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환경운동연합의 ‘환경아파트 공모전’… ‘사는(買) 곳’을 ‘사는(生) 곳’으로 되돌리는 다섯 마을의 실험</font>
▣ 글 김경욱 기자dash@hani.co.kr·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대한민국 사람들은 유목민이다. 아파트를 옮겨다니며 산다. 아파트에 살지 않아도 아파트에 입주할 날을 꿈꾼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살아가는 주거 형태이지만(2005년 기준 보급률 52.5%), 그에 걸맞은 주거문화는 없다. 주차장은 있어도 놀이터는 없다. 인도는 있어도 고샅길은 없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지경을 넘어, 옆집 남자와 같은 층에 내렸다가 치한으로 오해해 공포에 떨기도 한다. 삭막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로지 넓고 높아지느라 하늘을 가리고 바람을 막는 것도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계급이 갈리고 관계가 묶이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이주할 채비를 한다. 늘 유목 생활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비공동체성의 공동체성’이 상존한다. 평수와 가장의 직업과 아이들의 성적은 무한 비교 대상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아파트값을 담합하고, 인테리어에 열을 내고, 아이들을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며 공동 감시한다. 정주하는 살림터가 아닌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한 아파트는 그리하여, 시인 김선우에게는 “술 취한 옆집 사내가 서성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몸을 덜며” “기어들어” 가는 “쥐덫”이고, 시인 도종환에게는 “아이 하나, 둘 유아원에 보내거나” 하는 “삼십삼세”의 사람들이 “좀더 넓은” “좀더 안정된 살림”을 위해 “고되고 답답한 나날을 장승처럼 견디는” 대상이다.
마을이 사라지고 자본 꼬임에 빠진 시대에…
조한혜정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자연친화적이지도 않고 이웃과 어우러짐도 없는 삭막한 아파트가 인기 있는 이유”를 “초고속 경제발전을 위해 동원된 산업역군과 입시 공부에 바쁜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간편하게 쉴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건설사와 투기자본의 놀음과 개발 정책의 부추김도 빼놓을 수 없다.
자, 그럼 마을이 사라진 시대, 이웃이 경쟁자인 시대, 자본의 꼬임에 빠진 시대, ‘사라진 마을의 꿈’은 영영 복원할 수 없는 것일까? 지난해 12월 2회를 맞은 환경운동연합의 ‘우리가 만드는 생기발랄 환경아파트 공모전’은 아파트를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돌리려는 운동이다.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다섯 곳의 아파트 단지는 ‘후기 근대 사회의 마을’을 위한 노력을 막 시작했다. 이웃과 자연과 지역 공동체가 서로 돌보고 의지하는, 아이들과 노인들, 작은 새들과 꽃들, 모든 여리고 약한 것들에게 안전하고 푸근한 ‘상생의 마을’은 먼 과거나 먼 미래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게 이들 아파트 주민들의 생각이다.
올 상반기 중 3회 공모전
이번 공모전에는 33명의 환경·생태·도시·건축·주거문화 전문가가 참여해, 공동체 20점, 녹지생태 40점, 친환경 리모델링 40점 등 100점 기준에 현황과 이행 여부를 각각 50%씩 평가·반영했다. 보름간의 서류 심사와 두 달간의 현장 심사를 거쳐 선정했다. 대상을 수상한 인천시 산곡동 산곡무지개아파트는 부상으로 5천만원 상당의 생태놀이터 리모델링 기회를 얻게 됐다. 2개 동인 작은 단지에 산책로를 만들고 주민들이 손수 채집한 야생화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등 남다른 열정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올 상반기 중 3회 공모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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