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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는 민주주의로 가는 지름길

캐나다 공공데이터 운동의 선두주자인 ‘오픈노스’ 설립자 제임스 매키니
등록 2016-03-22 17:54 수정 2020-05-03 04:28
기획연재


와글이 만난 '몽상가들'


① 스페인 시민참여 싱크탱크 ‘라보데모’ 설립자 - 야고 아바티
② 데이터 시각화 의사소통 도구 ‘폴리스’ 설립자 - 콜린 맥길
③ 캐나다 ‘오픈노스’ 설립자 - 제임스 매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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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공공데이터 확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오픈노스’ 설립자 제임스 매키니가 지난해 12월5~6일 ‘와글’이 제주에서 진행한 캠프에서 자신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와글 제공

캐나다에서 공공데이터 확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오픈노스’ 설립자 제임스 매키니가 지난해 12월5~6일 ‘와글’이 제주에서 진행한 캠프에서 자신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와글 제공

4·13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시민은 어떻게 ‘똑똑한 유권자’가 될 수 있을까. 또 당신의 유권자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나의 한 표가 절실한 정치인들에게 알리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10월 총선을 치른 캐나다에서 한 가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캐나다는 지난 총선에서 10년간 집권해오던 보수당 대신 제3당이던 자유당이 388석 가운데 184석을 얻어 정권을 교체했다. 자유당은 상위 1% 계층의 증세, 지출 확대를 통한 사회안전망 확충, 미국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전투기 F-35 구매 계획 철회 등을 공약으로 내건 중도자유주의 계열의 정당이다. 기존 집권당이던 보수당과 비교하면 ‘가진 자’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우선하는 정책을 펼칠 여지가 많은 정당이다.

제임스 매키니는 2011년 캐나다에서 정부의 투명성과 시민 참여를 확대한다는 목표하에 시민과 여러 단체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오픈노스’(Open North, www.opennorth.ca)를 세웠다. 오픈노스는 이를 위해 ‘공공데이터’를 활용한다. 정부가 누구나 가공할 수 있는 형태로 공공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그렇게 공개된 정보를 제대로 꿰어 유용한 정보를 대중에게 쉽고 편리한 방법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정보는 꿰어야 보배

오픈노스가 제공한 서비스 가운데 지난 총선에서 많이 활용됐던 프로그램이 있다. 유권자와 그 유권자의 지역구 의원을 연결해주는 ‘레프리젠트’(Represent API)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총선 후보자의 정책과 입장을 검증·확인하고 그 결과를 시민에게 손쉽게 알릴 수 있었다. 시민이 ‘많은 정보를 가진 유권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이 밖에도 오픈노스는 시민이 참여해 지자체 예산을 시뮬레이션하고 그 정보를 해당 지자체에 제공하는 예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시민예산’(Citizen Budget) 등을 운영해왔다. 풀뿌리 시민정치 연구소 ‘와글’이 제임스 매키니를 만나 오픈노스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물었다.

오픈노스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오픈노스는 공공의 참여와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기관(NPO)이다. 이 목적을 토대로 더 나은 정보와 더 나은 도구를 제공해 다른 조직을 지원하는 일도 한다. 오픈노스 프로그램 ‘레프리젠트’는 선출직 공무원과 선거 후보자들과 관련한 데이터베이스 작업이다.

만약 당신이 거주지 주소를 치면, 당신이 사는 국가를 대표하는 정치인(대통령·총리 등), 당신이 사는 지역 정치인(국회의원·시장 등)의 주소, 연락처, 전자우편 등이 뜬다. 매우 간단한 것이지만 이는 민주주의에서 ‘누가 당신을 대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기초적인 대답과 관련이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자신을 대표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질문하고, 요구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시민은 물론 환경단체·노동단체 등 각각의 전문성을 지닌 여러 사회단체도 쓸 수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단체 ‘도그우드 이니셔티브’(Dogwood Initiative)가 지난 총선에서 레프리젠트를 활용한 방식이 대표적이다. ‘도그우드 이니셔티브’는 당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대표하는 지역의 환경 이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웹사이트에 발표했다. ‘도그우드 이니셔티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가 사는 곳의 우편번호를 치면, 지역구 후보들이 지역 환경 이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단체의 조사에 답변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사는 지역의 후보가 설문에 답하지 않았다면 사이트에서 곧장 해당 후보에게 연락해 전자우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으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할 수도 있다. 유권자가 후보자에게 알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폴리틱스 어사이드’(Politics Aside)라는 단체는 ‘글로벌 빈곤 감소’와 관련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정치인을 대상으로 이 캠페인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싶어 했다. 이들 역시 레프리젠트를 통해 손쉽게 정치인에게 자신들의 캠페인을 알리는 전자우편을 보냈고, 20%의 정치인들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만약 레프리젠트가 없었다면, 노동·환경·여성·빈곤 등 각각의 전문성을 지닌 단체들이 의원들의 정보를 얻어 이들에게 연락할 플랫폼을 만드는 데 힘과 시간, 돈을 허비했을 것이다. 오픈노스는 그런 비효율을 막고 시민 개개인은 물론, 사회를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어 하는 단체들을 지원한다.

