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칼럼에서 나는 아래와 같은 가설을 세웠다.
‘~하는 대신’은 원래는 ‘~하는데, 그 대신’(이하 1번 뜻)의 뜻이었으나 번역가들이 영어 ‘instead of ~ing’를 ‘~하는 대신’으로 번역한 탓에 ‘~하는 대신’의 뜻이 ‘~하지 않고서’(이하 2번 뜻)로 변질되었다.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찾아보았다. 중국어 번역가 K씨에게 영어 문장에 ‘instead of ~ing’가 나오면 중국어로 어떻게 번역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与其~不如~’(~하느니 ~하는 것이 낫다)로 한다고 답변했다. 중국어에서 ‘대신’에 해당하는 단어는 ‘代替’인데 명사만을 취할 뿐 한국어처럼 ‘~하는 대신’의 뜻으로 쓰이는 용례는 찾지 못했다. 한편 일본어의 ‘する代(か)わりに’는 ‘~하는 대신’의 뜻인데 사전의 용례는 모두 1번 뜻이었다. 일본어 번역가 S씨에게 K씨에게와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일본어에서는 ‘~する代わりに’ 또는 ‘~しないで’(~하지 않고서)로 번역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본어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번역 때문에 뜻이 변질된 것 아닐까?
그런데 한국어 문법론을 전공한 경희대 한국어학과 이선웅 교수에게 문의했더니 오히려 2번 뜻이 기본적인 뜻이고 그로부터 1번 뜻이 파생됐을 수도 있다는 답변을 주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정확히 해결하려면 문헌의 용례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1890년에 출간된 최초의 영한사전인 언더우드의 (영한사전과 한영사전 합본)에서는 ‘instead’를 ‘신’(‘대신’의 고어)으로 풀이했다. 따라서 그 영향을 받기 이전의 용례에서는 ‘대신’을 1번 뜻으로만 쓰다가 영한 번역이 활발히 이루어진 뒤에 2번 뜻이 등장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코퍼스 언어학 전문가인 서울대 국문학과 박진호 교수의 도움을 받아 문헌을 검색했다. 신소설 에 나오는 “내가 이것을 써쥬 신에 너도 쳥을 아 드러주어야지”(내가 이것을 써주는 대신 너도 내 청을 하나 들어주어야지)라는 문장은 나의 추측을 뒷받침했다. 그런데 16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한국어 문헌에서 ‘신’이 쓰인 문장은 1898개인데, ‘관형어 + 대신’의 구조로 이루어진 문장 7개 중에서 5개는 1번 뜻으로 볼 수 있으나 1898년자 에 실린 “젼 현감 황긔인은 중역 신에 류 으로 봉지다”(전 현감 황기인은 무거운 노동형을 하는 대신 귀양 보낼 취지로 임금의 뜻을 받들어 시행하였다)는 2번 뜻, 즉 ‘instead of ~’의 뜻으로 쓰였다.
최초의 영한사전이 출간된 지 8년 만에 ‘대신’의 뜻이 변질된 것일까? 최종 판단을 내리려면 20세기 문헌을 검색하면서 추이를 분석해야 할 텐데, 생계형 번역가에게는 무리다. 일단 앞의 문헌 자료를 http://socoop.net/instead/에 올렸으니 관심 있는 독자는 도전해보시길.노승영 생계형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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