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스와핑을 판단하는 기준/ 김경주 [홍세화와 함께하는 예컨대 | 스와핑은 범죄인가 사생활인가?]
김경주 / 재수생
전통문화의 붕괴와 급속한 외래문화의 유입으로 성개방 풍조가 우리 사회에 점차 만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얼마 전에는 간통을 민법상 처벌대상으로 놓아야 하는가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사회가 떠들썩하더니, 급기야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스와핑(부부교환 섹스) 행위를 처벌해야 할 것이냐라는 더욱 극단적인 문제가 논란이 되기에 이르렀다. 사회의 성 가치관이 이렇듯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과연 스와핑을 어떠한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할지 곰곰이 따져보도록 하겠다. 스와핑을 범죄로 보는 이들은 민법 개정을 통해 처벌 규정을 새로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처벌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대개 전통적인 가족관을 중시하며, 스와핑은 간통과 마찬가지로 가정파괴 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스와핑은 가정을 파괴하고 가족 구성원의 인권을 침해하므로 범죄라는 것이다. 그러나 스와핑 당사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러한 행위가 반드시 한 가정을 파괴하거나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은 오히려 부부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 스와핑을 했다고 강변한다.
이렇듯 스와핑을 범죄로 간주하든 개인의 성적 취향으로 간주하든, 둘 다 개인의 주관적 견해를 주장하는 것이 될 뿐으로 이견의 여지가 많다. 따라서 스와핑 자체를 놓고 이것이 어떠냐는 가치판단을 하기보다는 개별 사례의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다시 말해 스와핑 자체에 대한 평가를 넘어, 개별 사례에 있어 스와핑이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했느냐를 놓고 판단하자는 것이다. 스와핑 자체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가치판단이 상이하겠지만, 천부적 인권과 자유의 보장이라는 헌법정신에는 이론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와핑 과정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스와핑을 강제하거나 한쪽 부부가 다른 한쪽 부부에게 금·권력을 통해 스와핑을 강압적으로 이끌 경우, 또는 매매춘과 마찬가지로 양쪽 부부간에 금전거래가 있을 경우 이는 명백히 범죄에 해당할 것이다. 이러한 스와핑은 별도의 법률 개정이 없더라도 현행법상 강제 성추행이나 매매춘에 해당하므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부 쌍방이 모두 성에 대해 대단히 개방적인 의식을 갖고 있어 스와핑도 부부 성생활을 더욱 풍부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부부의 스와핑이 범죄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스와핑 상대부부도 쌍방이 모두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들이 미성년자도 아닌 상황에서 육체적·심리적 인권 피해자가 아무도 없으므로 범죄요건을 구성한다고 보기 힘들다. 이러한 경우라면 오히려 개인의 자유권 차원에서 스와핑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아직 스와핑이 사회적 통념과 충돌하는 측면이 강하므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광고 등 공개적 수단에 의한 파트너 모집 등은 규제되어야 할 것이다. 스와핑을 변태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개적인 파트너 모집이나 커뮤니티 활동 등이 혐오감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와핑 바(bar)나 스와핑 카페 등의 개업을 법이 허용한다면, 공개적 수단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스와핑 파트너를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외래문화에 대한 성개방 풍조가 가속화됨에 따라 간통죄나 스와핑 논쟁을 넘어, 앞으로도 혼인하지 않은 동거 가족이나 동성부부의 가족 인정에 대한 논쟁 등 숱한 사회적 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마다 각각의 사안을 주관적 가치관으로 판단하려 한다면 최근의 스와핑 논란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관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판단한다면 혼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 칭찬과 아쉬움 ]
평가자에게나 학생들에게나 불행한 한주였다. ‘스와핑은 범죄인가, 사생활인가’를 주제로 한 예컨대 논술에 95점짜리 글이 무려 4개나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물론 점수를 매기는 일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지만). 학생들은 좋은 글을 쓰고도 예컨대 논술로 뽑히지 못해 불행했고, 평가자는 어떤 글을 골라야 할지 몰라 난처했다. 뒤집어 말하면 ‘행복한 고민’에 빠진 한주였다. 김경주, 최진헌, 이선호, 유성민. 95점짜리의 이름들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뽑힌 학생은 재수생 김경주다. 김경주 학생의 글을 뽑은 이유는 다른 글보다 빼어나서라기보다는 다른 글보다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은 스와핑에 대해 중도적 입장에 서 있지만, 쉬운 양비양시론으로 빠지지 않고 스와핑 처벌에 반대하면서 무제한 허용에 반대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예컨대 김경주 학생은 스와핑을 처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성추행처럼 피해자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매춘처럼 금전거래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스와핑에 내재한 권력 문제를 들어 “대부분의 스와핑이 남편의 주도로 아내는 마지못해 끌려가는 형태라는 것을 볼 때, 스와핑을 동성애 인정과 같은 인권보장의 차원에서 보기는 힘들다”고 허용 한계를 지적했다. “스와핑 자체에 대한 평가를 넘어, 개별 사례에 있어 스와핑이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했느냐를 놓고 판단하자는 것”이라는 결론도 글의 흐름 속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김경주 학생의 글은 논리의 조각이 한치의 틈도 없이 들어맞는 탄탄한 구성물이 됐다. 다만 최근의 스와핑 보도 과정에서의 인권침해가 내용에서 빠진 아쉬움은 남고, 한국 사회의 엄숙주의를 짚었으면 더욱 풍부한 글이 됐을 것이다. 인천고 최진헌 학생은 문화상대주의에 근거해 스와핑을 옹호했다. 그에 따르면, 고대 이탈리아의 에투루리아 문명은 스와핑이 ‘만연한’ 사회였다. 이 사회에서는 스와핑이 축제의 풍습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최진헌 학생이 에투루리아의 예를 통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한국 사회의 엄숙주의다. 그는 스와핑 사건이 단죄의 대상이 아니라 성적 자유를 확장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급진적 결론을 내렸다. 그의 문화상대주의라는 논리는 효과적이었지만, 꼼꼼한 현실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졌다. 인천고 이선호 학생은 스와핑이라는 뜨거운 주제를 차갑게 다루는 기술을 보여주었다. 그는 스와핑을 인정하면서도 문제 삼을 수밖에 없는 현실의 맥락을 ‘낮은’ 목소리로 조목조목 지적했다. 깔끔한 문장과 적확한 표현은 낮은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동성애를 에이즈의 원인으로 직결시키는 등 사실과 다른 서술은 ‘옥에 티’였다. 대전 보성고 유성민 학생은 광장과 밀실이라는 공간 개념을 빌려 논술을 풀어갔다. 공론의 광장은 열려 있어야 하지만, 밀실에서 개인의 자유는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스와핑에 대한 비난은 밀실의 자유를 침해하는 인권침해라는 논리였다. 밀실이라는 공간 개념을 통해 사생활의 자유를 주장한 논리는 매우 쉽고 구체적이었다. 그러나 너무 높은 목소리 톤이 논술의 설득력을 훼손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이 밖에도 청주 세광고 조영훈 학생의 글 등 좋은 글이 넘쳐났다. 다음주에도 행복한 고민에 빠지고 싶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