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 경기 구리시 두레교회에서 김진홍 상임의장을 만났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깊은 신뢰를 표현했다. 인간적 유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뉴라이트 운동의 ‘주류’가 된 그는 보수와 진보 시민단체들이 대운하 등 구체적 정책 방향을 놓고 통 크게 대화하자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 처음 뉴라이트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 당시 상황은 어땠나.
= 한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보수와 진보가 공존해야 하는데, 당시에는 진보 또는 좌파세력이 지나치게 강하고, 보수 우파 세력은 너무 위축됐다고 느꼈다. 더군다나 진보좌파 세력이 건강하고 합리적인 진보좌파라기보다 친북반미에 쏠리지 않았느냐 하는 느낌을 받았다. 보수와 진보 간에 균형을 이루려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함께 공존해야 하는데 3년 전 뉴라이트 운동을 시작하던 때에는 그렇지 못하다고 느꼈다. 개혁적 보수 세력, 도덕적이고 자체 개혁을 늘 창출하는 보수 운동이 필요하다고 봤고, 그래서 뉴라이트 운동을 시작했다.
뉴라이트 운동을 시작할 때, 두가지 목표를 가졌다. 장기목표와 단기목표다. 장기목표는 선진한국 건설이다. 좌파성향의 정책으로는 선진한국이 되는데 혼선과 어려움이 있다. 우파 보수 세력이 성장을 앞세우면서 분배를 같이 생각하는 정책으로 나가면 선진한국으로 가는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생각했고, 이때문에 선진한국 건설을 장기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는데 필수적인 단기목표로 2007년 12월19일에 있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뉴라이트 운동이 처음에는 어려웠다. 처음 뉴라이트 운동을 시작한 것은 세명이었다. 나(김진홍), 임헌조(현 뉴라이트 전국연합 사무처장), 최진학(현 뉴라이트 전국연합 정책실장)이다. 후에 류근일(전 조선일보 주필), 유석춘(연세대 교수) 등과도 이야기했다. 그때는 보수 운동이 왕따 당하던 시절이다. 우리 아들이 당시 대학 4학년이었는데, 아버지가 보수주의 운동한다고 학교에서 욕먹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다. 3년 지나 봐라. 보수운동이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나는 그걸 확신했다. 그 생각대로 정권교체도 했고 뉴라이트 운동도 우파 보수를 표방하는 시민운동단체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지금에 와서 정권교체도 1년이 됐고 창립 3주년을 맞으면서 그동안 소흘히 했던 점을 돌아보게 됐다. 지난 3년간은 정권교체나 교체된 정권의 안정 등 정치적 이슈에 민감했던 탓에 시민운동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동안은 정치적 문제에 치우친 운동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걸 인정한다. 지금은 더 이상 정권교체라든지 보수우파 운동을 강조한다든지 하는 것이 시대의 요청이 아니다. 본래 생각하던 대로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상생하는 그런 사회 국가를 세우는 일에 뉴라이트 중심으로 우파적인 엔지오 단체들이 연대하고, 진보 좌파적인 엔지오 단체들도 그들대로 연대해서 서로 비판도 하고 토론도 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전체가 서로 보완·상생·극복하는 관계를 이뤄갈 때가 아닌가 한다.
-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자유주의 연대와 어떤 차별성이 있나. 외부에서 보기에는 그 차이가 크지 않은데, 혹시 조직 통합을 생각한 적은 없나.
= 각 조직이 중시하는 이슈나 사안별 강조점이 다르다. 시대정신은 보수 진영의 이론 논리에 강하고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대중성에 강하고 실천에 강하다. 한반도 선진화재단은 학자 중심으로 정책대안에 강하다. 각자 장기가 있다. 그걸 유지하면서 연대하는 것이 (뉴라이트) 엔지오 전선 전체에도 자산이고 바람직스럽다.
