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정치’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노동자 출신 이갑용 울산동구청장에게 발견한 희망
4·15 총선의 정치사적 의미 가운데 하나는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이다. ‘진보정당’을 표방해온 민주노동당의 정치는 정말 다를 것인가. 다르다면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다를 것인가. <한겨레21>은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이 현실적인 힘으로 구현되고 있는 울산동구를 찾았다. 울산동구청장인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2대)은 민주노동당원이자 대표적인 노동자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이다. <한겨레21>은 3월11일 이곳을 찾아 ‘민주노동당 정치’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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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글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윤주야, 어린이집 늦겠다. 빨리 가자.”
아침 8시30분. 집에서 취재진을 맞이한 이갑용(46) 울산동구청장은 다섯살배기 딸 윤주의 양말을 신겨주고 있었다. 채비가 끝난 8시40분, 이 구청장은 딸의 손을 잡고 구청으로 향했다. 구청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다. 그래서 그는 출근할 때 관용차를 타지 않는다. 점퍼에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감기 기운이 있는 윤주가 걷는 게 싫다고 칭얼대자, 이 구청장은 딸을 번쩍 들어안았다.
구청에 도착하자 건물 뒤편으로 향한다. 아담하고 예쁜 어린이집이 보인다. 3월 초부터 문을 연 이 어린이집은 구청에 근무하는 직원 자녀들이 싼값에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3억원이 들었다는 이 사업은, 이 구청장이 선거 때 약속한 보육시설 확보 공약에 따른 것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윤주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가방에 감기약 넣었습니다.” 이 구청장은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윤주를 맡긴 뒤 2층 구청장실로 향했다.
매일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
9시 정각. 7명이 참석하는 주요 간부회의가 열렸다. 머뭇거리는 취재진에게 이 구청장은 “숨길 것 없다”면서 회의를 공개했다. 이 구청장은 보고 내용 가운데 궁금한 점이 있으면 거침없이 질문을 던졌다. “해마다 반복될 거 아닌가베. 한번 정하면 고치기 힘들어요.” 사회단체 보조금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지급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 구청장의 문제제기가 나오자 토론이 이어졌다. 공익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간부들이 많았고, 이를 위해 심의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10분 정도 토론한 결과였다.

△ 구청 안에 설치된 공무원 노조 울산동구지부 사무실. 가운데 리본을 단 이가 김갑수 지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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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가량의 회의가 끝났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노동자 구청장의 차별성이 있는가”라고. 그는 “별로 없다”면서 농을 하더니 실타래 풀어놓듯 하나씩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무엇보다 청렴성과 도덕성만큼은 자신이 있다”면서 “노동자가 처음으로 구청장이 됐다고 불을 켜고 지켜보는데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취임 초기에는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흔히 ‘판공비’라고 불리는 업무추진비를 예로 들었다. 그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1억1천만원. 대부분 카드로 쓰고 사용내역은 매일매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다는 게 그의 방침이다. 실제 울산동구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구청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매일 공개된다. 사용액수를 총액으로만 보고하는 게 아니라 쓰임새까지 공개된다. 그는 업무 용도로만 쓰기 위해 카드를 아예 비서실장에게 맡겨놨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들의 실태를 다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공개하고 사용내역까지 세세히 밝히는 경우는 보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명절 때 구청장한테 선물 주는 관행을 없애는 일도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세 번째 명절이었던 지난 설 정도가 되어서야 선물을 보내도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술 한잔 하다가 후배들 가운데는 지나가는 말로 그린벨트 풀리는 데 없느냐고 묻는 놈들이 있습니다. 바로 나무라죠. 너희들이 특혜를 달라는 질문인데 묻지 말라고 얘기해버립니다. 그런데 사실 공무원 오래 한 사람치고 부자 아닌 이가 있습니까. 엄하게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깨끗해지지 않죠. 공무원들 월급을 두배로 올려주는 대신 비리에 연루되면 바로 옷을 벗게 하는 풍토가 되면 충분히 깨끗해질 수 있습니다.”
회계과 신설 · 다면평가제 도입
그는 회계의 투명성을 위해 지난해 회계과를 신설했다. 모든 예산을 이곳을 통해 집행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또 3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모든 사업에 전자입찰제를 도입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관급공사를 근본적으로 바꿔보자는 목표로 시작한 것이다. 그는 올해 구청이 발주하는 큰 공사가 시작되면 “삽질하는 것부터 완공할 때까지 직접 현장에 나가 관찰해볼 요량”이다. “현대중공업 ‘품질관리부’에서 일한 경력 덕분에 웬만한 건축자재를 볼 수 있는 눈 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공서 공사를 하나 따면 노난다는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따져보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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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청 내 노동상담소. 최윤영 소장이 한 여성과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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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운용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행정개혁 사례로는 공무원 인사평가제도로서의 ‘다면평가제’와 ‘주민참여예산제’를 꼽을 수 있다. 다면평가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최대 권한인 인사권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포기하는 내용이다. 관선구청장 시절 구청장이 공무원 조직을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사권 때문이다.
