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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활동 기간 안에 인양돼야”

2부-그날. 국민 여론 모아 인양 결정하자던 해양수산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중간 검토 결과 내놓아… 조류와 태풍 등에 따라 소요 기간 달라질 것
등록 2015-04-15 04:15 수정 2020-05-03 00:54

전남 진도 근처 맹골수도 수심 44m 밑에는 아직도 세월호 침몰의 증거와 실종자 9명이 남겨져 있다. 해양수산부는 4월10일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의 중간 결과 발표를 통해 “침몰된 세월호의 인양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가 검토 중인 세월호 인양 방법. 자료: 해양수산부,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해양수산부가 검토 중인 세월호 인양 방법. 자료: 해양수산부,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당연한 인양을 ‘선심 쓰듯’

원래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세월호 인양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세월호 인양 여부는 국민 여론을 수용해서 결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4월6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실종자 가족과 전문가들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서 선체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자, 해수부는 4월 말로 예정된 태스크포스의 검토 결과 발표를 4월10일로 부랴부랴 앞당겼다. 해수부는 4월10일 낸 보도자료 제목을 ‘세월호 침몰 선체 기술적으로 인양 가능’이라고 뽑았다. 대통령의 판단을 그대로 따라 뒷받침해주는 모양새다.

고 이창현(단원고 학생) 군의 아버지 이남석씨는 한숨을 쉬었다. “세월호에는 침몰의 이유를 알 수 있는 증거가 있고, 돌아오지 못한 아홉 분도 있다. 인양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데도, 정부가 만든 조직이 ‘선체처리 기술 태스크포스’였다. 인양의 ‘인’자도 없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인양마저 정부가 ‘선심 쓰듯’ 하는 것에 분통을 터뜨린다. 최근 와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전국 성인 남녀 1천 명 대상, 휴대전화와 집전화 동시 면접조사)를 보면, 77.2%가 선체 인양에 찬성했다.

해수부는 세월호 인양에 소요되는 시간을 약 1년, 비용을 1천억원으로 예상했다. 기상 상태 악화 등으로 인양이 지연되면 그 기간이 6개월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해수부는 해상 크레인과 플로팅독(뜨는 독) 사용을 조합하는 게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실종자 유실·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검토 결과를 밝혔다.

세월호는 현재 수심 44m 지점에 가라앉았고, 배의 왼쪽 1~1.5m 정도가 바다 진흙 속에 박혀 있다. 세월호를 수면 밖으로 들어올릴 경우 무게는 적재된 화물과 배에 들어찬 바닷물까지 포함해 1만t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세월호와 크기가 비슷한 일본의 아리아케호는 침몰한 선체를 4등분해서 인양하는 데 1년이 걸렸다. 하지만 세월호는 실종자 유실 방지 등을 위해 선체를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들어올려야 해 작업이 더 어렵다. 해저 환경은 세월호가 침몰된 해역의 유속이 최대 6노트로 20여 일 만에 인양된 천안함 침몰 지점(최대 4노트)보다 빠르다.

해수부의 인양 시나리오를 보면, 먼저 세월호 선체를 바로 세우지 않고 옆면에 93개의 구멍을 뚫어 체인을 선체 내부 구조물과 묶는다. 체인을 연결한 두 대의 해상 크레인이 세월호를 해저면에서 3m쯤 들어올린 뒤 수심 30m 지점으로 이동한다. 보강 작업을 거쳐 선체를 수면 가까이 끌어올리면 플로팅독을 선체 아래로 보낸다. 이때 플로팅독 내의 물을 빼면 플로팅독이 상승해 선체를 태워 함께 들어올리는 방식이다. 수면 밖으로 선체가 나오면 플로팅독을 근처 항구로 이동시켜 인양 작업을 마무리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플로팅독은 세월호보다 훨씬 큰 대형 컨테이너선을 실을 수 있는 정도라서 세월호를 싣는 것은 문제없다”고 했다.

“극복하기 어려운 게 조류”

천안함 인양 작업에 참여했던 88수중개발 정성철 대표는 “시야 확보나 수온, 수심은 장비 등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극복하기 어려운 게 조류다”라고 했다. “조류로 인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는데 태풍이나 돌풍 등을 피해 얼마나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을지에 인양 소요 기간이 달려 있다.” 이석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인양은 시기가 중요하다. 특조위 활동 기간(1년) 중에 조사관들이 선체에 가서 의미 있는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특조위 종료 전에) 인양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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