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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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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감염된 경제...그때와 같은, 어쩌면 더 가혹한

2020년 초 <한겨레21>이 만난 자영업자, 취업준비생, 비정규 노동자,
다시 코로나19를 말하다
등록 2020-09-06 11:27 수정 2020-09-09 01:32
8월19일 오후 한산한 서울 남대문시장 모습.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8월19일 오후 한산한 서울 남대문시장 모습.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코로나19가 다시 번졌다. 잠시 주춤했던 코스피지수는 2400을 내다본다. 8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증가세(한국감정원, 0.52%)를 멈추지 않았다. 더 강화된 거리 두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감염병 재확산에도 경제위기에 대한 공포는 2~3월과 비교해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그러므로 괜찮은 걸까? 이렇게 많은 것이 멈춰 섰는데? 다시, 천천히, 돌아본다.

첫 번째 코로나19 충격 때 만났던 자영업자와 청년노동자의 이야기를 다시 듣는다. 그사이 빚을 냈다고 했다. 실직했다고 했다. 꿈을 미뤘다고 했다. 당장 버텨야 해서, 미래의 어느 시점 회복을 위해 써야 할 힘을 끌어다 썼다. 예전으로 돌아갈 길이 한층 멀어질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2020년 2분기(4~6월)를 정리한 숫자들을 천천히 본다. 하위 20% 가구 소득은 14.4% 줄었다. 상위 20% 가구 소득은 3.7%밖에 줄지 않았다. 대면 서비스 업종은 크게 뒷걸음쳤다. 금융업과 주거용 건설업은 성장했다. 위기는 차별적이다. 세계를 돌아본다. 아프리카 우간다부터 독일까지. 좌판 장사를 시작한 교사, 자영업자가 된 실직자… 남 일 같지 않은 얘기가 들린다.

미래의 어느 시점 혹은 어떤 산업 혹은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서야, 괜찮을 수 없는 경제는 괜찮은 듯 침착하다._편집자주

대구 동성로도, 서울 망원시장도, 전주 도심도, 인천공항도 “다시 그때 같다”고 말했다. 대구 원도심 고기뷔페 사장 김병철씨, 서울 망원시장 두부가게 사장 김진철씨, 전북 전주 취업준비생 ㅂ(33)씨, 공항 비정규직이던 하덕민(30·가명)씨가 각자의 자리에서 2020년 8월의 풍경을 전한다. 2월부터 4월까지 <한겨레21>과 만나, 처음 코로나19를 맞닥뜨린 당혹감과 공포를 이야기했던 이들이다.

그때 같은, 어쩌면 그보다 가혹한 풍경이 돌아왔다. 풍경은 비슷해도 “지금 느끼는 공포는 그때와 좀 다르다”고들 했다. “처음 코로나19가 터졌을 때는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는 황당한 일이라서 공포가 컸어요. 지금은 어떻게 될지 알기는 알아요. 알면서도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그때마다 나는 비슷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죠. 예전으로 돌아갈 시간이 길어질 거예요. 그러다가 돌아가지 못하면 어떡하죠.”(고기뷔페 김병철 사장)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죠?”

그저 막막했던 2~4월과 달리, 이들도 지금은 확산이 진정되고 몇 주를 견디고 나면 사정이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걱정은 좀더 근본적인 데를 짚는다. 첫 번째 타격(2월) 앞에 빚을 내거나 일을 멈췄다. 한 번은 그렇게 버텼는데, 몇 달 새 두 번째 타격(8월)이 왔다. 또 몇 달 뒤 세 번째, 네 번째 타격을 떠올리며 걱정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때마다 또 빚을 내거나 일을 멈춰야 할 거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탄성과 이력효과. 물리학 용어를 빌린 두 단어 사이에서 네 사람, 그리고 우리 경제의 지난 7개월을 생각한다. 이전 경제로 돌아갈 수 있을까(탄성), 이대로 변한 채 굳어버릴까(이력현상). 정부는 파국을 막거나 늦추지만, 동시에 예전 경제회복 경로로 돌아가는 일을 어렵게 하는 위기 대응을 한 상태다. 불가피했다. 금리를 낮추고 대출을 지원해 빚으로 버티게 도왔다. 소득이 줄었으므로 부채 부담은 가파르게 늘었다. 고용에선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 사태를 막아냈다. 대신 청년 신규 채용 감소나 임시·일용직 감소는 어쩔 수 없었다. 부채나 청년실업 같은 위기 대응의 이면이 “중장기적 리스크가 되어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하준경 한양대 교수)은 알았다. 다만 정부도 전문가도 네 사람도, 일단 위기가 가라앉고 나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경제의 탄성을 믿고 버티는 데 일단 집중했다. 8월 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까지.

