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길을 가려면 지도를 봐야 한다. 지도를 보려면 독도법을 익혀야 한다. 하지만 중저가 보급형 내비게이션이 널린 지금 누가 지도를 보고 독도법을 익히고 있으랴. <한겨레21>이 ‘4·9 총선’의 핵심 포인트로 ‘고고씽’(‘지금 가자’는 뜻의 인터넷 은어)할 수 있는 최고급 내비게이션을 장착해드린다.
‘4·9 총선’의 최대 이벤트는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메인 매치가 아닌, 한나라당 내부의 오프닝 경기다. 내부 경선 과정에서의 친이명박(친이)과 친박근혜(친박)의 충돌이 더 드라마틱하다. 이명박 당선자 쪽에서는 3월 초까지 꼼꼼한 내부 검토를 거쳐 4·9 총선에 나설 후보군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명박 당선자를 만나고 나온 박근혜 전 대표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 때, 왜 주변 측근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을까.
2월25일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해 ‘이명박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새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뜨거운 ‘허니문’ 기간이 조성된다. 공천 결과에 불복해 한나라당을 떠나려는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쏠리는 힘을 힘겨워하지 않을 수 없다. 친박 쪽 의원들은 2월 중순까지 공천이 결정될 때마다 ‘중간 발표’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양쪽의 그 팽팽한 줄다리기의 결과를 예측해봤다.
박근혜 전 대표의 탈당을 내심 기대했던 한나라당 옆 자유신당의 속도 까맣게 타고 있다. 자유신당행 티켓을 살까 말까 고민하던 통합신당의 충청권 의원들도 좀더 지켜보자고 자리에 눌러앉았다.
설 연휴를 지나면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여부가 결정나고, 창조한국당의 운명도 정해진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수도권은 지금 기대와 흥분이 교차하는 상태다. ‘안정이냐, 견제냐’라고 물어보면, ‘안정’이라는 답이 ‘견제’를 초과한다. 수도권의 외면 속에 통합신당은 ‘호남 지역당’으로 전락할 상황이다. 수도권이 통합신당을 철저히 외면하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도 중요하다.
이런 외면이 통합신당과 민주당엔 합치라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이후 수없이 변신과 합체를 거듭해온 터라 국민은 무관심하다. 통합에 나서는 본질적인 이유도 자체의 후보 난립을 막아 표 분산을 최소화하자는 정치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무관심을 더 부채질한다.
그래도 이들이 장기적으로 ‘역사를 후퇴시킨 장본인’이라는 오욕은 피할 수 있는 길도 찾아봤다.
한국 정치사는 유난히 변수도 많고, 그래서 드라마도 많다. 누구나 두 달 뒤인 4·9 총선까지 숱하게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감한다. 예언은 불가능하지만, 변수를 점검하는 것은 가능하다. <한겨레21>이 뽑은 4·9 총선 ‘5대 변수’를 내비게이션 삼아, 흥미로운 총선 여행을 ‘고고씽’해보자. 자,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