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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랑캐] 정치의 가장 첨예한 곳에 조국혁신당 깃발이 꽂혔다

‘정부 심판론’ 다시 불 지피며 지지율 오르는 조국혁신당, 막판에 민주당이 ‘지민비조’ 유지할지는 미지수
등록 2024-03-23 06:34 수정 2024-03-31 01:37
2024년 3월19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비례대표 후보자 등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관권 선거 중단 등을 촉구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2024년 3월19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비례대표 후보자 등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관권 선거 중단 등을 촉구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2024년 3월3일 창당 즈음인 3월2~3일 13%(연합뉴스-메트릭스 여론조사)였던 조국당의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은 3월5~7일(한국갤럽) 15%, 3월12~14일(한국갤럽) 19%, 3월14~15일(에너지경제-리얼미터) 26.8%, 3월16~17일(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29.4%, 3월16~18일(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 30.2%로 치솟았다.

특히 3월16~18일 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19.2%)을 훌쩍 뛰어넘어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35.3%)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30.2%의 정당 지지율을 비례대표(46석) 의석으로 환산하면 14석이 된다. 일반 정당 지지율도 3월2~3일 3%, 3월5~7일 6%, 3월8~9일 8.3%(아시아투데이-알앤써치), 3월12~14일 7%, 3월16~18일 9.9%로 꾸준히 올랐다.

비례대표로 환산하면 14석

이런 높은 지지율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첫째는 윤석열 정부의 정치 실패와 조국 조국당 대표 가족에 대한 지나친 수사와 처벌, 둘째는 이재명 민주당의 공천 잡음과 민주당의 낮은 효능감이다. 윤석열 정부에 강한 비판의식을 가진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대정부 대응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강한 투쟁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다른 원인들도 제시된다. 예를 들면 조 대표 개인에 대한 관심과 지지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정치학)는 “그동안 조국이란 인물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강했다. 그런데 그 개인이 전면에 등장하자 긍정적 관심이 생겼다. 그의 이미지나 화술, 담론, 태도가 소구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근본 문제’를 거론했다. “심각한 경제위기와 권력형 스캔들이 겹쳐서 시민들이 화가 많이 난 상태다. 윤석열 정부에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그 첨예한 곳에 조국당이 깃발을 꽂았다. 화난 유권자들에게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편승효과’(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현상)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정치학)는 “비례대표를 어디 찍을까 고민하던 사람들이 조국당이 뜨자 그쪽으로 몰려가는 편승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국당 지지층은 누구일까? 40·50대에 집중됐을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조국당 지지는 모든 지역과 세대에서 고르게 나타난다. 3월14~15일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7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비례대표 정당 지지도 20% 이상을 보였다. 3월16~17일 뉴스토마토 조사에서도 20대와 7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20% 이상의 지지도를 보였다.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인 세대는 40대, 지역은 호남이었다.

“잘 싸울 수 있는 정당과 의원이 필요해서”

지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주에 사는 교사 김아무개(36·여성)씨는 “검찰이 조국에 대해 지나친 공격을 했다. 아주 진부한 방식으로 공격했는데, 그것이 여론에서 먹혔다. 이젠 더 잘못한 쪽에 더 책임을 묻는 정의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법학전문대학원 준비생 김아무개(25·여성)씨는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공익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자기 이익을 위해 누구든 괴롭힐 수 있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금 검찰을 개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회사원 박아무개(54·남성)씨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이 너무 크다. 대통령이 거부한 개혁 법안과 특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잘 싸울 수 있는 정당과 의원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너무 느리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번 총선 이후 바라는 정책은 검찰 개혁, 윤석열 정부 견제(교사 김씨), 젠더 평등과 분배, 선거법 개혁(준비생 김씨), 연합정치, 경제민주화, 저출산 대책, 과학기술 투자(회사원 박씨)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되 민주당만의 승리가 아니라 조국당이 함께 승리하길 바랐다. 민주당 혼자서는 제대로 일하지 못할 것이라고 불신했다. 이들의 이전 지지 정당은 교사 김씨가 민주당, 준비생 김씨와 회사원 박씨가 녹색정의당이었다.

조국당의 갑작스러운 부상은 3주를 남겨둔 선거 구도에도 크게 세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는 이번 선거에서 조국당이 제3당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비례대표 선거에서 민주당을 넘어 제2당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지역구 공천뿐 아니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공천 거부 등 위성정당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켰다. “우군보다 아군” “더불어 몰빵” 발언은 민주당의 궁색한 처지를 보여준다.