“끝을 알 수 없고 언제든 반복될 위기라는 건, 그리 간단한 게 아니었다”고 두 김 사장과 ㅂ씨, 하덕민씨가 되새긴다. 만나기조차 부담스러운 날들, 전화로나마 안부를 묻는다. 각자의 가게와 일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경제 전반이 처한 상황을 함께 생각한다.

고기뷔페 김 사장: 은행과 친척들에게 돈을 빌렸다

“8월19일, 20일 예약이 없었고 21일은 있다가 취소됐고….” 대구에서 고기뷔페를 운영하는 김병철 사장(제1309호)이 예약 노트를 펼치는 소리가 들린다.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든 것까지는 처음 만난 4월 그대로다. 달라진 점도 있다. 지금은 빚이 있다.

김 사장은 “7월 초 은행에 결국 2천만원 빚을 졌다”고 했다. 집안 어른들한테도 조금씩 돈을 빌렸다. 한사코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래도 여러 상황을 고려하니 빚내는 게 답이었다. 식자재비를 비롯해 치러야 할 대금이 밀려 있었다. 반면 자영업자 혜택까지 받으니 금리는 0.48% 정도로 낮았다. 무엇보다 7월에 이르자 고깃집 매출이 80% 수준까지 회복됐다. 조금씩 ‘골목에서 손님 많은 가게’로 알아주던 예전 기세를 회복하는 것 같았다. 빚 없이 버티기 어려운 상황, 낮은 금리, 회복에 대한 확신을 모아 결단을 내렸다.

기왕 빌린 돈은 의미 있게 써볼 생각이었다. 대금을 치르고 남은 돈으로 포장과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김밥집을 인수할 계획도 세웠다. “아예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작은 가게를 하나 더 차리면 고깃집에서 난 손해를 좀 메울 수 있겠다 싶었어요.” 8월 초 계약 단계까지 갔던 김밥집 인수는 웃돈을 얹어준다는 경쟁자에게 밀려 실패했다. 배달 장사의 인기를 실감했다. 일단은 고깃집 매출이 살아나니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2주 뒤 모든 것이 뒤집어졌지만.

서울 망원시장에서 두부를 파는 김진철 사장(제1302호)의 한숨은 좀더 깊다. 그 역시 7월, 2천만원을 빌렸다. “어디 썼는지도 모르게 다 써버리고 나니” 코로나19가 다시 번졌다. 매출은 2월보다(당시 70% 정도 매출 감소)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빚은 남았다. “버는 돈이 줄면 또 빚내야 하죠. 악순환인 거예요, 악순환.”(김진철 사장)

