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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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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아닌 기자, 비즈니스 밖의 저널리즘

기자 경험 없지만 저널리즘 구현하는 슬로우뉴스·ㅍㅍㅅㅅ·직썰, 주류언론의 탁류 헤쳐나가는 1인미디어의 ‘전설’ 미디어몽구·아이엠피터
등록 2015-06-03 14:12 수정 2020-05-03 09:54

미끼, 비즈니스, 소매치기, 만신창이 그리고 옐로…. 모두 ‘저널리즘’이라는 낱말 앞자리에서 꾸미는 말들이다. 저널리즘의 위기를 드러내는 표현들이다. 저널리즘의 위기는 곧 기성 언론의 추락 또는 타락과 이어져 있다. 완고한 출입처 중심주의, 사회 어느 직군보다 강고한 ‘갑질’ 행태, 비판하되 비판받지 않으려는 뻔뻔함, 사실을 전한다면서 소설을 쓰는 놀라움 등등. 이런 기성 언론의 문제점을 통렬히 논박하면서 등장한 게 이른바 뉴미디어·대안언론·독립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매체에서 일하는 ‘기자’들은 ‘언론고시’로 일컫는 정형화된 입직 경로를 거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시험을 보지 않고도 언론 활동을 하는 게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1인미디어 기자들의 조언☞
게이트키핑, 데스킹 작업 없이

이승환(필명 리승환)  편집장(왼쪽)과 ‘미디어몽구’ 김정환씨. 대안언론 기자들은 기성 언론의 정형화된 기사 생산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사유와 철학으로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환 제공, 한겨레 박종식 기자

이승환(필명 리승환) 편집장(왼쪽)과 ‘미디어몽구’ 김정환씨. 대안언론 기자들은 기성 언론의 정형화된 기사 생산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사유와 철학으로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환 제공, 한겨레 박종식 기자

2012년 3월26일 인터넷 블로그를 기반으로 창간한 가 던진 물음은 이런 현실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왜 언론은 점점 더 무책임한 속보 경쟁에만 치우치는가? 과연 속보와 특종은 그만큼 중요한가? 왜 이슈는 터뜨려지기만 하고 마무리되진 않는가? 이슈 하나를 온전히 붙잡아 끝장내는 언론은 과연 있기는 한가? 우리나라 언론의 이슈 완결성은 왜 이 모양인가? 그 안에서 축적된 모순의 정체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새롭게 부각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과연 새로운 대안언론으로서 자리하고 있는가? 혹여 언론은 SNS를 앵벌이 시키고, 삥뜯고 있진 않나?”

에는 편집장 민노씨를 비롯해 공식적으로는 22명의 편집팀과 200명이 훌쩍 넘는 외부 기고가들이 있다. 페이스북 구독자가 2만3천여 명에 이른다. 블로그에 기반한 대표적인 대안언론 가운데 하나다. 철저한 사실 확인은 필수다. 편집장 민노씨 또한 기성 언론 출신이 아니다. “언론 활동을 하게 된 뚜렷한 계기가 있거나 대단한 사명감이 있는 건 아니다. 몇 가지 인생의 우연한 사건들이 연속된 결과다.”

2012년 12월 필진들이 따로 만든 도 기존 만신창이 저널리즘에 대항하는 매체다. 매체 창간 이유는 이렇다. “언론이라면 에디터십이 있고, 이에 따라 정파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도한 정파성에 (의해) 팩트를 무시하거나, 상대방의 논리를 바보 취급하는 게 싫었다. 개별 이슈에 대한 전문가는 넘치는데, 그들의 지식과 전문성을 활용하지 않고, 정파성에 맞는 소수의 필자를 중용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2013년 2월호 인터뷰) ‘폭풍설사’ ‘편파시사’ 따위로 매체 이름이 유쾌하게 유통되지만 정작 실리는 글들은 예사롭지 않고 묵직한 주제가 많다. ‘아담 스미스, 우리는 얼마나 그를 알고 있는가’ ‘장진호 전투, 그 악몽의 겨울’ ‘부음에서도 밝히지 못한 이름, 할 말을 잃었다’…. 이승환 편집장은 1982년생 ‘평범한 직장인’이다.

