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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주석, 오래간만입니다

김일성 주석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정확히 10년이 됐군요. 1994년 7월10일 토요일, 그 화창하던 오후의 대사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조선일보> 초판 사회면 톱기사 제목까지 생생하게 떠오른답니다. “‘김일성 죽었다’ 시민들 환호.” 당신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간 날입니다. <한겨레21>이 발칵 뒤집힌 거 아십니까? 어쩐지 그날 마감이 빨리 된다 싶었는데, 하느님이 그걸 시기라도 하듯 당신을 데려갔습니다. 덕분에 이미 준비된 표지와 특집은 모조리 도루묵이 되고 말았고, <한겨레21>은 이틀 만에 당신과 당신 이후 북한에 관한 수십쪽 기사를 쓰느라 뺑이쳐야 했습니다. 김일성 주석님. 그런데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렇게 많은 기사를 써댔지만 우리는 사실 당신을 잘 모릅니다. 민족의 태양인지, 괴뢰 도당의 괴수인지, 심지어는 당신이 진짜 김일성인지조차도! 아직도 여전히 당신에게 꼬박꼬박 ‘님’자를 붙이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이 시비를 거는 세상입니다.

당신은 정말 누구십니까. <한겨레21> 517호는 다시 한번 김일성 주석을 향해 접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