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가 4명의 탄핵정국 뒤 총선 판세 전망… “한나라당의 반전 노력 별 효과 없을 듯”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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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이 핵폭탄을 맞았다.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결의를 규탄하는 시민들.(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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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수적 우위로 강행 처리한 뒤 메가톤급 역풍이 일면서 총선 구도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70% 안팎의 ‘탄핵 반대’ 여론이 형성됐으며,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평균 35% 안팎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탄핵안 처리 이전과 비교해 단숨에 10%가량 상승한 것을 두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핵폭탄이 떨어진 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대체로 17~18% 선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민주당의 그것은 한 자릿수 범위에서 더 떨어지는 양상이다.
<한겨레21>은 탄핵안 표결 처리 직전인 3월12일 오전 4개 여론조사기관 전문가들과 ‘현 시점에서의 총선 판세 분석’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좌담회 직후 탄핵 변수가 발생함에 따라 기존의 판세 분석이 의미를 상실하게 됐다. 이에 <한겨레21>은 3월13, 14일의 후속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전문가들의 전망을 추가 취재했다.
전문가들은 애초 탄핵안 가결 이전까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1당 경쟁을 벌이되 한나라당이 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것을, 탄핵 쇼크 이후 열린우리당의 1당 가능성이 생긴 것으로 일제히 전망했다.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은 기반지역인 호남에서 탄핵 반대 여론이 가장 강렬하게 표출됨에 따라 존립 기반에 중대한 위협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고건 효과’ 기대하는 건 무리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사회여론조사본부 본부장]
(1) ‘탄핵 충격’ 총선까지 지속될까?
‘탄핵 충격’이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구도가 바뀌기에는 총선까지 시간이 적게 남았다. 물론 탄핵 가결 직후의 감성적 충격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투표에 임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사건이 너무 크다. 예컨대 북한 잠수함이 내려온 사건 정도라면 1주일 정도 영향을 미치고 소멸하겠지만 이번 사건은 다르다. 더욱이 열린우리당이 쟁점을 계속 이어나가려 한다는 점도 총선 영향력을 높이는 변수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 시절보다 더 낫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역시 국정을 잘 못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길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국정 성과는 오랜 기간을 거쳐야 나타난다. 남은 한달 사이에 (‘고건 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야당은 당연히 차단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이를테면 노 대통령이 총선용으로 국민을 압박하기 위해 혼란을 유도했다는 주장이 유포된다면 사정이 달라질 가능성도 없진 않다.
(2) 현 시점에서 총선 판세는?
탄핵안 가결 이전까지는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과 20석 이상의 격차를 내면서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는 거의 드러난 반면에, 한나라당은 숨은 지지층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두 당 가운데 어느 쪽이 1당을 차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어쨌든 열린우리당이 선전하더라도 과반수까지 이른다면 그건 시민혁명 수준인데, 그렇게까진 되지 않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부산·경남에서 5~10석 획득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 앞서거나 당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의 의미임에 유의하는 게 좋다. 막판에 지역바람이 재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탄핵안 가결 이전 상황에서 20~30석의 지역구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 민주당의 사정이 더 나빠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40~50석이 예상됐다면 반토막이 나겠지만, 될 곳만 되는 식으로 이미 워낙 세가 축소된 상황이어서 더 줄어들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0~2석, 비례대표 2~5석으로 본다. 자민련은 지금보다 의석이 늘 가능성이 적다.
한나라당, 부산 · 경남서 5~10석 빼앗긴다
[조용휴 폴앤폴 대표이사]
(1) 지금의 지지율 구도가 100% 이어질 순 없다. 1주일 정도 더 지켜보자. 20일을 전후한 주말 여론조사 결과가 시금석이 될 것 같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볼 때 반짝 여론이라기보다는 지금의 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적 공분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불법 대선자금 사건, 민주당은 한민 공조 등으로 악재를 쌓아오던 터에 또 하나의 대형 악재를 얹었다. 전국적으로 탄핵규탄 촛불집회 따위가 벌어지는 것도 지금의 구도를 굳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전당대회는 분위기 반전 효과가 적을 것이다.
반면에 노 대통령이 숨죽여 있지 않고 특이한 언행을 하고 나설 경우 구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고건 국무총리가 대행 체제를 잘 이끌어나가면서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오히려 고 총리 체제가 더 낫네”라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면 그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대통령 측근비리 돌발 가능성도 변수가 된다.
(2) 탄핵안 가결 이전까지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을 조금 앞선 가운데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민주당은 20여석을 차지할 것으로 봤으며, 자민련은 부활하진 못하고 현상유지 정도, 민주노동당이 2~4석을 얻어 약진하리라고 봤다.
