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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 나는 코로나, 우린 다시 꼭 만날 거예요 ②

[코로나 뉴노멀]
3부 - 김양중 전 <한겨레> 의료전문기자의 ‘코로나19’ 모놀로그
등록 2020-05-30 05:32 수정 2020-06-13 04:42

* 나는 코로나, 우린 다시 꼭 만날 거예요 ① 에서 이어집니다.

가을에는 브라질에서 유행, 한국에선?

최근 여름에서 가을로 철이 바뀐 남반구의 브라질 등에선 우리가 기세를 떨치고 있지요. 한국 전문가들도 올가을 제2의 유행을 전망하던데요. 우리 친구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유행도 1910년대 전세계를 휩쓸 때, 1차 때보다 2차 때 훨씬 광범위하게 퍼졌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활동이 더 활발해지면서 동시에 숙주인 사람들은 실내로 들어가 가까이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니까요. 우리가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죠. 어찌 보면 서너 달 남은 동안 우리는 체력을 비축할 텐데, 숙주들은 무슨 준비를 할까요? 감염 유행을 줄일 대책을 충분히 내놓을까요?

우리도 이번 기회에 놀란 것이 많아요. 한국이나 일본, 독일은 나름 우리 공격을 잘 막은 나라로 알려졌는데, 이 나라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어요. 먼저 단위 인구당 병상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이에요. 그래서인지 독일과 한국은 감염환자 수에 견줘 사망자 비율이 낮아요. 그만큼 초기에 빨리 입원시켜서 더는 감염이 퍼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대구에서 유행할 때 병원에도 못 가보고 사망한 환자 사례가 언론에 나온 것만 해도 15건이 넘어요. 한국은 단위 인구당 병상 수가 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 가까이 되지만, 막상 한꺼번에 생긴 감염환자를 입원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생활치료센터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도 했지요. 몇몇 병원을 비우도록 해 긴급 환자를 입원시키기도 했는데요. 이번엔 우리 공격을 잘 받아넘겼지만 좀더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가 가을에 돌아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네요. 특히 한국은 중앙 또는 지방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 병상이 전체의 10%도 되지 않아요. 다른 OECD 회원국에 견줘 턱없이 부족한데 그사이에 달라질 수 있을까요?

약자의 구멍 없애는 것이 두려워

마스크 논란 때 우리 코로나바이러스는 혼쭐이 났답니다. 처음에 숙주들이 마스크를 사재기하거나 좀더 높은 가격에 판다고 수출할 때 우리는 웃었지요. 하지만 마스크 나누기를 자청하거나 면마스크 등을 만들어 서로 선물하고, 심지어 한국에서 많이 지원받았다며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마스크를 지원할 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사람들이 욕심내고 그로 인해 약자층이 만들어지고 그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옳거니’ 하고 유행시킬 수 있는데, 지구촌 공동체를 만든다며 서로 합심하다니요? 아무리 우리가 퍼지려고 해도 숙주들 사이에 건강 약자가 없어지면 우린 기회를 얻을 수 없어요.

다행히, 빈틈은 여전히 있어 보입니다. 숙주들은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백신이나 치료제를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더라고요. 지구에서 가장 센 나라 대통령도 그런 말을 했다지요? 우리가 두려워하는 상황은 지구촌 공동체가 약자부터 백신이나 치료제를 공급하는 거예요.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서식하면서 전파되는 게 우리 전략인데 그 전략이 산산이 깨지거든요.

덧붙여 설명하자면, 백신은 숙주와 우리가 공존하는 방법이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백신을 통해 우리 정체를 알게 된 숙주는 우리를 만나도 목숨을 잃거나 심한 합병증이 남을 정도로 앓지 않아요. 아는 만큼 덜 두려워하고 대비도 하는 거죠. 적당한 선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겁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이들에겐 예방백신이 더욱 중요하고요.

혹시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우리랑 영원히 만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나요? 착각이에요. 그래 봤자 우린 잠시 숙주 곁에서 떠나 있는 것입니다. 우린 반드시 다시 만날 거예요. 왜냐면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니까요. 개체 수로 따져도, 지구에 자리잡은 역사로 따져도, 사람은 우리와 비교조차 되지 않아요. 아직 우리 정체도 제대로 모르잖아요. 코로나바이러스 친구들은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밀림이나 아프리카 지역, 때로 빙하 속 등 사람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자연계에서 오손도손 잘 살고 있답니다. 언젠가 또 사람들이 우리를 접촉해 그들의 세계로 인도하겠죠. 지구 역사에서 오랫동안 갖춰진 팽팽한 균형을 깨는 건 항상 사람입니다. 물론 우리가 신세계를 만나는 기회이기도 하지만요.

우리가 지구의 주인

그래서 메르스 선배 뒤 코로나19가 온 것처럼, 코로나19가 수그러들더라도 언젠가 우린 곧 돌아온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다시 만날 때는 전파를 차단한 경험과 서로를 미리 알아가는 과정인 백신 등을 통해 숙주가 입는 피해가 훨씬 덜할 수 있겠지요.

끝으로 자꾸 우리를 나쁜 존재라고 욕하는데, 그러지 마세요. 우린 그냥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생명체예요. 퇴치라는 말 쓰면서 치료제와 백신 등으로 없애버리는 데 집중하는데, 그런다고 사라질 우리가 아니라는 점 명심하세요. 우리가 보기 싫다면 우리를 사람의 세계로 인도하고 크게 전파할 다양한 길을 줄여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시고요.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전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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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뉴노멀
3부 한눈에 보는 코로나19

1.바이러스와 인간, 그 기나긴 역사
2.[콩트] 나는 코로나, 우린 다시 꼭 만날 거예요
3.코로나 시대의 중요한 사물, 마스크의 모든 것
4.[감염병 역사] 인류는 '질병 공동체'
5.[코로나 소설] 얼굴 보고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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