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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걸어잠근 국제사회...미국도 마이너스, 독일도 마이너스

문 걸어 잠근 국제사회, 2분기 GDP 성장률 최악
등록 2020-09-06 11:53 수정 2020-09-09 01:32

코로나19가 다시 번졌다. 잠시 주춤했던 코스피지수는 2400을 내다본다. 8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증가세(한국감정원, 0.52%)를 멈추지 않았다. 더 강화된 거리 두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감염병 재확산에도 경제위기에 대한 공포는 2~3월과 비교해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그러므로 괜찮은 걸까? 이렇게 많은 것이 멈춰 섰는데? 다시, 천천히, 돌아본다.

첫 번째 코로나19 충격 때 만났던 자영

2020년 9월2일 프랑스 파리의 시청 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진단검사소에서 보호안경과 마스크를 쓴 의료인이 의심 증상자의 검체를 면봉으로 채취하고 있다. 이날 프랑스에서만 누적 확진자가 30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3만 명을 넘어섰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0년 9월2일 프랑스 파리의 시청 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진단검사소에서 보호안경과 마스크를 쓴 의료인이 의심 증상자의 검체를 면봉으로 채취하고 있다. 이날 프랑스에서만 누적 확진자가 30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3만 명을 넘어섰다. 로이터 연합뉴스


업자와 청년노동자의 이야기를 다시 듣는다. 그사이 빚을 냈다고 했다. 실직했다고 했다. 꿈을 미뤘다고 했다. 당장 버텨야 해서, 미래의 어느 시점 회복을 위해 써야 할 힘을 끌어다 썼다. 예전으로 돌아갈 길이 한층 멀어질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2020년 2분기(4~6월)를 정리한 숫자들을 천천히 본다. 하위 20% 가구 소득은 14.4% 줄었다. 상위 20% 가구 소득은 3.7%밖에 줄지 않았다. 대면 서비스 업종은 크게 뒷걸음쳤다. 금융업과 주거용 건설업은 성장했다. 위기는 차별적이다. 세계를 돌아본다. 아프리카 우간다부터 독일까지. 좌판 장사를 시작한 교사, 자영업자가 된 실직자… 남 일 같지 않은 얘기가 들린다.

미래의 어느 시점 혹은 어떤 산업 혹은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서야, 괜찮을 수 없는 경제는 괜찮은 듯 침착하다._편집자주

해리엇 아가시우는 아프리카 중부 국가 우간다의 한 사립학교 교사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책으로 학교가 임시 휴교에 들어가자 급여가 끊겼다. 졸지에 실업자가 됐지만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었다. 얼마간 저축해둔 돈으로 먹고살았는데 그마저 바닥났다. 지금은 시내 길바닥에 조그맣게 자리를 깔고 앉아 구운 옥수수와 채소를 팔고 있다.

아가시우는 9월1일 영국 방송에 “학교가 문을 닫기로 했을 때 앞으로 몹시 힘들어질 걸 알았다. 살길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길거리 좌판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여기 있지 말라’고 쫓아내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죠. 당국도 종종 좌판 단속을 나와요. 비가 와도 장사할 수 없어요.” 아가시우는 “(이 일을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건 ‘내가 가르치는 것 말고도 생계를 위해 다른 뭔가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학교가 다시 문을 열어도 주말에 푼돈이나마 벌기 위해 이 일을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록다운(Lockdown·집회와 이동의 제한) 상황에서 교사들이 헤쳐나가야 할 일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는 끝내 눈물이 맺혔다.