조직이 다르니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차이는 차별하되, 공통분모가 있으니 함께 모임도 만들고 하면 된다. 북한과도 대화하고 세계가 지구 공동체를 만드는 판인데 좁은 남한 땅에서 차이 때문에 못 만난다면 어리석은 짓이다. 물밑으로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시대적 요청에 의해 만나고 있고 더 큰 목표를 향해 함께 나갈 것이다. 다만 통합은 불편하다. 각자 살림을 살고 있는데 통합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고 다양성도 손상받을 것이다. 시대적, 정책적 문제를 두고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면 된다. 각자 자기 색깔과 강조점이 있는데 굳이 통합할 필요가 있겠는가.
- 다른 단체와 구분되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강조점은 무엇인가.
= (뉴라이트) 시민운동 자체를 저변화하면서 국민 속에 이를 보급하는 것을 시도했다. 그것을 그냥 이론가나 학자들 선에서 머물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 창립 3주년 기념식에서 국민화합운동을 주창하면서, 가난한 자에 대한 분배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는데.
= 우리가 생각하던 대로 보수 정권이 탄생했지만, 소위 구보수, 그러니까 기존 한국 보수 세력의 특징이 나눌 줄 모르고, 베풀 줄 모른다는 점에 있다. 체제의 도움을 받으면서 누릴 줄만 아는 보수였다. 나누고 베푸는 분배에 대단히 소흘한 보수였다. 이제는 뉴라이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옛날 보수는 넘어서야 한다. 보수 정권일수록 성장을 많이 강조하고 분배에 소흘해지기 쉬운데, 그 점에 있어 시민운동단체인 뉴라이트 입장에서는 정부가 소흘해지기 쉬운 분배, 나눔, 그늘진 곳에 대한 배려, 이런데 관심을 두고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보수정권 하의 시민운동 좌표가 아니겠는가 한다.
- 국민화합운동을 위한 구체적 방침이 있나.
= 올해가 끝나기 전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 보수 시민운동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런 문제를 격의없이 이야기하고, 내년 초에는 진보성향 시민단체들과도 함께 모여 이야기하려 한다. 지금은 세계적인 경제위기고 대북문제도 어쨌건 정체된 상태다. 북한을 ‘제대로’ 도와야할 때가 왔다. 이럴 때 북한돕기, 경제위기 돌파 등에서 보수 진영의 여러 단체들이 연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보 진영과도 연대해서 시민사회운동의 풍토를 상생의 풍토로 바꿀 필요가 있다.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돌보지 못하는 부분에 (시민운동이) 진출해서 국민들로부터 시민운동이 새롭게 평가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시민운동의 정체성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좌우, 보수와 진보 등으로 나뉘어 정권을 서로 차지하려는 첨예한 대립 상태에서는 오가는 말이 극단적이고 자연스레 대결적 형세를 취했다. 이제 그런 단계는 지났다. 앞으로 선거가 와도 2007년 선거처럼 극한적인 분열, 대립, 반목으로는 안 갈 것이다. 이제 시민단체 안에서는 좌우,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극복하고 국가적 사안을 놓고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임할 때가 됐다.
- 보수 시민운동의 연대를 언급했는데, 거기에는 올드라이트도 포함되는 것인가.
= 우리는 정통보수하고도 연대한다. 뉴라이트는 올드라이트를 전제하는 것이다. 다만 올드라이트라고 부르면 그분들의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그래서 좋은 이름으로 ‘정통보수’라 호칭한다. 그리고 진짜 올드라이트, 그러니까 자식을 군에 안보내고 세금 안내고 안베풀고 기득권을 누리기만 한 사람들과는 아예 상대를 안했다. 그런 치명적 올드라이트가 아닌 분들은 정통 보수라는 이름으로 연대해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는 범 보수진영을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극단적 올드라이트를 보이지 않게 견제해온 셈이다. 진보좌파진영도 극단적 친북좌파에 대해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범 진보진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서로 한자리에서 크게 토론의 장을 벌일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 그럼, 우리 사회의 극단적 우파는 어떤 사람들인가.
= 북한 정권 자체를 지상에서 지워버려야 된다는 경우가 있다. 북한 사람들이 굶어죽어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 지원 안해야 김정일 정권이 빨리 끝난다, 그게 극우파적인 생각이 아닐까 한다. 그런 극우파는 (보수 진영에서도) 소수다. 목소리는 크지만 숫자는 많지 않다. 이젠 설득이 된다고 본다. 보수 정권에서 북한돕기가 오히려 더 쉽다. 미국도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 때 중국과 대화했다.
