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박근혜 정부 시기 한국 사회의 비극을 보여주는 하나의 후일담을 소개하려 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이하 국정화)가 추진된 과정에 관한 이야기인데, ‘국정화 주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머리와 손발이 되어준 핵심 조연들의 역사가 담겼다. 충격적인 건 위로는 장관부터 아래로는 연구사까지 “나도 국정화에 찬성했다”는 이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 등 국정화 관련 기관 47명을 면담·서면
조사한 내용을 최초로 심층 취재한 결과다.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고 한다. 상사를 모시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을 모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대통령 역시 맹목적으로 모셔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제대로 보좌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교육부 공무원 500여 명 중 100여 명이 국정화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이 100여 명이 최소 위법한 명령만이라도 ‘항명’했다면 일제강점기 때도 없었던 ‘유신 시절 적폐’ 교과서가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땅의 인재를 길러낼 책무를 지닌 교육공무원 집단이 보여준 조폭에 견줄 상명하복 문화가 한국 사회의 진짜 비극은 아니었을까. 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윗선의 지시’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중·하위 관리’라는 익명 뒤에 숨은 ‘국정화 조연’들의 역사를 드러내 기록으로 남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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