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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권 남용에 레드카드 드립니다

국정원 위증 자료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검찰

무죄판결 받은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
등록 2016-12-29 15:14 수정 2020-05-03 04:28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의 변호인단이 2016년 9월1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의실에서 법원의 검찰 공소권 남용 판결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의 변호인단이 2016년 9월1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의실에서 법원의 검찰 공소권 남용 판결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5월1일 검사 3명이 징계를 받는다.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36)씨 간첩 조작 사건 공판에 관여한 검사들이 증거 위조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정직과 감봉 처분을 내린 것이다.

2004년 탈북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유씨는 국내에 체류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국가정보원 직원의 증거 조작이 드러나고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징계가 이뤄지고 불과 여드레 뒤 2014년 5월9일. 검찰은 뒤끝을 작렬시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두봉)가 자신들을 ‘망신’시킨 유씨를 불법 대북 송금 사업 관련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기소한 것이다.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이미 4년 전 검찰 스스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이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2010년 3월29일 “유씨가 초범이고 예금 계좌를 빌려준 것으로는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했다. 검찰이 자기모순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떻게든 유씨에게 올가미를 씌우고야 말겠다는 오만을 드러낸 것이다. 공소권을 남용한 ‘보복 기소’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검찰의 무리수는 1심에서는 먹히는 듯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5년 7월16일 “기초 공소 사실이 바뀌었다면 자의적인 기소가 아니다”라며 공소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배심원 7명 가운데 4명이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지만 무시됐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검찰의 오만은 깨졌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준)는 2016년 9월1일 “검사가 사건을 기소한 것은 통상적이거나 적정한 행사라고 보기 어렵고,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위법으로 평가한다. 이 사건에 대한 기소는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씨가 북한 화교 출신임을 속이고 순수 북한이탈주민으로 위장해 정착지원금을 받은 것에 관해서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한상희 심사위원장(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검찰권 남용을 통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12월21일 과 통화에서 “법원이 검찰의 명백한 보복 기소에 관해 적색 경고를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저로선 2년 동안 검찰에 괴롭힘을 당했고 어떤 보상이나 사과도 받지 못했다. 검찰은 저를 괴롭히겠다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2013년 기소되면서 서울시 공무원직을 잃은 그는 여행사 등에서 시간제 번역일을 하고 있다.




심사위원 20자평


한상희   검찰권 남용은 이렇게 막는 것이다
여연심   권력을 남용하는 검찰에 대한 사법부의 첫 쓴소리. 이런 쓴소리는 더 자주 나와도 좋다
김진   18년 동안 받은 판결문에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관하여”의 결론은 “이유 없다”였는데. 그래도 포기 않고 쓰길 잘했어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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