뉴라이트나 대다수 온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김정일 정권이 바람직하진 못하지만, 그곳의 동포를 생각해서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가 김정일 정권의 현실을 인정해야지, 너무 도외시하면 나중에도 (북쪽이) 중국에 붙거나 중국권에 속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정권에 관계없이 동포들과 늘 교류하고 단일민족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지원하고 관계를 터야 한다.
- 예를 들어 보수 단체들의 집회 때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모습을 진보 쪽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경우는 어떤가.
=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항상 그런 걸 반대했다. 우파 보수 진영이 대중집회할 때 성조기만 들고 나가는 것을 철저히 반대했다. 그래서 그나마 몇 번은 (성조기가 집회에서) 없어졌다. 다만 성조기 안들고 나가면 (집회에) 안간다는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사람 동원 차원에서 (반대)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광복절 행사에 성조기 들고 나가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건 마치 좌파 진영에서 6·15 행사 때 태극기는 그만두고 한반도기만 들고 나온 것과 비슷하다. 나는 좌파 진영에서도 그런 행사 때 태극기도 들고 한반도기도 들면 좋겠다. 양쪽 다 하나만 들고나오는 극단적인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주도하면 문제 아닌가.
- 보수와 진보가 함께 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 예를 들어 대운하 문제가 있다. 뉴라이트 입장은 대운하 추진이 옳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 성향(의 단체)에서는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된 이유가 환경문제다. 우리 뉴라이트 입장에서는 오히려 환경문제 때문에 해야 한다고 본다. 한강물은 남고 낙동강물은 모자란다. 하상이 너무 높고 오염돼 있는데 이런 것을 물길 잇기를 통해 강을 정화하고 환경을 좋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운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진보진영에서는 (대운하가) 강물을 오염 시킬테니 안된다는 입장인데, 양쪽에서 모두 연구를 깊이 해서 국내와 해외사례 등을 모아, 정부와 관계없이 시민단체들끼리 진지하게 토론해서 가능하면 대안도 제시하면 어떻겠는가.
우리가 매양 싸울 필요는 없다. 대화를 통해 판을 벌이면 미디어도 공평히 다루고 정부 관계자도 참석해서 경청하고, 국회의원도 양 진영이 다 와서 듣고, 그렇게 하면 대운하를 하건 안하건, 좋은 자료를 비교적 객관적 입장에서 제시할 수 있지 않겠는가. 원래 시민단체는 잇권이 없다. 최근 어떤 단체가 부패에 휘말렸지만, 그건 개인의 과오이지, 엔지오 자체가 잇권에 휘말리거나 사업에 참여하는 건 아니다. 사회에서 제일 투명해야 하는게 시민단체와 종교계다. 교육문제, 노동문제 등 모든 문제에 대해 시민단체 쪽에서 보수적 정책과 진보적 정책이 격의없이 논의되면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대선 이후 뉴라이트 운동의 내부 동력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 정권 교체 성공 이후 지난 1년간 떨어질 사람들이 떨어져 나갔다. 시민운동 본연의 자세가 아니라 집권당이 되겠다는 정치적 동기를 갖고 참여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지난 1년간) 정리가 되지 않았겠나. 창립 3주년 행사는 그런 과정까지 벗어나서 살아 남았다는 축제의 자리이기도 했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우리 식구들한테 한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회원이 17만명이라고 말하는데, 정권교체 앞두고 모두 모일 때야 17만이지, 그런 옛날 이야기를 자꾸 하지 마라. 정확한 세를 분석해서 단 5천명 또는 1만명이라도 제대로 시민운동 하겠다는 사람으로 새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옛날의 세를 자꾸 과시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그렇게 이야기한다.
- 지금은 그 세가 어느 정도 되나.
= 앞으로 활동하면서 차차 드러나겠지.
- 정권교체라는 목표가 있었고, 전국적인 대중조직으로 출발했는데, 직접 정치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나.
