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올해가 가기 전에 보시라

등록 2013-12-20 08:28 수정 2020-05-02 19:27
예측 못할 짜릿함
JTBC

JTBC

혹한의 연말, 시상식에 별 관심 없는 나로서는 따분한 시즌이다. 그러니 이럴 때는 다시 보고 싶은 프로그램 하나를 지목해 곱씹어보곤 한다. 올해는 단연코 시리즈로 시즌1 ‘게임의 법칙’에 이어진 시즌2 ‘룰 브레이커’까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추리소설, 보드게임, 리얼리티 서바이벌 게임의 애호가들에게 이 쇼는 정말 재미있는 한판이다. 연예인과 더불어 몇몇 두뇌파 일반인이 출연하는데, 매회 게임을 벌인 뒤 한 명씩 탈락하고 마지막 승자가 획득된 상금을 독식하는 형태. 얼핏 처음에는 보드게임의 구조가 강해 머리싸움이 핵심일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혼자서 똑똑해도 같은 리얼리티쇼의 연합 전술에 걸리면 꼼짝없이 쫓겨난다. 게다가 출연자들의 숨겨진 성격, 게임을 거치면서 형성되는 이미지 같은 게 결합되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짜릿함을 만들어준다. 자기 두뇌를 과신한 이준석·남휘종이 초반에 탈락하는 모습도 통쾌했고, 김구라의 감정적인 몰아치기를 정교한 게이머의 능력으로 엎어버린 홍진호의 솜씨도 멋있었다. 쇼 전체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기초는 물론 각각의 게임이 매우 복잡하면서도 그럴싸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인데, 반대로 이것이 보드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에게 문턱이 되는 듯도 하다. 잘 짜인 게임은 게이머가 룰에 익숙해지면서 더 큰 재미를 만들어내는데, 시즌1을 보고 나온 시즌2 참가자들의 변화된 전략도 궁금하다.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종편의 사회고발극

(사진)은 안판석 PD의 최근작이자 두 번째 종합편성채널(종편) 드라마 연출작이다. 안 PD의 첫 번째 종편 드라마는 지난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힌 이다. 이 작품은 불륜극의 외피 아래 한국 계급사회를 유지시키는 속물의식을 냉철하게 그려내 종편 드라마의 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시 재난 드라마의 틀을 빌려 한국 관료 시스템의 부조리를 비판한 사회고발극에 가깝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만들어내는 스펙터클이나 긴장감에 집중하는 장르 공식을 벗어나, 개인을 서서히 억누르는 관료조직의 통제를 소름 끼치는 리얼리티로 담아냈다. 신선한 서사와 시선에도 불구하고, 낯선 장르와 시종일관 암울한 분위기 때문에 낮은 시청률 속에 막을 내린 비운의 수작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숨겨진 걸작으로 추천하는 진짜 이유는 드라마보다 더 재앙 같은 드라마 밖 결말에 있다. 은 당초 20부작으로 예정된 작품이었다. 그러나 저조한 시청률이 이어지자 방송사는 이제 막 이야기가 본론으로 넘어가는 8회 즈음, 갑자기 조기 종영을 통보한다. 절반에 가까운 8부가 축소되고, 주 2회 방영에서 1회로 편성이 변경됐다. 시청률로 인한 조기 종영은 종종 있었지만 이 정도의 재난급 스케일은 유례가 없었다. 종편 드라마의 격을 높여줬다는 제작진에게 다시 본래의 격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종편과 사회 비판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과 시청률 지상주의의 만남이 빚은 재난 드라마를 더 많은 이들이 확인해주기 바란다.김선영 TV평론가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