시민예산 참여 프로그램 운영
오픈노스가 시민들이 직접 예산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도록 설계해 지자체 등에 제공하는 프로그램 ‘시민예산’. 오픈노스 홈페이지 갈무리

오픈노스가 시민들이 직접 예산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도록 설계해 지자체 등에 제공하는 프로그램 ‘시민예산’. 오픈노스 홈페이지 갈무리

오픈노스 프로젝트를 어떻게 착안하게 됐나.

2004년 영국에 ‘그들은 당신을 위해서 일한다’(They Work For You)라는 단체가 있었다. 사람들이 더 쉽게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여러 정보를 재구성하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관심 있는 법안에 대해 ‘알림’을 설정하면 의원 누군가가 그 키워드와 관련된 법안을 제출하거나 발언을 하면 공지되는 시스템이었다. 내가 알기로, 이미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이념을 구현한 거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고 이 작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의 영감, 혹은 생각은 6년 동안 가슴속에 묻어뒀었다.

2010년 몬트리올에서 ‘시민의 힘으로’(Citizen’s Initiative)라는 단체를 통해 시가 생산하는 모든 문서를 가공 가능한 형태로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운동을 했다. 이곳에서 ‘공공데이터의 힘과 의미’에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만났고 이들과 함께 2011년 오픈노스를 세웠다.

오픈노스는 ‘시민예산’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이것은 어떤 프로젝트인가.

시민예산은 온라인에서 예산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가 미국 정부의 적자 해결을 위해 여러 개의 예산 기획을 한 데서 착안했다. 시민예산은 지자체 예산이 소모되는 행정서비스의 우선순위와 액수를 시민이 직접 조정함으로써 최종 예산을 원하는 대로 짜보는 프로그램이다. 나무를 몇 그루 심을 것인가, 얼마나 자주 눈을 치울 것인가, 문화센터에서 몇 차례 공연을 할 것인가 등 단위별로 배정된 예산을 확인하고 액수를 직접 정할 수 있다. 너무 많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면 예산은 적자가 된다. 그러면 주차료를 올려 세입을 늘리거나 하는 선택을 시민이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것이다. 지자체는 예산 정보를 시민예산에 입력하고 시민들이 이 시뮬레이션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시민들이 원하는 예산 사용의 우선순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반대로 시민 역시 지자체가 제공하는 행정서비스의 이해도가 높아진다.

네거티브 전략보다 정부 ‘설득’

실제 몬트리올시 플라토구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시정에 활용했다. 732명이 참여한 ‘예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시 예산을 책정한 것이다. 당시 시민들은 쓰레기 수거 방식의 변경을 요구했고, 불특정 지방세에는 반대했지만 지역의 나무심기 사업을 위한 세금에는 찬성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주민참여예산’을 위한 오프라인 모임에서 많아야 수십 명의 의견밖에 들을 수 없지만, 온라인 도구를 통해 적으면 수백 명, 많으면 수천 명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그 밖에 스페인, 네덜란드,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등에서도 시민예산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캐나다 정치에서 당신이 우려하는 지점이 있나.

캐나다가 사실과 증거에 기반한 정책 활동이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캐나다에서는 산업폐기물이 호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연구소를 비롯해 여러 사회과학연구소들이 문을 닫아왔다.

더욱 심각한 건, 2012년 국가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인구센서스 조사가 의무가 아닌 자율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의 사회경제적 경향성을 파악하기 힘들어진다. 의무가 아닌 자율 조사에서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이민자일수록 응답률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통계 자료를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는 결국 국가가 빈곤을 완화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을 구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번에 들어선 정부가 다시 센서스를 의무화했지만, 전반적으로 ‘증거 기반 정책 마련’의 토대가 사라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오픈노스가 향후 5년을 바라보고 세운 계획이 있나.

오픈노스는 지속적으로 ‘투명한 정부’를 위한 공공데이터 확대를 추구할 것이다. 행정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공공데이터가 지니는 가치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귀찮아한다. 정부의 모든 데이터를 공공데이터로 전환하려면 운동에도 방법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민이 정보를 사용하도록 정부가 내놓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스스로 이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오픈노스 같은 그룹이 돕는다면 그들 스스로 공공데이터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기보다 시민예산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가 예산안을 짜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이것이 중요하고 쓸모 있다’고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려 한다.

기업정보 투명성 확대를 위해제임스 매키니 개인의 앞으로 계획은 뭔가.

당분간은 오픈노스를 떠나 ‘오픈코포레이트’(Open Corporate)에서 일할 계획이다. 오픈코포레이트는 전세계 기업의 정보를 모아 기업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기업 정보는 기업 형태가 자회사, 형제회사 등으로 복잡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교역하는 국가와 거래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자료가 워낙 방대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일관된 형태로 재가공한다면 언론인, 연구자, 시민단체 등에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인터뷰 와글 서정규 jk.suh@wagl.net
번역·정리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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