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예술을 가지고 리얼리티 오디션 쇼를 해?” 울타리 안에 아티스트들을 가둬놓고 스타 뽑기를 하는 작태를 두고 미술계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다고 들었다. 그러나 나의 솔직한 견해를 말하자면, 이미 현대미술 자체가 거대한 리얼리티 쇼 같다. 고독 속에서 자신만의 색채를 찾기 위해 애쓰는 고흐 같은 아티스트의 이미지는 그저 박제화된 이상에 다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무조건 논란을 일으켜야 한다. 데이미언 허스트처럼 죽은 상어를 갤러리에 가져와 모터로 움직이든지, 낸시랭처럼 고양이를 어깨에 얹고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든지. 그렇게 시끌벅적해야 유명세가 만들어진다. 그래야 미디어와 호사가들의 관심을 받고, 작품을 비싼 값에 팔아넘길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작품의 가격이 예술성을 보증한다. 이 때문에 의 도전은 내게 꽤나 흥미로운 무엇이었다. 도전자들의 구색도 제법 맞았다. 훈훈한 외모, 제멋대로의 ‘똘기’, 연예인과의 친분 관계, 감동의 가족 드라마…. 그런데 ‘논란을 위한 논란’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뭔가 붙잡고 늘어질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그냥 속이 뻔히 보이는 어린 예술가들과 동어 반복만 일삼는 작가들만 보였다. 그래 결국엔 작품이구나 싶더라. 이러니저러니 해도 최소한의 볼 만한 무엇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처럼 하루이틀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작품’은 아니었던 거다. 그렇다면 주변의 장치라도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데 냉정한 심판관 대신 사슴 눈을 가진 여배우가 둘씩이나 앞에 서 있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서바이벌 쇼, 그 참가자 그리고 딜레마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을 완성하라’는 첫 회 미션에서 미디어 아티스트인 도전자 차지량은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 자체를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자진해서 “탈락을 희망한다”는 선언으로 마무리한 작업에 대해 반응은 여럿으로 갈렸다. “여기 남은 사람은 뭐가 되냐”는 격앙된 반응도 있었고, 딜레마에 빠진 심사위원들은 “난처한 입장”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에게 톱3에 해당하는 성적을 주었다. 이 장면은 앞으로도 의 결정적 장면으로 남을 듯하다. 이 프로그램은 방영 전부터 순수예술을 상업적 쇼의 장으로 끌어들여 점수로 줄 세운다는 기획 의도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쇼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당사자가 미션을 역이용해 논란을 재점화한 것이다. 그의 작업은 누군가의 말대로 “다른 작가들을 이용”했다는 윤리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합격을 준 심사위원에 의해 시스템 안에 계속 머물게 됨으로써 스스로 딜레마에 빠지게 된 점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제일 현명한 반응은 또 다른 도전자 이베르의 말일 것 같다. “그런 작업이야말로 아티스트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무한경쟁 시스템 안에 포섭된 시대에 쇼의 대상이 순수예술이라고 해서 더 문제될 것도 없다. 그러한 고민은 사회의 서바이벌 시스템을 그대로 무대에 옮긴 모든 쇼에 해당되는 것일 테니까. 결국 차지량이 던진 화두는 쇼에 참여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는 우리 모두에게 유의미한 질문이었고, 바로 그 순간 예술의 역할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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