 코스가 있나. ‘라이딩 포인트’ 같은 거 말이다.
김: 접이식 자전거는 코스를 보지 말고 ‘맛집 포인트’를 봐야 한다. 어느 자전거도로 구간에서 큰 자전거를 타고 쫄바지를 입고 가는 게 아니라, 특정 맛집을 찾아서 가는 묘미가 있다. 부산역에서 내려 접이식 자전거를 타고 자갈치시장까지 갈 수 있다.
이: 맞다. 접이식 자전거가 있으면 ‘테마 여행’이 가능하다. 지방 여행 때도 자동차에 자전거를 실으면 된다. 걸어다니면 이동 반경이 한정되지만 자전거를 타면 넓어진다. 많이 보고 즐길 수 있다. ‘현미경 여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 참고 문헌: (미하엘 엠바허·2012)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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