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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벼랑 끝②…문재인, 검찰 통제 고삐를 놓치다

등록 2020-12-05 23:34 수정 2020-12-08 10:33
검찰 개혁과 지휘·감독 권한을 둘러싸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이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뒤,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개최 날짜가 12월4일에서 10일로 미뤄졌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설치된 ‘서 있는 눈’ 조형물. 한겨레 김혜윤 기자

검찰 개혁과 지휘·감독 권한을 둘러싸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이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뒤,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개최 날짜가 12월4일에서 10일로 미뤄졌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설치된 ‘서 있는 눈’ 조형물. 한겨레 김혜윤 기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는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국가 권력기관과의 투쟁 역사다. 일제강점기와 이승만 정부 시절 민중을 억압하던 대표적 국가 권력기관은 경찰이었다. 1961년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 이후 최고 권력 집단은 군으로 바뀌었다. 군사정부 시절 중앙정보부(중정)는 대통령 다음가는 권력으로 군림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경찰도, 군도, 정보기관도 더는 힘을 쓸 수 없었다. ‘법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때 불법적 폭력을 일삼던 과거의 권력기관을 대체한 것이 검찰이었다. 검찰은 법률이란 합법적 수단을 썼고, 사법시험을 통과한 엘리트로 구성돼 있었다. 게다가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강력한 권력이었다.
검찰은 군사독재 정부의 대통령들을 처벌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민정부의 대통령과 그 가족, 측근들도 그 칼날을 피하기 어려웠다. 대기업 총수들도 검찰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곧 검찰의 과잉 수사와 표적 수사가 횡행했고, 권력의 감시자에서 권력 그 자체로 변질됐다.
처음으로 검찰 개혁 깃발을 든 것은 노무현 정부였다. 그러나 검찰을 집권자의 손아귀에서 풀어주는 개혁(검찰 독립성 보장) 방식은 실패했다. 노 전 대통령 자신이 그 희생물이 됐다. 검찰 개혁 깃발을 다시 든 것은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의 방법으로 검찰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권 초기 검찰을 통한 적폐 청산 수사,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등 치명적 실수로 인해 검찰 개혁은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검찰 개혁은 되살아날 수 있을까. _편집자주

*검찰 개혁 벼랑 끝①…문재인, 독이 든 술을 마시다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96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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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통제 실패
법무부 장관 사퇴-청와대 압수수색

2019년 8월27일,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에 대한 전격적인, 대규모 수사를 개시했다. 윤 총장이 임명된 지 3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지 18일 만이었다. 여기서 윤석열 검찰과 문재인 정부가 완전히 갈라섰다. 대통령도, 법무부 장관도 검찰을 통제하는 고삐를 완전히 놓쳐버렸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와 비판 여론에도 문 대통령은 9월9일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나 10월14일 조 장관은 정치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사퇴했다. 검찰총장이 상관인 법무부 장관을 날린 것이었다.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검찰은 10월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 수사에 착수했다. 이 비위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2월23일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

수사는 청와대로 번졌다.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자를 지원하기 위해 청와대가 부당한 수사를 경찰에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들어갔다. 울산지검에 있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가져왔다. 검찰은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울산시장 경선 하차’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봤다. 검찰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청와대 비서진을 광범위하게 조사했고, 또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

정대화 상지대 총장(정치학)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전방위적 수사에 나선 것은 윤석열 총장이 검찰 개혁에 동의하지 않아서였다. 대통령의 인사권까지 훼손하면서 조국 전 장관을 수사했다. 검찰은 우리 사회 기득권 집단 가운데서도 가장 강하다. 이번 사태는 기득권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계속되는 검찰의 공격에 문 대통령은 대응하지 않았다.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는 이야기만 했다. 2020년 1월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온 임종석 전 실장이 나섰다. “이번 사건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 검찰은 어떤 기관보다 신중하고 절제력 있게, 남용함 없이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오재록 전주대 교수(행정학)는 “문 대통령이 검찰의 폭주를 막으려 했다면 조국 사건 수사, 기소 시기에 결단했어야 한다. 그러나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법학·전 민생당 의원)는 “문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부족해 어려움이 생기면 소극적으로 돌아서는데, 대통령은 정부의 중요한 문제를 적극 수습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11월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감찰 결과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1월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감찰 결과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4. 정치 실패
끝없는 갈등에 지지율만 무너져

문재인 정부의 반격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으로 시작됐다. 취임 6일 만인 2020년 1월8일 첫 인사에서 윤석열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윤대진 수원지검장 등을 모두 좌천시켰다. 그 뒤로 추 장관과 윤 총장은 계속 충돌했다. 검찰 특별수사팀 설치, 최강욱 당시 청와대 비서관 기소, 수사-기소 검사 분리, 한명숙 사건 수사팀 감찰 조사 등 사사건건이었다. 추 장관은 두 번이나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측근과 가족 관련 사건에서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했고, 윤 총장에 대한 감찰도 지시했다. 윤 총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그리고 12월10일 ‘운명적인’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검찰의 공세에 부글부글하는 민주당에서는 추 장관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김두관 의원은 12월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추 장관을 옹호했다. “추 장관만큼 추진력을 갖고 자기 이미지까지 상해가면서 총대를 메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충돌로 정부·여당의 피해도 컸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취임 뒤 최저 수준(각각 37.4%, 28.9%, 리얼미터 12월3일)으로 떨어졌고, 윤 총장은 다음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24.5%, 알앤써치 12월2일)에 올라섰다. 이철희 소장은 “추 장관의 뜻은 이해되지만, 윤 총장과의 전선을 잘못 만들었다. 국민의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 그동안 너무 거칠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정치 소극주의’를 비판하는 의견도 많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장관과 청장의 싸움이 계속되면서 시비는 가려지지 않고 정부에 대한 신뢰만 무너졌다. 이제 대통령이 사태를 정리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중심제는 대통령이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갖는 것이다. 자신이 임명한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이렇게 커졌으면 이제 결단해야 한다.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민주당 안에서는 2단계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중심으로 한 1단계 검찰 개혁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련 법률을 재개정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이자 민주당 권력기관 개혁 태스크포스 팀장인 김종민 최고의원은 “검찰의 수사권 폐지를 통한 수사-기소 분리는 시간을 갖고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그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2021년 초부터 검찰이 하는 직접 수사 범죄를 별도의 수사기관에 넘기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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