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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락의 각주 경제

[각주경제] 저소득층 깊게 할퀸 코로나19 손톱

2분기 가계소득, 소득 낮은 계증에서 감소 폭 더 커

제1329호
등록 : 2020-09-05 20:38 수정 : 2020-09-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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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저소득층에게 더 큰 상흔을 남겼다. 노숙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급식소가 중단되기도 했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코로나19가 다시 번졌다. 잠시 주춤했던 코스피지수는 2400을 내다본다. 8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증가세(한국감정원, 0.52%)를 멈추지 않았다. 더 강화된 거리 두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감염병 재확산에도 경제위기에 대한 공포는 2~3월과 비교해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그러므로 괜찮은 걸까? 이렇게 많은 것이 멈춰 섰는데? 다시, 천천히, 돌아본다.

첫 번째 코로나19 충격 때 만났던 자영업자와 청년노동자의 이야기를 다시 듣는다. 그사이 빚을 냈다고 했다. 실직했다고 했다. 꿈을 미뤘다고 했다. 당장 버텨야 해서, 미래의 어느 시점 회복을 위해 써야 할 힘을 끌어다 썼다. 예전으로 돌아갈 길이 한층 멀어질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2020년 2분기(4~6월)를 정리한 숫자들을 천천히 본다. 하위 20% 가구 소득은 14.4% 줄었다. 상위 20% 가구 소득은 3.7%밖에 줄지 않았다. 대면 서비스 업종은 크게 뒷걸음쳤다. 금융업과 주거용 건설업은 성장했다. 위기는 차별적이다. 세계를 돌아본다. 아프리카 우간다부터 독일까지. 좌판 장사를 시작한 교사, 자영업자가 된 실직자… 남 일 같지 않은 얘기가 들린다.

미래의 어느 시점 혹은 어떤 산업 혹은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서야, 괜찮을 수 없는 경제는 괜찮은 듯 침착하다._편집자주

갑작스레 닥친 새로운 위기에 처음부터 적실한 대응을 하기 어렵다. 2020년 1월 말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올 때만 해도 코로나19를 어떻게 표기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은 있을지언정 한 달 뒤 파국을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1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윤곽을 그릴 때인 2월 중순에도 여당 핵심 인사들의 머릿속 기준점은 어디까지나 5년 전 불거진 감염병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였다. 현재 관점에서 돌아보면 어처구니없는 안이한 상황 인식이었다. 그러나 그 안이함은 코로나19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으며, 당시 그렇지 않은 이도 드물었다. 그 책임을 정부·여당에 오롯이 돌리기는 어려운 이유다. 숨 가쁜 3~4월이 지나고 코로나19 공포가 잦아들 즈음, 한국 사회는 다시 ‘2차 파동’을 맞고 있다. 1차 파동을 ‘학습’한 현재 2차 대응은 달라야 한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친 영향은 차별적이었다. 바이러스 공격은 무차별적이지만 그 영향은 산업별로 차이가 컸고 직장 내 위치에 따라 충격도 달랐다. 외려 ‘코로나19 특수’를 이야기하는 업종과 산업이 있으며, 여기에 열광하는 주식투자자도 있었다. 부동산 가격도 꿈틀댔다. 1차 파동 때도 어느 정도 예상된 흐름이었으나, 그 차이가 얼마큼 될지는 가늠하지 못했다. 소득·업종·직위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 균등 보조금 지급 구상이 여론의 지지를 받은 건, 단지 총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합리적 선별 기준을 세우고 신속히 지급할 행정적 기술이 부족하고 북유럽의 우파 정치세력이 중심이 돼 추진한 기본소득에 흠뻑 빠진 특정 세력의 여론전만도 아니었다. 이제 1차 파동이 할퀴고 지나간 경제 현주소를 통계로 톺아보자.

소득 낮은 계층에 더 깊이 파인 골

통계청은 8월20일 2020년 2분기(4~6월) 가계소득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 조사는 소득의 종류와 수준에 따라 그 변화를 매 분기 담아낸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1차 파동이 집중됐던 2분기를 다루는 터라 주목도가 높았다. 가장 눈에 띈 조사 결과(명목·전국 기준)는 소득분위에 따른 소득 변화였다. 예상대로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의 소득 감소 폭이 컸다.

