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1월31일 제696호
자유신당, 원내교섭단체 되나

대구·경북 불안해도 충청권 사정 괜찮은 편…대선잔금 수사 등 돌발 악재 터진다면 힘들어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1월 말 한나라당과 자유신당(가칭) 사이에서 감정 실린 공방이 오갔다. 발단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이끄는 자유신당이 여의도 용산빌딩으로 당사를 옮기며 시작됐다. 이 건물은 한나라당 당사가 입주해 있는 한양빌딩을 딱 마주 보고 있다.

지난 대선 직전 이 전 총재의 출마로 긴장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당장 논평이 나왔다. 정광윤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면서 한나라당을 괴롭히려는 심산”이냐며 자유신당을 겨냥했다.


△ 자유신당이 1월10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며 총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김혁규 전 의원, 강삼재 창당준비위원장. (사진/ 한겨레 강재훈 기자)

TK지역, 경쟁력 있는 후보 없다

4월9일 총선까지는 두 당이 이런 식으로 맞부닥뜨릴 일이 많을 것 같다. 두 당의 총선 성적은 상충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자유신당이 4·9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다면 이는 곧 한나라당이 그만큼의 의석을 빼앗긴다는 사실이나 마찬가지다.

자유신당이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누구나 다 아는 전제조건이 있다. 한나라당의 공천 작업이 최대한 시끄러워야 한다. 그런데 1월23일 이명박 당선자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만남이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이튿날 지상욱 자유신당 대변인은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는 국민들로부터 신망받는 차세대 지도자인데 그분의 거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언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이 커지지 않는다면 자유신당으로서는 1996년 제15대 총선의 ‘자민련 돌풍’을 재현하기란 어렵다. 현실적으로 1월 말 현재까지는 대구·경북(TK)에 내놓을 만한 마땅한 후보조차 없는 형편이다.

현역인 곽성문 의원이 대구 중·남구를 노리고 있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로 활약 중인 이주호 의원(비례대표)과 박영준 당선자 비서실 총괄팀장의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 백승홍 고문은 지역구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 선거를 이끌고 있는 곽성문 자유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1월22일 “솔직히 말해서 현재로서는 TK 지역에 내놓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다”면서 “1월28일 시당을 창당한 뒤 본격적으로 사람을 찾으려 노력하겠지만 아무래도 박근혜 전 대표 쪽의 움직임을 좀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회창 전 총재와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가 버텨주고 있는 충청권의 사정은 괜찮은 편이다. 자유신당 내부에서는 24석이 걸린 충청 지역에서 15석에서 최대 20석까지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자유신당이 충청권에서 가져갈 의석수를 10개 안팎으로 내다봤다.

성적표 둘러싼 변수 세 가지

권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은 “충북에서는 한나라당과 경합을 벌일 수도 있겠지만 대전과 충남은 다소 여유가 있다”면서 “지금 분위기로만 봐도 15석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자유신당은 충청권에서 15석 정도만 획득할 수 있다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눠갖는 비례대표 의석까지 합쳐 20석을 채우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유신당은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자유신당의 총선 성적표를 둘러싼 변수는 세 개다. 박 전 대표 쪽에서 공천 탈락에 불만을 품은 경쟁력 있는 후보가 대거 몰려오면 20석을 넘을 수도 있다. 기대하는 부분이다. 충북에서도 오제세, 이시종, 서재관, 김종률 등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의원들이 자유신당으로 몸을 실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반면 이 전 총재에 대한 대선잔금 수사 등 돌발적인 악재가 터진다면 20석 확보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자유신당으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