= 우리는 처음부터 순수한 엔지오로 시작했다.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지난 총선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않았다. 다만 공동대표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가 법제처장이 됐는데, 그 외에는 정권에 간여한 사람도 없다. 그 점에서 우리는 소신을 지켜왔다고 본다. 이 점을 밖에서 높이 평가해줬으면 좋겠다. 지역 조직에서도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이름으로 정치권에 진출한 사람은 없다. 그것을 지키는 데 사력을 다했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시민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명분을 쌓기 위해서, 중심인물 몇명이 사력을 다해 (원칙을) 지켜왔다.
- 총선이건 대선이건 선거는 앞으로 또 있고, 선거 때가 되면 다시 뉴라이트 전국연합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생기지 않겠는가.
= 중간선거건 무슨 선거건 앞으로 선거에 참여할 뉴라이트 가족은 뉴라이트에서 맡고 있는 직책을 사퇴하고 개인적으로 가는 것이다. 뉴라이트의 중심은 흔들릴 필요가 없다. 뉴라이트로선 더이상 정권교체 등 민감한 문제를 내걸고 운동할 필요가 없다. 장차 진보 쪽으로 정권교체 된다 한들, 거기에 맞서 정권 수호를 걸고 나갈 계제는 아니지 않은가 한다. 큰 목표인 선진한국 건설에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는게 지금 생각이다.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 다음 대선 때도 ‘5년은 부족하다. 보수 개혁을 이루려면 한번 더 집권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반드시 나올텐데, 그런 상황에서도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가만히 있겠다는 건가.
= 그건 이명박 정권이 얼마만큼 업적을 이룰 것인지, 성공할지 실패할지와 관련이 있겠다. 보수정권이 한번 더 나와야 틀이 잡히지 않나 하는 생각 같은 것은 그런 문제와 관련이 있다. 지금 나로선 그런 일을 먼저 말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동안 잘하면 괜찮고, 잘 안되어서 나라가 혼란에 빠질 것 같으면 그건 그때 가서 또 방법을 찾아야지.
- 다음 대선 전이라도 정권 차원의 위기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그건 좀 다른 문제다. 우리는 보수 정권을 지키려는 사명감은 있다. 사안별로 다르긴 하겠지만….
- 지금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20~30% 정도다.
= 내년 중반을 넘어서면 지지율이 40% 가까이 갈 것이다. 내 나름의 근거가 있다. 3년 전 보수가 말도 못할 때 3년 지나면 보수가 시대정신 될 거라고 했던 것처럼…. 내 나름대로 보는 관점이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켜봤다고 들었다.
= 20년 가까운 교제다. 매주 한번씩 모였다. 17년 동안 매주 목요일 아침 6시30분에 모여 조찬기도회를 했다. 이 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 이명박 대통령이 회장이었고, 나는 그 모임의 스피커였다. 그때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나나 하는 일 없는 건달 비슷했다.(웃음) 그래도 서로의 역량이나 가치관을 인정했다. 크리스챤 기업을 바로 일으켜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성경적 바탕에서 기업 경영하면서 한국 경제에 기여하자는 모임이었다. 이름이 새한기독실업인 모임이었다. 그때 이 대통령은 그냥 이명박 장로였고, 나는 강사였는데, 내가 장기집권하고 있다. 17년째다.(웃음)
- 지금도 매주 모이나.
= 모임은 그대로 있다. 대통령은 못 나오시고.
- 그런 교유 때문에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공개지지하는 일이 더 쉬웠던 것은 아닌가.
=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역량, 근성, 솜씨를 100% 신뢰한다. 그가 과도기의 국정을 이끌어갈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보수정권을 이끌어서 우리나라의 선진화로 갈 수 있는 길목을 열어줄, 현 상태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2년간 죽자사자 일했다. 원색적으로 말하자면, 그것 때문에 정권교체 이후엔 지쳐서 쉬고 있다.(웃음) 너무너무 열심히 했다. 몰입해서 일했다. 그에 대한 긍지를 갖고 있다. 당선 이후 대통령도 어떤 자리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나는 미련없이 성직자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그런 기대와 확신은 최근 여론과는 거리가 있다. 지금 보수 인사를 포함해 대부분이 이명박 정부에 실망하고 있는 것 아닌가.
