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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프리카 순방, 미르재단 사무부총장까지 이권 챙겨

최순실·차은택 연루 회사 사업계획서 작성에 정부 부처 ‘동원’ 등

대통령·청와대, 범정부 TF로 비선 실세 밀어준 정황 확인
등록 2016-11-16 17:32 수정 2020-05-03 04:28
2부_국익으로 포장된 ‘최순실 예산’
‘VIP’(대통령)를 위시한 청와대가 정부 부처들이 여럿 동원되는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TF가 비선 실세들의 이익을 국익으로 포장하는 창구로 쓰인 정황이 확인됐다. 에 나오는 고사에서 비롯된 ‘농단’은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이익과 권력을 독차지한다’는 뜻이다. 국정 농단으로 얻으려던 비선 실세의 이익은 궁극적으로 누구의 이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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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 과정에서 추진된 ‘소녀 보건교육 동영상 제작 사업’을 최순실·차은택이 관여된 플레이그라운드가 수의계약한 것을 놓고 특혜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플레이그라운드와의 정식 계약 체결 이전부터 자문회의를 구성해 이들의 사업을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 대표를 지낸 영상제작업체까지 관련 업무를 위탁받는 등 이권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자체가 비선 실세들의 이권 사업으로 기획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보건복지부 국제협력담당관실 공무원 2인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사무총장을 비롯한 5인 등 정부의 국제개발협력정책(ODA)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지난 4월1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회의실에서 ‘아프리카 K-프로젝트 보건교육 영상 및 인쇄교재 자문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제작기관’으로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과 박아무개 플레이그라운드 본부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주요 안건은 △보건 교육 캐릭터 검토 △콘텐츠의 문화적·지역적 수용성 및 실효성 검토 두 가지였다. 사실상 미르재단과 플레이그라운드를 위한 ‘자문회의’였던 것이다.

이날 회의 내용을 살펴보면, 당시 미르재단과 플레이그라운드의 보건교육 영상 및 인쇄교재 개발은 상당 부분 진척이 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는 ‘외부전문가’로 이화여대 교수 2인 등 4인의 교수가 참석했는데, 이들은 캐릭터의 색깔이 분홍색으로 정해진 점, 머리 색깔이 금발이라는 점 등에 대한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문제는 자문회의가 이뤄진 4월1일은 플레이그라운드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과 정식으로 보건교육 영상 및 인쇄교재 개발 용역 계약을 체결하기 전이라는 것이다. 양자의 용역 계약이 체결된 것은 5월12일로,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이 공식 발표된 날이었다. 계약은 입찰이나 공모를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사업 주체가 이미 내정된 상태에서, 계약 체결 등의 행정 절차는 요식행위였던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4월6일 순방 3개국 주재 한국 대사관에 플레이그라운드가 작성한 사업계획서에 대한 일종의 ‘타당성 조사’를 의뢰한다. 공문을 보면 △동영상 캐릭터 선호도 조사 △캐릭터 이름 선호도 조사를 의뢰하면서, 동영상 캐릭터는 1~3안, 캐릭터 이름은 1~5안까지 후보를 제시했다. 보건복지부가 사전 조사한 캐릭터는 한 달 뒤인 5월12일 보건복지부와 보건교육 동영상 제작 용역 계약을 체결한 플레이그라운드 사업계획서에 그대로 등장한다. 사업계획서에는 보건복지부 공문에 있는 캐릭터 1안, 캐릭터 이름 1안이 그대로 제시돼 있다. 계약 체결 이전부터 보건복지부, 외교통상부 등 대통령의 해외 순방 업무를 맡은 정부 부처가 플레이그라운드 사업에 동원된 것이다.

특히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이 플레이그라운드의 세부 계약 내용을 살펴본 결과,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 2015년 7월20일까지 대표로 있었던 영상제작업체 ‘온디자인에스이’가 동영상 제작 관련 업무를 위탁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정책에 비선 실세의 측근들 이권까지 개입된 셈이다. 플레이그라운드는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본사 담당 업무 외에 모두 2명의 개인과 2개 업체에 위탁을 준다. 이 가운데 온디자인에스이는 △플래시 애니메이션 및 자막 비용(4400만원) △인쇄교재 제작 비용(1320만원) 명목으로 전체 용역 계약금 9900만원 가운데 가장 많은 계약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플레이그라운드가 정부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내고, 다시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과 연관된 온디자인에스이가 위탁을 받는 방식을 보면 애초 정부의 아프리카 소녀 보건교육 동영상 제작 사업 자체가 이들의 이권을 위해 촘촘히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등이 들러리를 섰는데, 청와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K-프로젝트는 ‘코리아에이드’를 일컫는 것으로, 정부는 코리아에이드에 대해 보건·음식·문화 요소를 결합한 한국형 국제개발협력정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보건은 케이메딕(K-Medic·구급차를 이용한 이동형 보건 서비스), 음식은 케이밀(K-Meal·쌀 가공식품과 비빔밥·김치 등 한식 제공), 문화는 케이컬처(K-Culture·개도국 소녀 보건교육)로 부르는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보건 분야를 제외한 음식·문화 분야에서 미르재단 이권 개입 사실이 드러나 ‘국정농단’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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