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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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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싸우는 ‘평등한 사랑’

혼인의 자유와 평등 말하는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향한 동성결혼 불인정 결정
등록 2016-12-29 09:54 수정 2020-05-02 19:28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왼쪽)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씨가 2015년 7월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동성결혼 소송 첫 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겨레 김성광 기자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왼쪽)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씨가 2015년 7월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동성결혼 소송 첫 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겨레 김성광 기자

법은 또다시 그들을 부부로 인정하지 않았다.

2016년 12월6일, 서울서부지법 민사5부(재판장 김양섭)는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씨가 동성부부 혼인신고를 처리하지 않은 서대문구청에 제기한 불복 소송 항고를 기각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정의한 현행법의 해석상 동성결혼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김조광수씨와 김승환씨는 ‘합법적 부부’가 되기 위해 지난한 싸움을 하고 있다. 2013년 9월 공개 결혼식을 올리고서 그해 12월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구청 쪽은 ‘민법상 동성혼은 혼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반려했다. 김씨 부부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2014년 5월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서울서부지법에 구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국내에서 제기된 동성결혼 관련 첫 소송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민법 어디에도 동성 간 혼인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며 “혼인의 자유와 평등을 규정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은 문언 그대로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남성과 여성 양성이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지 혼인이 성립하려면 두 당사자가 이성이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약 2년간의 심리를 거친 뒤 서울서부지법(법원장 이태종)은 2016년 5월25일 김조광수·김승환씨가 동성결혼이라는 이유로 서대문구청이 혼인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시대적·사회적·국제적으로 혼인제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이 변화했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입법적 조치가 없는 현행법 체계하에서 법률 해석론만으로 ‘동성 간의 결합’이 ‘혼인’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낡은 가족규범 때문에 동성 커플은 제도 밖 부부로 살고 있다. 법적 혼인으로 인정받지 못해 상속권, 상대방이 수술할 때 동의서를 쓰고 사망시 장례를 주관할 권리, 국민건강보험에서 가족으로 혜택받을 권리 등 다수의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없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달리, 전세계적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나라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자 차별은 개인 평등권의 침해”라며 2015년 6월26일 동성혼이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2016년 3월에는 자식을 입양한 동성 부부의 친권을 전국적으로 허용하라는 판결까지 내렸다. 이렇게 미국 등 세계 22개국이 동성혼을 법으로 인정했다.




심사위원 20자평


여연심 예상한 결과지만 마음 아픈 판결. 편견과 차별 없는 세상은 멀다
김진 혼인에 제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자녀 출산과 양육 과정을 통해 사회 구성원을 새로 만들기 때문…이라고요?
홍성수 소송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 법원은 알까?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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