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계에서 줄기차게 이어지는 ‘미투 운동’(#MeToo)의 한가운데서 또 다른 논쟁이 불붙었다. 이른바 ‘미투 공작’과 ‘진보 분열’ 논란이다.
김어준 총수는 2월24일 팟캐스트 에서 “공작(을 하는 이들)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피해자들을 좀 준비시켜서 진보매체를 통해서 등장시켜야 되겠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를 분열시킬 기회다. 이렇게 사고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 운동이 문재인 정권에 타격을 주기 위한 보수세력의 공작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발언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도 힘든 피해자들을 한 번 더 망설이게 만드는 말”이라며 김 총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자 그의 페이스북은 김 총수 개인에 대한 호오, 발언의 진의, ‘진보 분열’ 논란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가진 이들의 댓글로 들끓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총수는 2월26일 교통방송(TBS) 라디오 에서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 미투가 공작이라고 한 게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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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금태섭 의원을 2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김 총수의 해명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하다. 만약 진보 진영이 이 일로 타격 입게 되면 그건 ‘만진 놈’의 잘못이다. ‘분열은 안 된다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불가능한 걸 강요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총수의 발언으로 피해자들이 위축될 수 있다. 김 총수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번 일로 진보 진영이 타격을 입으면) 피해자를 원망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고, 피해자도 그에 대해 걱정하게 된다. 만약 한국 사회가 젠더 문제에 더 감수성이 있는 사회였다면, 이 정도 발언으로도 김 총수는 훨씬 더 큰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김 총수를 좋아하는 분들 중에 민주당 지지자도 많다. 만약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 일부라도 이 문제에 진영논리를 들이대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던 사람들이 염증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성폭력·인권 문제에 대해선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진영 잣대를 들이대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얘기할 필요가 있었다.
부적절한 해명이라고 본다. 김 총수의 발언에서 ‘내가 그동안 댓글 움직임을 쭉 따라와서 아는데’라는 태도를 읽었다. 피해자들이 못 보는 어떤 요소를 자신은 알고 있다는 거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이 겪은 일로 인해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았고, 이를 극복하고 용기 있게 나섰는데 (이들을) 바보 취급한 거다. 너희는 모르지만 나는 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피해자나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 만약 진보 진영이 이 일로 타격 입게 되면 그건 ‘만진 놈’의 잘못이다. 진보든 보수든 그 사람들(가해자)이 속한 집단은 타격을 입을 거다. 김 총수의 발언은 미투로 고백하는 건 좋지만 이걸로 우리가 흐트러지면 안 된다는 거다. 어떻게 안 흐트러지나. 분열은 안 된다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불가능한 것을 강요하는 거다. (김 총수의 발언은) 바꿔 말하면, 만약 분열되면 그 원인은 미투 운동이란 거다. 잘못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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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다 조용히 하고 있었으면 김 총수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런 논리를 확산시켰을지도 모른다. 미투 운동을 도와줘야 하지만, 이 문제로 문재인 정부가 타격을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러나 현재 김 총수의 발언과 같은 취지로 누군가 또 말하긴 어렵게 됐다.
한국 사회에선 성평등 교육이 제대로 안 됐고, 젠더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낮기 때문에 그런 우려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제19대 국회에서 검찰 출신 의원이 여기자들 앞에서 성적 농담을 해 정식 항의를 받았다. 그런데 그분은 검찰에 있을 때 남자들 앞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이 경우 남자들이 보기엔 이 사람이 그런 의도가 아닌데 억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성희롱은 피해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 남자들은 그 생각을 못하는 거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우리 사회가 교육을 못 받은 것은 한국 사회의 환경 자체가 남성중심적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직업적으로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꽤 많이 만났다. 두 가지 옵션을 얘기한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이라도 정식으로 문제를 삼는 방법 하나, 또 하나는 이미 시간이 지났으니 참고 지내라는 것이다. 주로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길 권한다. 두 선택지 모두 가시밭길이지만, 문제제기를 할 경우 피해자가 받는 타격이 조금이나마 덜하다. 어쨌든 내가 최선을 다해 뭐라도 한 것이니까. 성폭력 피해를 입고 가만히 참으면 정말 병난다. 그렇게 권유는 하지만, 당사자는 대개 그렇게 못한다. 그런 모습을 오래 봐왔기 때문에 김 총수의 말을 듣고 화가 났다. ‘이리 가도 죽는 길, 저리 가도 죽는 길’이라 너무나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진보 진영 대동단결 얘기하는 게 제정신인가 싶다.
“왜 이래” 하면서 손을 치우는 식으로 분명히 제지한다. 내 앞에서 심각한 수준의 일이 벌어진 적은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 모두에 책임이 있는데 나 역시 자유로울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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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폐지 법안을 냈다.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도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 (성폭력 사건에는) 가해자의 유죄가 인정됐는데도 저쪽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경우 조사받고 고생하는 예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 법안은 폐지돼야 한다.
여성들이 오랜 시간 겪어온 고통에 공감하고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민주당에 도움이 된다. 혹시 우리 진영에 있는 어떤 이가 타격을 입지 않을까라는 방어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보면 안 된다. 이 문제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우리는 젠더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가겠다’고 한다면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 기회에 우리가 보수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피해자들은 용기 내서 신고하세요’라고 해야 한다.
교육이 중요하다. 교과과정에 페미니즘을 넣어서 교육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남성 위주 문화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의무교육을 통해서라도 인식을 전환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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