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탄돌이’ 대신 한나라당 간판만 달면 당선되는 ‘한돌이’의 세상?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괴소문이 사실이 될 수도 있다.” 전화기 너머 임종석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서울 성동을)의 목소리엔 당최 힘이 없었다. 그럴 만도 한 게 통합신당의 의석수가 수도권에서 5석이나 10석에 그칠 수 있다는 ‘괴소문’이 최근 여의도 정가를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 분위기를 묻자, 그는 “여기라고 다른가? 똑같다. 서울 분위기가 다 그렇지, 험하다. 당 지지율 차이가 대여섯 배 차이가 나는데…. 당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올라야 인물 대결이라도 하지”라고 말했다.

△ 우원식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오른쪽)이 지역구 상가를 돌고 있다. 당의 낮은 지지율은 선거의 최대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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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석 최고 점유율 깰 듯
지난 대선에서 수도권은 이명박을 택했다. 투표를 한 유권자의 52%가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23.9%)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988년 이후 수도권이 특정 정당의 대선 후보에게 쏠린 건 처음이었다.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수도권이 총선에서도 그럴까?
수도권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한국 정치사에서 ‘전통적인 야권’으로 불리는 세력을 일방적으로 내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겨레21>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역대 총선 결과를 분석했더니, 수도권은 13대 때 민정당에 32석을 줬지만 평민당(23)과 통일민주당(15)에 38석을 줬다. 14대 때엔 민자당에 39석을, 민주당엔 34석을 줬고, 15대 때는 신한국당에 54석, 국민회의엔 30석, 16대 때는 한나라당에 40석을, 민주당엔 56석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17대에서는 한나라당에 33석을, 열린우리당엔 76석을 몰아줬다. 지금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과 신한국당은 92년과 96년 수도권에서 승리했을 뿐이다. 98년 정권교체 이후엔 지금 통합신당의 전신인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승리했다.
오는 4월9일엔 이런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은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에 몰표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이 15대 때 세운 수도권 의석 최고 점유율 56%를 깰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은 수도권에서 통합신당의 정당 지지율의 거의 10배에 육박한다. 지난 1월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통합신당은 서울에서 2.1%, 인천·경기에서 5.6%를 기록해, 같은 지역에서 각각 59.1%와 51.0%를 얻은 한나라당과 엄청난 격차를 보였다. 현재 통합신당 안팎에서는 김근태·천정배·이목희·원혜영 의원 등이 그나마 수도권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군으로 꼽힌다.
“어느 당이냐고 물어볼 때가 괴롭다”
서울 노원을이 지역구인 통합신당의 우원식 의원은 의정 활동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초선 의원이다. 하지만 그의 재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어느 당이냐고 물어볼 때가 제일 괴롭다”고 말했다. 정당이 되레 지지율을 까먹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에서 통합신당 현역 의원들이 이름조차 생소한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에게 2~3배의 격차로 밀리는 곳이 수두룩하다. 김형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명지대 교수)은 통합신당이 수도권에서 최소 10%(11석)의 의석수를 확보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지역구 의석의 절반에 가까운 109석의 수도권에서 93석 안팎의 압승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은 전체 의석수에서 200석을 달성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셈이다.
2004년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 간판만 달면 당선이 됐던 것에 빗댄 ‘탄돌이’들이, 이번엔 한나라당 간판만 달면 쉽게 당선되는 ‘한돌이’들로 교체될지 모른다. 여의도를 떠도는 ‘괴소문’은 소문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