‘악순환’은 두 사장 이야기만은 아니다. 2020년 1분기 말 기준 명목GDP 대비 민간 부채(신용) 비율은 201.1%(추정치)에 이른다. 한 해 전보다 12.3%포인트 올랐다.(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빚은 늘었고 소득은 줄었다. 부동산·주식 가격 오름세에 올라타기 위해 빚으로 투자 대열에 오른 이도 많을 것으로 본다. 두 김 사장네처럼 ‘살아남기 위해, 버티기 위해’ 빚을 끌어온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빚을 지렛대 삼아 소득이 회복될 계기를 마련한다면 큰 걱정은 없다. 벌어서, 갚으면 되니까. 쉽지 않은 얘기다. 저금리→실물경기 회복→상환 과정은 현실에서 원활하지 않다. 풀린 돈의 행로가 자산시장으로만 향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빚으로 잠깐 위기를 모면한대도,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자영업자의 소득은 널을 뛰며 불안하다. ‘(4월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적자 상태인 자영업 가구의 20.4%가 보유 금융자산 처분 등을 통해 버티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것으로 추정한다.(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7월18일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내린 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7월18일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내린 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망원시장 김 사장: 두부 2천원 사가는 손길 간절하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부채는 늘어난다. 실물과 금융의 거리가 멀어진다. 어떤 의미인가. 일반적으로 알맹이 없이 부푸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또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시간에, 빚을 갚는 시간이 더해진다. “경기가 다시 회복해야 할 시점에 각 가계가 가진 소득에 견줘 부채 부담이 크면 늘어난 소득은 빚을 갚는 데 우선 쓰인다. 회복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크다.”(하준경 한양대 교수) 회복이 더디면 소득은 줄고 또다시 부채가 늘어난다. 악순환이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결국 “지금 조금이라도 돈이 벌려야 한다”(김진철 사장). 대구 김병철 사장 입장에서는 질 좋은 고기를 무한 제공하고 받는 1만1400원이, 망원시장 김진철 사장 입장에선 주먹 두 개보다 큰 두부 한 모를 건네고 받는 2천원이, 빚을 진 지금 여느 때보다 소중하다. 감염병 확산이 반복될 때마다 소득이 푹푹 꺾일 걸 이제는 알기에, 두 사람 모두 대안을 모색했다. 김병철 사장이 배달 전문 김밥집을 인수할 계획을 세운 것처럼, 김진철 사장은 시장 배달앱 ‘놀러와요 시장’(놀장)이나 네이버 장보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언택트’로의 사업 확장은 아직은 자영업자 홀로 해내기에 쉽지 않다. “우리 망원시장도 배달앱에 입점하기는 했는데 홍보가 안 되니까 배달앱 혜택을 크게 받지는 못하네요. 많이 알려져야 하는데. 작아 보여도 그런 도움이 절실한데.”(김진철 사장)

빚은 늘었고, 소득은 다시 끊겼고,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막막하다. 두 사장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는 현재로선 유일하다. 비용 감소다. “2월에 내보냈던 직원을 9월에는 다시 부를 생각이었어요. 다시 부르기는커녕, 지금 일하는 친구들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너무 미안하지만 일주일만 더 버텨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김병철 사장) ‘청년’ ‘임시직’ 일자리 몇 개가 대구의 한 고깃집에서 그렇게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상반기 고용시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이들로 청년층을 꼽는다. ‘이중의 어려움’에 놓여 있다고 본다. 청년 신규 채용이 크게 줄었다. 2020년 상반기 청년층(20~29살) 입직자 감소 규모(전년 동기 대비)는 월평균 5만1천 명으로 세계 금융위기 기간(-2만7천 명, 2008년 9월~2019년 6월 평균)의 두 배 가깝다.(한국노동연구원, ‘2020년 상반기 연령별 노동시장 평가’) 청년이 많이 고용된 임시직 감소(-46만2천 명, 3~7월 평균, 전년 동기 대비)도 두드러졌다. 반면 상용직 일자리는 위기의 크기를 고려하면 견조(38만9천 명 증가)했다. 대신 일시휴직자가 다른 경제위기 때보다 크게 늘었다.

끝을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의 특성과 기업·정부의 선택이 얽혀 있다. 여느 위기 때보다 기업 도산과 구조조정을 막고 기업 유지에 힘을 쏟았다. 기업들이 노동자를 해고하는 대신 일시휴직을 택하도록 지원했다. 덕분에 기존 노동자의 대량 실직 사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대신 당장 사회적 파장이 크지 않은 청년의 취업 기회는 자연스럽게 미뤄졌다. 경기에 따라 줄기도 쉽지만 다시 늘기도 쉽다고 여겨지는 임시·일용직의 감소는 감내했다.

어쩔 수 없었대도, 포기한 것들의 크기는 미래를 생각할수록 막대하다. 미뤄진 청년 채용은 ‘청년기에 높은 실업률을 경험한 세대가 이후에도 다른 세대에 비해 더 높은 실업률을 겪는 이력현상’(한국은행, ‘청년실업의 이력현상 분석’)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지금 좌절하고 때를 놓친 청년이 10년 뒤, 20년 뒤에도 코로나19의 상처를 간직한 세대로 남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감돈다.

