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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사 맞았을까

“대통령 혈액, NK세포 활성도 검사용”

전 차움의원 의사 김상만씨 <동아일보> 인터뷰 살펴보니
등록 2016-12-06 08:15 수정 2020-05-02 19:28

박근혜 대통령의 의료 문제는 ‘잃어버린 세월호 7시간’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 가운데 하나다. 2014년 4월16일, 그가 일상의 하루를 보냈다고 보기에 석연찮은 구석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혈액이 불법적이고 은밀하게 청와대 밖으로 반출된 사실이 알려진 뒤 세월호 참사와의 관련성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3년 9월, 박 대통령의 혈액이 전 차움의원 의사이자 대통령 자문의 김상만씨(이후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으로 재직하다 사직)에게 전달됐다. 차움의원은 박 대통령이 취임 전 각종 의료시술을 받았던 곳으로 ‘대통령 의료 논란’의 정점에 선 곳이다. 김씨는 대통령 주치의도 모르게 청와대를 들락거려 ‘밤의 대통령 주치의’라는 의혹을 받았다.
GMP 인증, 대통령 혈액 검사 후 이뤄져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의료 관련 의혹에는 차병원그룹 계열 차움의원이 중심에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의료 관련 의혹에는 차병원그룹 계열 차움의원이 중심에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진술이 나왔다. 김상만씨가 12월2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혈액을 차움의원에서 검사한 것과 관련해 “‘자연살해(NK·Natural Killer)세포 활성도’ 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지구병원에서 검사를 할 수 없어 외부에 의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대통령 혈액을 차움의원 1층으로 가져왔다”고 말한 것이다. 대통령 혈액을 직접 전달받은 의사가 혈액의 ‘은밀한 용도’에 대한 실마리를 내놓은 것이다.

NK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 제거하는 면역세포의 일종이다. 우리 몸 안에는 NK세포 외에 T세포(세포성 면역기능 조절), B세포(특정 항원 생산), 대식세포(항원에 독소 분비)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NK세포가 암 발병이나 전이를 막는 기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NK세포 활성도 검사’에는 국내 바이오신약 관련 업체인 ㅇ사가 개발한 상용키트가 쓰였다. “혈액에서 NK세포를 추출한 뒤, 섭씨 37도 환경에서 20~24시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분비되는 인터페론 감마의 양을 분석해 NK세포 활성도를 알 수 있다”는 게 이 업체의 설명이다. 혈액 1㎖ 정도만 있어도 검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업체는 2012년 4월까지 ‘대장암 환자와 정상인에게서 NK세포의 활성도 측정 및 비교’ 등의 임상연구를 하고 있었다. 한 해 전에는 전립선암·전립선비대증·췌장암·유방암·위암 환자 등에 대한 임상연구를 했다. 박 대통령 혈액 검사에 쓰인 키트는 2012년 11월에야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받았다. 이듬해 3월부터 서울 강남 일부 병원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통령 혈액을 검사하기 불과 6개월 전 일이다.

의료기기의 제품 안정성과 품질 수준을 보증하는 ‘GMP 인증’은 대통령 혈액 검사 뒤인 2014년 4월에야 이뤄졌다. 업체 역시 2012년 말에야 경기도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됐을 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혈액이 한 벤처기업의 임상 재료처럼 쓰인 셈이다.

면역세포 주사 맞았을 가능성

대통령 혈액을 청와대에서 은밀히 빼낸 데는 또 다른 배경이 있을 거란 주장도 이 때문에 제기된다. 보통의 NK세포 검사라면, 이미 검증된 ‘NK세포 검사법’이 따로 있을뿐더러, 청와대 공식 의료시스템을 배제하고 ‘비선 라인’을 거쳐 청와대 행정관이 차움의원까지 혈액을 전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 대통령이 은밀하게 NK세포 활성도 검사를 거친 뒤 자가면역세포 주사 처방을 받으려 했다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제1139호 ‘청와대 벗어난 대통령 피의 비밀’ 참조). 이 시술이 국내에선 불법이기 때문에 ‘은밀한 거래’가 필요했을 거라는 것이다.

세포 이용 치료에 정통한 한 의대 교수는 “혈액 검사 이후 조처로 면역세포 주사 치료를 염두에 뒀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검사’만 했을 수 있겠지만, ‘NK세포 검사’는 당연히 NK세포 관련 치료를 전제로 한다”며 “대통령의 혈액을 여러 차례 채취하기 부담스럽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적지 않은 양의 혈액을 빼와 검사와 시술을 동시에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혈액을 통한 NK세포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수십 곳에 이르지만, 검사 뒤 시술과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 혈액을 넘길 만한 곳은 차움의원 정도뿐이다. 김상만씨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의해 은밀하게 자문의로 선정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면역세포 주사는 환자 혈액에서 NK세포를 분리한 뒤, 배양시설을 통해 세포 수를 1천 배 이상 늘려 정맥주사 형태로 환자 몸에 면역세포를 재주입하는 방식이다. 항암치료나 수면 부족에 따른 면역력 저하에 효과가 있고, 고용량 비타민 주사제를 섞어 피로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누가 대통령 혈액으로 이익을 봤나

대통령 혈액을 이용해 특정인이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자가면역세포 치료 관련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2013년 당시만 해도 NK세포 활성도 검사 키트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단계였다. 안전성과 실효성 등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해당 검사를 했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누군가 제품을 대통령이 쓰게 만들려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대통령 비선 라인이 주도했을 수도 있고, 그들과 관계된 의료업계 인맥이 의도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주치의나 의무실장 정도라면 대통령 혈액이 불법적으로 반출되고 주치의 허락 없이 특정 키트를 통해 혈액 정보가 분석돼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전혀 통제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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