= 그 분이 원래 뜸들이는 시간이 조금 길다. 중심잡기를 하고 자기정리를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서울 시장 때도 그랬다. 처음엔 좀 헤매는 성향이 있다.(웃음) 그러나 기본적으로 탁월하고 진지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량을 지니고 있으니까 아마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1년 내지 1년 반 정도 지나면 자신의 저력과 능력을 발휘할 시기가 온다고 본다.
- 그럼, 현재의 문제는 대통령이 아니라 참모나 각료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나.
= 그건 집권 초창기에, 손발 맞추기 기간에 오는 혼선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이 탁월하고 다 좋은데, 마음이 약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착하다. 나는 성직자지만 덜 착하고, 이 대통령은 마음이 여리고 착하다. 착하다는 게 꼭 장점은 아니다. 너무 여리고 착하면 난세를 다스리는데 어려움이 있다. 오히려 내가 주문하고 싶은 것은 단호하고 모질게 못하고 착해서 우물우물하는 건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소신을 갖고 나가면 미디어나 우리 국민이 우선은 반대하는 것 같아도 결국 시간이 가면 좋아지는 게 아닐까 한다.
- 이명박 정부가 ‘강부자’ 내각 등으로 비판을 받았는데, 그게 올드라이트에 대한 극복이 충분치 않아서 일어난 문제 아닌가.
= ‘고소영’ 내각이라는 말을 보자. 현재 장차관 40여명 가운데 고대 출신은 서너명이다. 소망교회 출신은 인수위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내각이나 참모) 전체가 마음에 안드니까 비유를 들어 ‘강부자’니 ‘고소영’이니 비판하는 것이지, 실제 내용은 다르지 않은가. 그리고 처음에 집권해서 인력을 배치할 때는 가까운 곳에서 수고하고 신뢰했던 사람부터 배치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점점 전문가들로 채워나가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그렇게 이해한다.
- 과거 보수 진영은 기존 시민단체들이 권력화되고 이념적으로 편협화됐다고 비판했다. 그 잣대를 뉴라이트 운동에 적용한다면?
= 의도적으로 권력화 되는 길은 피했으니까 그런 혐의는 없을 테고, 이념적 문제는 정권 교체 이후 1년간 연습하는 기간이었으니까 앞으로 균형을 잘 잡아나가야겠다.
- 최근 근현대사 교과서 문제를 보면 뉴라이트 진영의 공세적 문제제기가 이념적 편협함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 교과서를 좌냐 우냐 하는 이념적 각도로 평가하지 말고, 북한을 사회주의 이상적 체제로, 남한을 부패한 체제로 느낄 수 있는 표현을 정상화한다고 생각하면 별로 갈등의 소지가 없지 않겠는가. 좌편향 사관으로 확 고치는 것도 문제지만 완전히 보수적 시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할테니까. 역사이해를 정상화시켜서 균형있는 시각을 지니게 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 대한 문제가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반미를 할만큼 (미국이) 기분나쁜 면도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오는데 기여한 고마운 나라기도 하다. 그런 양면을 균형있게 써주면 되는 것이지, 한쪽으로 너무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도 그렇다. 진보 진영은 그렇게 옮기는 것 자체를 반대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도심에서 미군기지를 이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한국에서 완전히 나가라는 것은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남북 대화가 필요하고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는 건 우리 입장인데, 김정일 체제가 좋다는 식으로 가는 건 안된다. 그런 점에서 진보진영이건 보수진영이건 유연하게 민족이나 국가의 장래를 고려해서 시민운동을 해야한다. 모든 일이 균형있게 정상화 됐으면 좋겠다.
- 김정일 체제가 좋다는 식의 집단이나 세력이 한국에 어느 정도 된다고 보나.
=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미화시키고, 남한을 필요 이상으로 격하시키면,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그런데 필이 꽂히면 친북 아니냐. 반미도 어느 정도 용미의 수준에서 머물러야지, 반미를 직업적으로 외치면 통칭 친북좌파라 할 수 있다. 한겨레도 친북좌파적 느낌을 주는 기사를 상당히 실었다. 나도 독자니까…. 그러나 한겨레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신문이다.
