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역당으로 전락할 가능성 높은 대통합민주신당… 김대중 영향력 확대되고 새 인물 영입도 막혀
▣ 이태희 기자 한겨레 사회부 hermes@hani.co.kr
‘호민련’(호남 자민련)? ‘도로평’(도로 평민당)?
대통합민주신당의 위기를 상징하는 말들이다. 4·9 총선에서 통합신당은 호남을 중심으로 한 지역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까지 더 강해질 형국이다.
<한겨레21>이 설문을 의뢰한 여론조사 전문가 8명이 제시한 ‘4·9 총선’에서의 통합신당 의석수는 대략 60석 정도로 수렴됐다. 호남 지역(31석)의 90% 정도와 수도권과 충청권의 일부, 그리고 비례대표 10~12석 정도를 기준으로 한다.

△ 1월2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손 대표가 “50년 정통 야당의 계승자”라며 정통성을 인정해줬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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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공천권은 8인회가 좌지우지”
이 때문에 안정적 당선을 기대할 수 있는 호남에서는 지금 치열한 공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호남에서는 ‘물갈이’에 대한 요구도 높아 현역 의원을 교체하기 위한 명분은 충분하다. <광주일보>가 신년호에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의 지역구 의원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56.4%로 나타났다. 통합신당 내부에서도 공천 혁명의 성공 여부는 호남에서 결판이 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대적으로 개혁적 색채가 강했던 호남의 전통을 이어가려면 개혁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한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호남의 상황은 퇴행하고 있다. 통합신당의 한 의원은 “호남의 공천권은 ‘8인회’가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8인회란 통합신당 창당 과정에서 신당행을 결의한 민주당 출신 8인의 모임이다. 김효석 통합신당 원내대표와 이낙연 대변인,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 정균환 최고위원 등이 구성원이다. 연고별로 보면 박광태 광주시장은 광주, 박준영 지사와 김효석 원내대표, 이낙연 대변인은 전남, 그리고 정균환 최고위원은 전북이다. 이들은 창당 당시부터 ‘손학규 지지’라는 뜻을 반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상대적으로 ‘반손학규’ 정서가 강했던 열린우리당 출신의 호남 쪽 의원들과는 대조적이었다. 손학규 체제가 들어선 이상 이들의 입김이 더 강해질 것이란 추측은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발휘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이번 총선에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나타났듯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서부벨트’의 후계자라는 정통성을 확인받고, 김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은 이제 이쪽에서는 ‘정례 코스’가 돼버렸다. 손학규 대표도 지난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했다. 영원한 ‘김대중맨’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이미 목포 출마를 예고한 바 있다.
비례대표 후보, 창당 주역 대부분
‘새로운 피’의 수혈 통로인 비례대표도 기득권 때문에 막힐 우려가 있다. 통합신당이 기대할 수 있는 비례대표는 10명 안팎이라는 게 정설이다. 자천타천으로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통합신당 창당 주역이 대부분이다. 시민사회 쪽에서는 오충일 전 대표와 김호진 전 쇄신위원장 그리고 김상희 최고위원과 양길승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정대철 고문과 정균환 최고위원도 ‘창당 기여’와 ‘명예 회복’ 등의 논리를 내세워 비례대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출마 요구가 높은 손학규 대표와 강금실 최고위원도 비례대표를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당직자 몫으로 1~2명을 넣으면 인원이 꽉 찬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능력있는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의 안정적인 순위를 주는 것이 유일한 방안인데, 당내 인물들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며 “당내 인사는 안 된다는 원칙을 천명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