그러나 ‘탄핵 충격’ 이후로 열린우리당이 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 구도가 계속된다면 열린우리당이 130~140석(비례대표 포함), 한나라당이 100석 안팎으로 2당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호남 유권자들이 어느 한쪽으로 표를 몰아주는 ‘전략투표’를 할 가능성이 엿보이는데 그 경우 20석을 밑돌 가능성마저 생겼다. 수도권에선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획득이 예상된다. 부산·경남에선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에 5석에서 최대 10석까지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파병반대 여론’과는 다르다
[이상일 TNS 정치사회본부 차장]
(1) 지금은 감정적 판단이 개입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1~2주일 지나면서 가라앉을 여론은 아니다. 총선이나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다소의 조정은 있겠지만 큰 흐름이 유지될 것 같다. 탄핵안 가결에 따라 국정 혼란 시비 이전에 정서적·도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과거에 야당이 특검이나 장관 해임 등을 수적 우위로 밀어붙일 때도 야당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가도 정작 일이 결정된 다음에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리됐는데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
야당은 고건 권한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탄핵의 정당성을 부각하려 할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이 없어도 국정이 잘 풀리거나 경제가 오히려 좋아진다면 야당의 반전 노력이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총선까지 한달밖에 안 남았다. 단기간에 국정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야당의 국면 반전 노력이 먹힐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와 비교할 때 처음에 반대 여론이 높다가도 결정된 다음에는 이해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과 비교해도 흥미롭다. 즉, 파병의 경우 ‘가급적이면 하지 말라는 것이었지 절대로 안 된다’는 여론은 소수였던 반면에, 이번 사안은 다른 것이다.
(2) 탄핵안 가결 이전까지 1당 자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되 한나라당이 10~20석의 격차로 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은 원내교섭단체(20석)는 무난히 구성하되 30석(비례대표 포함)을 넘기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자민련은 현재의 의석에서 몇석 줄고, 민주노동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서 5~6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했다.
‘탄핵 쇼크’ 때문에 구도가 크게 바뀌었다. 열린우리당이 좋아지고 한나라-민주-자민련 3당이 위축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열린우리당의 급상승한 지지도에 정치적 무관심층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 이들이 총선 때도 열린우리당에 투표할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또한 일대 소용돌이 속에서 조사된 것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이냐도 따져볼 일이다. 탄핵 반대 여론은 그대로 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열린우리당까지 지지해야 할 이유 사이에는 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열린우리당간에 치열한 양강 대결을 벌이던 지역이 상당수였는데 앞으로는 열린우리당 우세 지역이 늘어날 것이다. 전국을 종합해도 열린우리당이 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광주·전남에서도 민주당의 완승이 어려워졌으며, 호남이 완전히 재편될 가능성도 생겼다. 자민련도 막판에 탄핵에 가세한 점 때문에 충청권 지지자들의 동요를 겪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기존의 의석에서 몇석 줄 것이라는 예상에서, 몇석이 추가로 더 줄 것으로 전망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부산·경남도 예상보다 탄핵 반대 여론이 높은데 열린우리당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탄핵 찬반 구도로 여론이 재편된 것이 민주노동당에는 좋지 않은 재료이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압도적으로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의 반사피해 때문이다. 애초 비례대표에서 3~4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거기서 조금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당, 수도권서 70% 의석 가능성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
(1)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검증된 자료가 없는 상태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건 나쁜 일이라며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 가슴으로 지금의 정국을 받아들이는 흐름이 감지된다. 탄핵 규탄 촛불집회에 386세대의 직장인들이 아기를 데리고 나오는 상황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지금의 구도가 큰 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본다.
(2) 한나라당은 18% 정도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더 이상 이탈하지 않을 고정 지지층만이 남아 있는 탓이다. 열린우리당은 주로 무당파층에서 유입된 지지자가 10%의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냈다. 또한 열린우리당 지지자가 많은 20~30대의 투표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탄핵 충격으로 전국적으로 3%가량 지지율이 하락했는데 호남에선 10여%로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탄핵안 가결 이전까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1당을 다투는 양강 구도로, 민주당은 전북 1~2석과 광주 일부, 전남을 합쳐 지역구 20여석을 얻고 비례대표를 합치면 30여석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 이후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이 70% 가까운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생겼다. 호남에선 최악의 경우 민주당이 전멸할 가능성도 있다. 충청권에선 자민련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열린우리당이 60% 가까운 의석을 얻을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는 열린우리당이 130여석(비례대표 합쳐서)을 얻어 1당, 한나라당이 100석가량으로 2당, 민주당이 20석 안팎의 의석에 머물 가능성이 예상된다. 부산·경남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물 경쟁력 변수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있는 곳은 5~10곳이다.
민주노동당은 또 다른 의미에서 탄핵 충격의 역풍을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다를 것 같다. 열린우리당의 상승세 때문에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안심하고 민노당을 찍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지역구 2석, 비례대표 3석을 합쳐 5석가량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