6월18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6월18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취준생 ㅂ씨: 식당 알바 자리가 사라졌다

물론 단언할 수 없다. 다만 미뤄둔 채용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더 늦춰질 조짐이다. 첫 직장으로 향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때를 놓치는 이가 늘수록, 이력현상의 가능성은 커진다. “일시휴직자가 감소해야 뒤이어 신규 채용도 나타날 텐데, 7월까지 일시휴직자 증가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기대했다. 8월에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됐다. 신규 채용은 그만큼 미뤄질 것 같다.”(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시직 감소와 취업 기회 박탈이라는 이중의 어려움, 그 한가운데서 ㅂ씨는 “눈치를 보고 있다”고 했다. ㅂ씨는 전주에서 식당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를 병행한다.(제1306호) 부동산개발회사나 큰 부동산중개회사에 들어가고 싶다. 계획이 있었다. “딱 2년으로 기한을 정했어요. 올해는 식당에서 학원비를 벌면서 공부를 병행하고, 내년부터는 공부에만 집중해서 취업하는 것으로요.” 계획이 처음 어긋난 건 올해 2월, 식당 일을 쉬어야 했다. 급한 대로 일용직에 뛰어들었지만 일감 없는 날이 많았다. 소득이 불안정했고, 몸이 힘들어 공부도 쉽지 않았다. 식당 임시노동자 자리와 취업준비생 자리는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하나도 위협받는 것이었다.

7월 들어 식당 매출이 나아지면서 사장님은 다시 ㅂ씨를 불러줬다. 늦었지만 다시 돈을 모으고 공부를 시작하면 됐다. 한 달 반 만에 코로나19가 다시 번졌다. 또다시 일을 쉬어야 할까. 그럼 이대로 ‘취업 성공 2개년 계획’이 어그러질지 모른다. 2년이 3년이 되고, 4년이 된다면? “안 돼요. 저는 늦은 나이에 준비를 시작해서 더 늦어지면 안 돼요.” 안 되는데, 불안은 크다. “원래도 문이 좁았는데, 대면 업무가 많은 쪽이다보니 더 채용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감염병은 직업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일자리의 고용 부진이 이어지면서 산업별·직업별 고용 재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력현상이 심화되고 고용회복 기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한국은행,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 대면 서비스업이나 항공산업처럼 장기 전망조차 불투명한 업종에서 밀려난 이들이 자신이 잘 아는 일로 돌아갈 가능성은 줄어든다. 전혀 새로운 일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정부는 2021년 예산안에서 비대면 디지털 일자리 확충을 청년 고용 대책으로 앞세웠다. “쉽지 않아 보인다”(홍민기 선임연구위원)는 회의감은 어쩔 수 없다. 항공기 정비사를 꿈꾸던 하덕민씨도 당장은 다른 일자리를 찾지만 ‘꿈이 쉽게 변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6월 말에 계약 해지됐어요. 애원하고 항의도 하고 노조도 찾아가봤는데 소용없죠, 뭐.” 인천공항 지상조업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하덕민씨가 결국 회사를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제1308호) 인천공항 청년 노동자가 몰려 사는 넙디마을을 떠났다. “짐 싸면서 다 망해버려라 이런 마음이 들다가, 아직 남아 있는 친구들 생각하니까 그래도 회사가 잘돼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어요.” 일단은 아는 형을 따라서 가구 설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자동차정비 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함께 시작했다.

비정규직 하덕민씨: 계약 해지 항의했지만…

항공업종의 회복은 더딜 것을 안다. 그래도 급하게 찾는 일이 ‘진짜 내 일’이라고 생각할 자신은 없다. 언제라도 항공회사가 다시 불러준다면 “다 놓아버리고 달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대학 2년, 공군 정비병 2년, 비정규직 2년. 20대의 6년을 오로지 항공기 정비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일했다. “제 꿈이거든요. 상황이 이렇다고 꿈이 쉽게 놓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7개월 동안 네 사람은 빚을 늘렸고, 일을 쉬었고, 꿈을 미뤘다. 위기에 휩쓸렸고, 정부 대응에 맞춰 적응했다. 돌아갈 길이 멀어질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코로나19가 번졌다. 풍경은 비슷한데 처지는 변해 있다. 막막하지만 변한 자리에서 그래도 바라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배달음식점도 계속 알아봐야죠.”(고깃집 김병철 사장) “재난지원금 나왔을 때 시장이 명절 분위기였거든요. 다시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요.”(두부가게 김진철 사장) “취업 학원비가 비싸요. 그 돈만 좀 안정적으로 모았으면 해요.”(전주 ㅂ씨) “항공산업이 다시 괜찮아질 때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만은 놓지 않으려고요.”(하덕민씨)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제
http://h21.hani.co.kr/arti/SERIES/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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