둘째는 조국당이 민주당을 견인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1월25~26일 민주당 44.9% 대 국민의힘 36.6%, 2월1~2일 45.2% 대 39.8%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다가 2월7~8일 41.8% 대 40.9%, 2월14~15일 40.2% 대 39.1%로 서로 붙었다. 그러다 2월22~23일 39.5% 대 43.5%, 2월28~29일 39.1% 대 46.7%로 국민의힘이 뒤집었고, 3월7~8일 43.1% 대 41.9%, 3월14~15일 40.8% 대 37.9%로 민주당이 다시 앞섰다. 공천 잡음으로 떨어졌던 민주당의 지지도가 조국당의 급부상에 따라 함께 오르는 양상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1~2월에 민주당이 선거운동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당내에서 공천 잡음이 심했다. 그에 따라 연말까지 높았던 윤 정부 심판 기류가 위축됐다. 그런데 조국당이 나오면서 심판 메시지가 다시 활성화했다. 조국당이 민주당의 지지도를 일정 부분 회복시킨 ‘견인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셋째는 녹색정의당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 정당들이 조국당 부상으로 타격받았다는 점이다. 조 대표가 창당을 선언한 2월13일 이후 제3당을 노리던 다른 정당들은 모두 지지율 하락과 정체를 겪고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2월 중순~3월 중순 사이 녹색정의당(2%→1%)과 개혁신당(4%→3%)은 모두 하락세를 보였고, 새로운미래는 1%의 낮은 지지에 머물러 있다.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받으려면 3% 이상의 정당 지지율을 얻어야 한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조국당의 부상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 이슈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했다. 이번 총선은 여야 간에 일종의 패싸움이어서 정책도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새로운미래는 민주당의 지지층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 개혁신당은 비례 의석을 얻을 수도 있지만, 이준석 대표는 당선되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조국당이 제3지대 정당들에 일정한 타격을 줬다. 그러나 검찰 개혁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후위기나 저출생, 불평등, 노동 문제라고 본다. 이는 정권 심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국당은 총선 때까지 현재의 지지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민주당 공천 잡음과 조국당의 부상에서 보듯 선거 정국은 한두 주 만에도 큰 부침을 겪는다. 조국당의 미래와 관련해 큰 변수는 민주당의 태도다. 이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정상호 교수는 “지역구에서 민주당, 비례대표에서 조국당(이른바 ‘지민비조’)은 민주당으로서도 황금분할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도 이 구도가 정권 심판을 구현할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만나 함께 대화하며 웃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왼쪽)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 당시 이들도 오늘의 상황을 상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만나 함께 대화하며 웃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왼쪽)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 당시 이들도 오늘의 상황을 상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의 미래, 대법원의 시간

그러나 민주당의 입장은 다르다. 비례연합정당 구성에 관여한 진성준 의원은 “조국당을 적대시하진 않지만, 당연히 민주당은 우군보단 아군이 필요하다. 민주당 비례연합정당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도 “막판에 민주당이 1당을 놓칠 우려가 있다고 호소하면 조국당 지지도 빠질 수 있다. 지난번 총선에서 열린민주당도 그랬다”고 말했다.

조국당의 총선 뒤 상황은 어떻게 될까? 가장 중대한 문제는 조 대표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다. 조 대표는 2024년 2월8일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2심 판결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이 형이 확정되고 자격정지(피선거권 제한)까지 받게 되면 국회의원직이 상실되고 당분간 다른 선거에도 나설 수 없다. 조국당이 이번 총선에서 성공하더라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만에 하나,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 판결이 나온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조 대표는 정치적으로 복권되고 범민주당 안에서 이재명 대표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조 대표는 이미 3월17~18일 뉴스토마토 여론조사에서 8.3%의 지지율로 야권에서 세 번째 차기 지도자 후보가 된 상태다. 1위는 이재명 대표(37.0%), 2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9.4%)였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조 대표가 2심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에 정치적 복수를 위해 비례대표 선거 제도를 악용했다. 그러나 결국 총선 뒤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당의 신장식 대변인은 “조 대표가 없어도 당원이 12만 명이고 좋은 비례대표 후보들이 있다. 당원을 중심으로 국민의 뜻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조국당의 미래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 유죄를 받아서 감옥에 가는 것이다. 그때는 구심점을 잃은 당도 온전히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만약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다면 폭발력이 클 것이다. 시간은 조국 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시사 오랑캐: 오랑캐처럼 자유로운 외부자의 눈으로 세상사를 봅니다. 4주에 한 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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