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의 여인열전]
▣ 김재희/ 편집인 franzis@hanmail.net
“여성은 전세계 노동의 3분의 2를 담당하고, 전체 임금의 5%를 받고, 지구상 모든 자산의 10%를 소유한다.”
이런 구체적인 통계로 세상을 놀라게 한 그녀, 셀마 제임스가 계급과 인종보다 지독한 성차별의 전복을 위해 동원하는 수단은 ‘파업’이다. 2000년을 기해 3월8일 여성의 날을 ‘전지구 여성파업의 날’로 선포한 그녀는 “만국의 여성이여, 단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 행사를 계속 벌이고 있다. “죽음이 아닌 보살핌에 투자하라” “모든 노동을 생명 가치로 계산하고 시장에서 거래하라” 등의 슬로건을 내건 그녀의 동맹파업 조직에는 60개국 이상의 여성이 가담했다. 공산당 선언보다 더 큰 문명의 전환을 꿈꾸는 이들은 여성들이 장만한 자산을 지구의 살림이 아니라 죽임에 탕진하는 악랄한 경제구조를 타파하자고 선동한다. 승리를 위해 그녀는 더욱 심한 차별을 받는 흑인과 원주민, 성노동자, 동성애 여성들과의 결속을 호소하지만 이상은 아직 현실과 너무 차이가 크다.
1930년대 뉴욕에서 노동자 계급의 부모 밑에서 태어난 셀마는 열일곱에 결혼해 열여덟에 아이 엄마가 되고, 대다수의 보통 여자들처럼 밤낮없이 일해도 티가 안 나는 가사노동으로 자신의 삶을 채워야 했다. 이런 무기력한 상황을 사는 여성들의 대변자인 그녀는 1970년대 구미 여성운동의 최대 이슈였던 ‘낙태 합법화’에 대해서도 “여성해방을 외치는 중산층 여자들의 요구보다 돈 없는 여성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현실”이 훨씬 더 절박했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4∼5년의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가사노동의 총부가가치는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150조원에 이른다. 임금이 더 높고 인구가 더 많은 미국에서는 1조달러가 넘으며 전세계적으로는 12조달러 정도가 된다. 주부들이 단결해 이웃과 가사노동을 바꿔 할 경우, GDP는 20%포인트 증가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부엌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을 경제학의 아버지들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어느 편에 서든 상관없이 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물이나 공기처럼 공짜로, 저절로 생겨나는 걸로 착각했다. 출산율 저하의 위기 상황과 맞물려 가사노동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제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대한민국 아줌마의 연봉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은 1972년 셀마 제임스가 발표한 80쪽짜리 작은 책 <여성의 힘과 공동체의 전복>에서 출발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삶의 현장에서 체득한 깨달음을 설파하며 자본과 노동에 대한 좌파 남자들의 이기심과 편협함을 질타하고, 노동조합이 여성을 소외시킨 경로에 대해 비판한다. “여자들은 스스로를 정의할 새로운 단어들이 필요하다. 남성의 언어는 여성을 향한 무기와 다름없다. 그들의 언어가 여성에게 어떤 무기로 작용하는지를 깨닫는다면, 여성들은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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