떠먹여주는 뉴스, 시대의 기록자…

“난 스스로 언론이라고 얘기하기가 민망하다. 기자 타이틀도 없는 거고, 혼자서 다닌다. ‘몽구님’이라고 불리는 게 제일 편하다. 다만 제 블로그와 카메라가 사회적 약자의 확성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와대 빼고는 어디 출입한다거나 할 때 특별히 불편한 건 없다.” (미디어몽구)

지난해 3월 팟캐스트 포털 ‘팟빵’에서 독립한 도 블로그에 바탕한 대안언론이다. 정주식 편집장을 포함해 에디터 3명과 만화작가 2명이 상근한다. 하루 평균 10만, 월평균 300만~400만의 페이지뷰(PV)를 올린다. 의 저널리즘 원칙은 ‘떠먹여주는 뉴스를 만들자’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뉴스를 더 친절하게 전달할지를 늘 고민한다. 정주식 편집장은 정치 블로그를 운영해왔으며 인물잡지 만드는 곳에서 잠시 일한 경험이 있다. 이밖에 다양성을 지향하는 팀블로그 (편집장 ‘불량푸우’), 블로거의 분석력과 리포터의 현장 취재력을 결합한 1인미디어 뉴스 공동체 도 있다.

1인미디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미디어몽구(김정환)다. 2005년부터 10년째 언론 활동을 하고 있는 미디어몽구는 방송사에서 촬영 보조일을 잠깐 했던 것을 빼면 기성 언론의 이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 사회의 크고 작은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한 뒤 자신만의 편집과 가치 판단을 거쳐 세상에 내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1천 편 이상의 기록이 대중과 만났다.

스스로 ‘시대의 기록자’로 불리기를 원하는 그의 장점은 취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가장 나중에 철수한다는 원칙의 실천이다. 이런 진정성에 공감한 시민들이 그에게 경제적 후원을 하고 있다. 월급쟁이 기자들과는 전혀 다른 생존 방식이다. “난 스스로 언론이라고 얘기하기가 민망하다. 기자 타이틀도 없고, 혼자서 다닌다. ‘몽구님’이라고 불리는 게 제일 편하다. 다만 내 블로그와 카메라가 사회적 약자의 확성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와대 빼고는 어디 출입한다거나 할 때 특별히 불편한 건 없다.” 그의 블로그는 지금까지 누적 방문 수가 3천만 건을 넘는다.

제주에서 머물며 정치·시사 평론을 하는 전업 블로거 ‘아이엠피터’(임병도)도 널리 알려진 1인미디어다. 거의 매일같이 현안에 대한 정교한 사실 확인과 분석, 비평을 담은 글을 올린다. 미국에서 무역업을 하기도 했던 그는 한국에 돌아와 2010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 또한 주류 언론에 몸담은 바 없이 자신만의 저널리즘 원칙을 갖고 언론 활동을 한다. “보통 정치 블로거들이 자기 생각을 많이 쓰는데, (그 과정에서) 오류에 빠지기 쉽다. 사실관계를 하나씩 나열하고 판단은 글을 읽는 사람에게 맡긴다. 내 생각은 10% 정도만 담는다. 어떤 사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하나하나 찾아가며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글을 쓰려고 많이 고민한다. 경제적인 문제? 2012년 말부터 시민들의 후원을 받고 있는데 4인 가족 생계비 수준은 된다. 그전 몇 년 동안은 수입이 거의 없었다.”

돈 문제는 아킬레스건

언론고시를 통하지 않고서도 기자가 되어 활약하는 이들의 마음에는 ‘저널리즘 없이는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라는 비판이 자리하고 있다. 국어·영어·일반상식, 논술·작문, 합숙 평가, 인턴 등등의 전형적인 입사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이들 ‘재야 언론인’들이 ‘제도 언론인’보다 저널리즘 실천에서 부족해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관행으로 굳어진 기존의 기사 생산 방식과 자사 이기주의, 언론사 간 ‘침묵의 카르텔’에 매서운 비판을 보내고 있다. 동시에 자신이 발 딛고 선 현실에 대한 단단한 기사를 만들어낸다. “기성 언론의 기자들을 만나보면 저널리즘이나 언론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다. 월급 받는 직장인이니까. 그런데 블로거는 글에 문제가 있으면 금방 표가 난다. 그래서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되고, 저널리즘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아이엠피터)

한계는 있다. 현장 취재가 약하거나 사실 확인에 오류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사실보다 논평에 치우친다는 비판도 있다. 매체 기반이 인터넷이기 때문에 트래픽(인터넷 접속량)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고민도 많다.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을 꿈꾸는 이들에게 돈 문제는 늘 주름살을 늘게 하는 아킬레스건이다. 대안언론들끼리는 물론 ‘괜찮은’ 기성 언론과 상생의 협업·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시민이 기자인 시대라고들 하지만, 기자가 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먹고사니즘’이라는 말도 있거니와 저널리즘이 밥상을 차려주고 옷을 입혀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몇 년씩 제대로 된 수입이 없는 시간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른다. 붕괴된 저널리즘의 벽체를 일으켜세우고 현실에서 이를 구현하는 게 과연 가능한가라는 근본적 의문도 있다. 그럼에도 주류 언론의 탁류를 헤치고 참된 기자가 되려고 온몸으로 분투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그들을 보면, 저널리즘은 아직 죽지 않았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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