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락 친나왓 정부의 ‘첫차 세금 환불제’는 안 그래도 교통지옥이던 방콕 거리에 더 많은 차들을 쏟아냈다.
방콕은 시쳇말로 ‘시간 잡아먹는 도시’다. 책을 덮고 (혹은 잠을 깨고, 혹은 ‘페북질’을 하다) 고개 들어 보는 차창 밖은 여전히 ‘승용차 전시장’이다. 그 사잇길로 오토바이들이 길뚫기 곡예를 하고 있다.
지상철(BTS)이나 지하철(MRT)을 타면 되잖소, 라고 반문하는 이가 있다면 보여주고 싶은 게 하나 떠오른다. 한때 방콕아트문화센터(BACC) 입구에 걸려 있던 대형 메트로 노선표다. ‘만일 부패가 없다면’이라는 깜찍한 제목의 작품은 방콕 외곽까지 샅샅이 뻗은 메트로 노선을 그려놓았다. 월세 싼 변두리에서 버스, 택시 혹은 오토바이를 타고 메트로까지 가야 하는 ‘방콕 여자들’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었던 그 노선표! 집에서 메트로까지 위험하지만 가장 빠른 건 오토바이, 내 경우 80밧을 낸다. 버스를 타면 8밧. 그러고는 지하철 29밧에, 다시 지상철 28밧을 내고 나면 금싸라기 땅 시암에 이른다. 안전·저렴·신속 종합평가 1순위는 편도로 약 65밧이 드는 대중교통이다. 차로 달리면 14km 주행 거리지만 돈이든 시간이든 많이 바쳐야 한다,
변두리에 산다고 다 서민인 것은 물론 아니다. 조용한 변두리에 살며 차를 모는 알부자도 있고, 자가용으로 메트로까지 가는 ‘마이카-메트로’족도 있다. 그러나 역 근처에 주차장이 없다면 그들도 ‘마이카족’이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차에 대한 방콕 시민들의 욕망은 ‘셋방에 살더라도 차는 한 대…’ 같은 한국 고전을 잘 흡수하고 있다.
예컨대, 월세 3천밧짜리 아주 저렴한 콘도의 주차장도 주말이면 자가용으로 꽉 들어찬 것을 보게 된다. 산수를 해보지만 답이 잘 안 나온다. 국민총생산(1인당 5390달러)과 상관없이 차 가격은 ‘글로벌가’고(아니, 타이에선 더 비싸다는데) 기름값도 싸지 않고(가솔린 1ℓ당 35∼40밧) 유지비까지. 대중교통이 없는 지방에선 차가 필수라지만 상황이 다른 방콕은? “대중교통이 불편해서!”라는 게 여러 친구들의 ‘첫 반응’이었다. 그 불편한 대중교통을 개선하기보다는 자가용이 함의하는 신분 상승 욕구를 더 자극한 게 잉락친나왓 정부의 ‘첫차 세금 환불제’(Frist Car Scheme)가 아닌가싶다.
첫차(1500cc 미만, 100만밧 미만)를 사면 최고 10만밧까지 세금을 환불해주겠다고 한 잉락 총리의 ‘첫차 공약’ 이행 예산이 ‘300억밧’을 오르내린다. “메트로 라인 하나는 더 만들 돈”이라며 전 민주당 정부 경제부 장관 콘 차티카와닛이 ‘맞는 소리’를 했지만, 그러게 당신들 정권 잡았을 때 대중교통에 눈길이나 한번 주지 그랬나, 혀를 차게 된다. 실은, 현 방콕 시장 수쿰완이 민주당 소속 연임 시장이니 교통문제에 관한 한 그들이 할 말은 별로 없다.
아무튼 잉락 정부의 ‘첫차’는 교통체증 악화와 부채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200만 대의 승용차를 수용할 수 있는 방콕 거리에 지난해 기준 500만 대가 깔려 있고, 그중 최소 몇십만 대는 ‘첫차’다. 타이 전역에서 주문된 첫차는 120만 대, 그중 10%는 차량 대출금 지급 불능을 선언했단다. 이 포기 계층인 ‘중·하층’의 가계부채는 더 늘었다.
‘30밧 의료’ 정책으로 유례없이 서민의 지지를 받았던 오빠 탁신의 노선은 재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최저 일당 300밧 같은 친노동 정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300억밧 ‘첫차’는 아니다. 1천만 방콕 시민들의 소중한 인생이 더더욱 멈춰선 차량 사이로 비좁게 흐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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