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9일 한 40대 부부의 이혼소송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이었다. 대법원은 재판의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요 사건의 경우 공개변론 과정을 중계하고 있다. 교사와 연구원, 평범한 부부의 이혼 청구 소송이 전 국민의 관심을 끈 이유가 뭘까.
퇴직금 받을 ‘가능성’ 있다면 나눠야
대법원이 아직 받지 않은 미래의 퇴직급여도 이혼부부의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하면서 19년 만에 대법원 판례가 뒤집혔다. 한겨레 이정용 기자
사립학교에서 일한 ㄱ(44·여)씨는 정부출연 연구소에 근무하는 ㄴ(44·남)씨와 14년 동안 맞벌이 부부로 결혼생활을 이어오다 2012년 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남편도 이혼에 동의했지만 재산분할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부부 양쪽의 의견이 일부만 받아들여진 1심 재판 이후 항소심에서 ㄴ씨는 아내가 받게 될 퇴직급여도 재산분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내의 퇴직금은 1억원, 남편의 퇴직금은 4천만원가량이었다.
항소심 판결을 맡은 대전고등법원 제1가사부(부장판사 이승훈)는 대법원 판례(1995년)에 따라 부부 일방이 이혼 당시 이미 퇴직해 받은 퇴직금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만, 이혼 당시 아직 퇴직하지 않고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경우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장래의 퇴직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퇴직급여는 후불임금의 성격을 가지므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현저히 형평성을 해치는 것입니다.”(남편의 소송대리인 양정숙 변호사) “일반적인 퇴직급여는 금액이 크고 거의 유일한 노후대책이므로, 법원의 해석으로 장래 퇴직급여의 재산분할을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와 노후대책을 지나치게 불안정하게 만들어 불합리합니다.”(아내의 소송대리인 임채웅 변호사)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양쪽의 의견은 팽팽히 맞섰다.
“불확실성이나 변동 가능성을 이유로 퇴직급여채권을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할 경우 오히려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혼인생활의 파탄에도 불구하고 퇴직급여를 수령할 때까지 이혼 시기를 미루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7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양승태)는 19년 동안 유지된 판례를 뒤집고 ‘장래 퇴직급여’의 재산분할을 인정했다. 아직 받지 않은 미래의 퇴직금에서도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한 것이다.
판결의 후폭풍은 거세다. 재산분할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년이다. 따라서 현재 이혼소송 중인 재판 당사자뿐만 아니라 재산분할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혼이 확정된 지 2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소급할 수 있다. 서울 소재 법무법인의 관계자는 “판결 직후 7~8월 사이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가 최근엔 소강상태”라고 전했다.
혼란을 막기 위해 이혼 부부의 퇴직급여의 분할 여부나 기준을 정하는 추가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혼인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이혼한 배우자로부터 연금의 절반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 마련돼 있다. 독일은 연금청산제도가 있어 연금 청산 의무와 청산 비율을 정해뒀고, 연금을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도 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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