<한겨레>가 해당 조사 결과(2인 이상 가구·명목 기준)가 보여주는 소득 중 근로·사업·재산소득만 떼어내 분석해보니, 1분위(하위 20%) 가구의 합산 소득은 2019년 2분기보다 17.0% 줄었다. 전체 가구 감소율(5.2%)의 3배 수준이다. 2분위와 3분위, 4분위의 소득 감소율은 각각 7.1%, 5.2%, 4.2%였다. 소득수준이 높은 가구일수록 소득 감소율은 내려간 셈이다.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율은 4.0%다. 근로소득만 떼어놓고 보면 이 흐름은 더욱 도드라진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 감소율은 무려 18.0%였다. 5분위 가구 근로소득 감소율(4.0%)의 4배를 넘어섰다.

이 차이는 가구소득이 낮은 가구는 자산소득이 적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더불어, 경제 충격시 타격을 쉽게 입는 불안정 일자리에 가구주를 비롯한 가구원이 종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소득수준이 높은 가구의 경우 노조가 있어 경영주가 쉽사리 고용 조정을 하기 어렵거나 지급 능력이 탄탄한 기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크고 금융·부동산 등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도 기대할 수 있다.

계층 간 소득 격차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급하면서 어느 정도 완화됐지만, 보편 지원인 탓에 격차 해소 폭은 좁았다. 2분기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공적 이전소득’은 가구당 월평균 77만7천원인데, 이는 1년 전보다 43만6천원(2.3배) 늘어난 규모다. 이를 소득계층별로 뜯어보면 좀더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1분위 계층의 공적 이전소득은 같은 기간 1.7배(34만원) 늘어나, 전체 소득계층 중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가장 소득수준이 높은 5분위 가구의 공적 이전소득은 한 해 전보다 2.8배(48만원) 불었다. 증가액이 5분위 가구가 1분위 가구보다 높은 이유는, 재난지원금이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차등 지급된 영향이 크다. 5분위 가구의 가구원 수(평균 3.52명)는 1분위 가구(평균 2.34명)보다 더 많다. 보편 지급에다 개인별 지급이라는 방식이 재난지원금 배분의 역진성을 낳았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2020년 상반기 정부의 재난지원금은 어려운 계층이 아닌 중·상위층을 겨냥한 지원책이었던 셈이다.

업종마다 코로나19 충격은 천차만별

한국은행이 9월1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는 1차 파동 때 업종별 충격 차이를 담고 있다. 전반적인 평균성장률(계절조정·실질·전기비)은 -3.2%였지만, 업종에 따라 -19%에서 +4%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36개 업종(세분류 기준·세분류가 없을 땐 중·대분류 활용)의 성장률을 따져봤다. 그 결과, 2분기에 가장 혹독한 어려움을 겪은 업종은 ‘섬유 및 가죽제품 제조업’(-19.3%)과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19.2%), ‘운송장비 제조업’(-18.0%)이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대면 접촉이 크게 줄어들면서 여행·쇼핑객이 급감한데다 저비용항공사 중심으로 과잉공급 부담을 안고 있던 항공산업이 휘청대면서 관련 제조산업에 불똥이 튄 탓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운수업(-8.9%)과 도소매업(-4.3%) 등의 업종도 평균(-3.2%)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

코로나19란 바이러스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와중에도 플러스 성장한 업종도 수두룩하다. 그중 단연 ‘금융 및 보험업’이 눈에 띈다. 이 업종은 2분기에 전 분기보다 3.9%나 성장했다. 2018년 1분기(4.0%)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코로나19 1차 파동 때 기록한 셈이다. 1차 파동이 시작된 2월 말~3월 초 급락한 주가지수는 3월 말부터 급등해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식투자를 하지 않던 개인들도 대거 증권 계좌를 개설하며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동학 개미’의 등장이다. 이들로 인해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자연스레 ‘금융 및 보험업’의 부가가치가 증가했다.

이 와중에 주거용 건설업은 성장률 ‘+’

분석 대상 36개 업종 중 성장률 2~3위를 ‘전문 건설업’(3.8%)과 ‘주거용 건물 건설업’(1.9%)이 차지한 것도 눈길을 끈다. ‘토목 건설업’(-4.2%), ‘비주거용 건물 건설업’(-3.2%) 등 건설산업에 속하는 다른 업종은 예외 없이 코로나19 1차 파동 때 어려움을 겪은 것에 견주면 놀라운 성적표다. 이는 2020년 상반기 부동산 활황 속에 사회간접자본(SOC) 등 토목 분야보다 아파트 등 주택 부문의 건설 경기가 나쁘지 않았고, ‘집콕’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거 리모델링에 관심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대표 가구 업체인 현대리바트와 한샘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모두 50% 내외 늘었다.

김경락 <한겨레> 기자 sp96@hani.co.kr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제
http://h21.hani.co.kr/arti/SERIES/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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