미국 -9.1%, 일본 -9.9%, 독일 -11.3%

벌써 9개월째 지구촌 전역을 휩쓰는 코로나바이러스는 환자와 주변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일상과 사회시스템, 국가경제까지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대부분 나라에서 여행과 모임이 통제되고, 상당수 공장과 학교가 휴업하고, 실업자가 늘고, 영세한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가난한 사람, 가난한 나라일수록 봉쇄령의 충격이 심각하지만, 부유한 선진국이라고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특히 ‘사회적 록다운’이 길어지면 영세 사업장부터 ‘경제적 셧다운’(일시적 혹은 영구적 폐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0년 2분기(4~6월)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따른 경제 위축이 확연하다. 주요국 가운데 중국만 유일하게 2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을 뿐, 거의 모든 나라가 두 자릿수를 넘나드는 ‘마이너스성장’을 보였다. 미국(-9.1%), 일본(-9.9%), 독일(-11.3%) 같은 경제 대국들이 10% 안팎의 역성장을 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17.7%), 스페인(-18.5%), 프랑스(-18.9%)의 경제 타격은 더 컸다. 하나같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 또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지 수십 년 만에 최악”이라는 탄식과 우려가 쏟아져나왔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록다운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지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시기에 대부분 나라가 국경 폐쇄와 전 국민 이동 통제까지 불사하며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13억 인구에 GDP 규모가 세계 5위인 경제 대국 인도는 2분기 경제성장률이 -23.9%라는 충격적 수치를 기록했다. 1996년 인도가 분기별 성장률 집계를 시작한 이후 24년 새 최악의 침체다. 앞서 인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월25일부터 5월 중순까지 두 달 가까이 전국 이동을 막아, 전 국민에게 사실상 가택연금을 강행했다. 상점과 산업시설도 문을 닫았고, 인도 아대륙의 거대한 경제는 한동안 ‘가사 상태’에 빠졌다.

중국만 ‘나 홀로’ 플러스 성장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플러스’로 반등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1분기에 사상 최악인 -6.8%까지 추락했던 것과도 극적으로 대조된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은 3월 중순까지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확진·사망자 수를 기록하며 우한시를 통째로 폐쇄하는 등 초강력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3월 하순 감염병 사태가 현저하게 진정세로 돌아서자 과감하게 국내 봉쇄 조처를 풀고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2분기 들어 기대 이상의 경제회복 실적은 그런 정책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일자리 증발과 실업자 증가는 동전의 양면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실업률은 6월(7.7%)에 이어 7월에는 7.9%로 전달보다 더 커졌다고 <유로뉴스>가 9월1일 유럽연합(EU) 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스페인은 2분기 공식 실업률이 15.3%로 유로존 평균의 갑절이나 됐다. 통상 스페인에서 매년 2분기는 관광 시즌이 시작되는데다 농업 부문의 계절노동자 수요까지 겹친 ‘고용 황금기’라는 사실이 무색해진다. 스페인은 2013년 1분기 실업률 26.9%로 최악의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말까지 꾸준히 줄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2020년 들어 7년 만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는 2020년 상반기에 스페인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라진 일자리가 8%나 늘어, 유럽 다른 나라들의 3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일자리 잃고 자영업자로 전환했지만

이동과 모임 제한의 충격파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맨 먼저 닥친다. 장기간 매출 급감으로 문을 닫는 업소도 속출한다. 다른 한편에선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고용 불안을 느낀 노동자들이 자영업자로 변신하는 흐름도 있다. 코로나19 록다운의 역설이다. 8월31일 영국 방송은 “웨일스 지방에선 4~7월 신규 등록한 자영업체 수가 전년 동기보다 10.7% 줄어드는 데 그쳤으며, 최근 두 달 새 신규 등록 건수는 사실상 더 많았다”고 보도했다. 웨일스 중소기업연맹도 “자영업 창업에 대한 시민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32년 경력의 미용사 앤마리(48)는 최근 ‘부돕스 헤어 솔루션’이란 미용실을 개업했다. “한 상가 건물에 점포 자리가 났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곧바로 입점을 결심했죠.” 그는 “이 업종에서 30여 년간 일했는데 지금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느낀다”며 “제2의 코로나 확산과 또 다른 록다운이 없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제
http://h21.hani.co.kr/arti/SERIES/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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