내가 평양을 여러번 갔다 왔다. 햇볕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반대하는 사람 있지만 내가 보기엔 햇볕정책이 부분적으로 좋은 점도 있다. 햇볕정책 시작되기 전에 북에 갔을 때는 옥류관 마당에 가면 그쪽 노동자들이 우리를 보고 다 피했다. 남조선에서 왔다고 하면 외계인 보듯 했다. 햇볕정책 시작되고 2년 뒤에 갔더니 목례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같이 사진 찍자고 하더라. 마지막으로 갔을 때는 그 사진 보내주시나요, 남한은 잘 산다지요, 그러더라. 그런 것은 햇볕정책의 공이다.
그런 것에 대해 공과를 바로 이야기해야지. 과만 이야기하면 10년간 열심히 투자한 것이 낭비밖에 더 되겠느냐. 공도 있고 과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공은 살리고 과는 극복하는 유연한 정책을 써야 한다. 이제 미국에서 오바마가 당선되어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시작되면 우리도 어떤 방법을 택하든지 과감하게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 쪽이 어려우니까 제대로 도울 시기가 지금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런 주제가 좌우의 시민단체들이 마주앉아 이야기할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민간 차원에서 지원하고 정부가 뒤를 밀도록 제안하고 싶다. 북한 나무심기, 어린이 돕기, 결핵퇴치 등은 좌우의 시민단체들이 합쳐서 일할 수 있다.
- 뉴라이트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운동할 때와 제도정치에 입문한 뒤가 다르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 정치 초년생이라 그렇지, 자기 이론이나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들이다. 익숙해지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신지호, 조전혁, 나성린 이런 분들이 국회에 들어간 것은 참 바람직하고, 그들이 범 뉴라이트 출신으로서 진가를 발휘할 때가 올 것으로 본다. 밖에 있는 뉴라이트 동지들도 그들이 좋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당선됐다. 레이건 이후의 신자유주의가 한계에 부딪힌 결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 레이건과 부시 이후, 미국이 보수 우파로 너무 치우쳤던 감이 있으니 그걸 교정한다는 의미에서 오바마의 출현은 (미국인들이 내린) 좋은 선택이었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그동안 오른쪽으로 너무 치우쳤던, 세계를 지배하려던 패권주의적 느낌을 교정하는데 있어 오바마의 등장은 적시에 이뤄진 것이라고 본다. 마찬가지로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왼편으로 치우친 감이 있었던 것을 이명박 정부 들어오면서 보완·극복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했다.
- 앞으로 뉴라이트 운동을 어떻게 이끌 계획인가. 그 미래는 어떻게 보나.
= 나는 이미 성직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지난 3년간 일하는 과정에서 좋은 일꾼들이 등장했다. 그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창설자이자 선배로서 뒷바라지 정도는 할 수 있겠다. 내가 진두지휘 하거나 대표로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때는 지났다. 이제 집단지도체제로 해나갈 여건이 됐다. 뉴라이트 운동의 미래는 얼마만큼 체질개선하고, 그 정체성을 확고하게 제시하느냐, 그리고 사심이나 정권 지향적 이미지를 버리고 시민운동 본연의 기치를 얼마나 분명히 드느냐가 문제다. 그늘진 구석에 관심을 갖고 분배나 복지 쪽에서 취약한 부분을 현장에서 직접 뛰면서 어떻게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지금도 우리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 이번에 새로 뉴라이트전국연합 산하에 사단법인 민생경제연구소를 만든 것도 그런 목적이다.
정리/안수찬 기자 ahn@hani.co.krahn@hani.co.kr ·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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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참배’ 인사 온다는 사도광산 추도식…‘굴욕 외교’ 상징될 판
관저 유령건물 1년8개월 ‘감사 패싱’…“대통령실 감사방해죄 가능성”
‘1호 헌법연구관’ 이석연, 이재명 판결에 “부관참시…균형 잃어”
“회장 자녀 친구 ‘부정채용’…반대하다 인사조처” 체육회 인사부장 증언
꺼끌꺼끌 단단한 배 껍질…항산화력 최고 5배 증가 [건강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