울산동구청이 시행하는 다면평가제도는 전국의 모범사례로 내세울 만하다. 인사 요인이 생기면 구청을 대표해서 총무과에서 추천한 10명과 공무원 노조에서 추천한 10명이 인사위원회를 구성한다. 이들이 4배수의 인사 대상자들을 놓고 점수를 매긴다. 상급자와 하급자가 뒤섞여 평가를 하다보니 상향평가, 하향평가, 동료평가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이들의 평가에 따라 2배수로 후보자가 줄어들면 구청장은 마지막 단계에서 이들 후보 중 한명을 선택하게 된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구청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뜻이지만, 주민들의 의식을 높여야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구청쪽에서는 주민 교육이 우선이라고 보고 동별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만든 노동상담소
오후 2시. 전하 3동 사무소에서 이뤄지는 참여예산제에 관한 교육현장을 방문했다. 주민 50여명이 강당에 가득 찼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세무사가 첫 강사였다. “자, 자료집 보시죠. 예산은 정책의 개발과 집행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예산 의사결정은 필연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15분 만에 자리를 슬그머니 뜨는 40대 여성. 따라가 이유를 묻자 “너무 어렵다”며 손사래를 쳤다. 두 번째 강사는 담당 공무원. “동구의 전체 예산은 638억5700만원입니다. 17쪽을 봐주십시오.” 사투리까지 섞은 쉬운 설명에 분위기가 풀어졌다. “여러분, 똥공장 똥공장 하죠? 오물청소비입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그가 두 제도에 특히 열정을 쏟는 이유는 “진보적인 행정을 시스템으로 구조화해야 다른 보수정당에서 구청장을 해도 과거로 회귀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오후 3시. 구청장실에는 다섯명의 주민들이 앉아 있었다. 일산해수욕장 근처 주민들의 재개발 계획과 관련한 민원이었다.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고 사업은 진척되지 못하는 상황인 듯했다. 이 구청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칠판에 분필로 그림을 그려가며 열정적으로 설명하자 주민들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40분 동안 계속된 간담회가 끝나자, 50대 주민은 이 구청장의 손을 잡으면서 “속이 다 후련합니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 장애인들 일터인 동구희망센터를 찾은 이갑용 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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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유일한 구청 내 노동상담소를 찾았다. 구청건물 4층에 똬리를 튼 이 상담소에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여러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찾고 있다. 대구노동교육협회 대표로 10년 동안 일하는 등 노동운동을 해오다가 2002년 11월부터 이 상담소를 맡은 최윤영(44) 소장은 “요즘은 산재 상담이 특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구청에 상담소가 있다고 하니 노동자들이 구청을 친근하게 여기고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노동상담소는 이 구청장의 공약 사항 1호였다. 그러나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몽준 의원쪽이 다수를 차지하는 구 의회와의 갈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예산액이 2080만원에 불과한 노동상담소 설치를 둘러싸고 의회가 승인을 하지 않고 버틴 것이다. 이 때문에 추경예산안 108억원마저 구의회에서 부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대왕국’인 울산에서는 구청의 행정 결정 하나도 노동과 자본의 대립전선에 내몰리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경우였다.
그러나 이 구청장은 끝내 노동상담소를 구청 안에 설치했다. ‘노동자 구청장’이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직접 맞닿아 있는 문제에 대해서 그는 비타협적이었다. 1990년 한국 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을 이끈 노동자로서 타협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있는 것 같았다.
장애인 · 노인층 돕지 못해 안달?
2002년 11월 공무원 노조의 연가투쟁 때 징계를 요구하는 중앙정부의 지침을 거부하고 “민원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공무원들에게 연가를 허락했는데,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징계할 수 없다”고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지난해 2월 이 건으로 경찰이 이 구청장을 소환조사하려 하자 공무원 노조 조합원 20명이 강제 연행당할 가능성에 대비해 출퇴근길에 그를 ‘보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 때문에 약식기소됐다가 최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그는 또 지난해 1월에는 현대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컨테이너 농성장을 설치하고 복직 요구 집회를 하자 “나도 복직 안 된 해고자”라면서 출근투쟁을 함께 벌이기도 했다. 현직 구청장인 지금도 주민 3천여명 명의로 해고자 농성장을 치우라고 검찰에 직무유기로 고발당하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무원노조 울산동구지부 지부장 김갑수(40)씨를 만났다. “구청장 잘 만나 좋겠다”고 떠보자, 김씨는 “노동운동 경험 때문인지 공무원노조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구청장 흉을 한번 보라”고 채근하자, 그는 “결재할 때 담당 직원들을 의자에 앉혀놓고 얘기를 나눠가면서 하라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도 아직 서 있는 자세로 결재를 기다리는 직원들이 있다”면서 “직원들이 예전의 관행이나 방식에 너무 젖어 있어서 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 구청장의 ‘행보’에 대해 직원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총무과 인사팀에 근무하는 박주홍(39)씨는 “다면평가와 회계과를 만든 것은 반응이 아주 좋다”면서 “임기 동안 투명성 하나만을 확보해도 성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취재 이틀째인 12일 아침 9시에 만난 이 구청장은 취재팀에게 아침을 먹었느냐고 대뜸 묻는다. 구내식당에 가서 컵라면을 주문한다. 구청에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들 옆자리에 앉아 라면을 맛있게 먹던 그가 갑자기 고백할 게 있다고 한다. “내게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 세 가지 있다. 라면, 오뎅 그리고 계란이다.”
이 구청장은 이날 오전 동구 안에 있는 장애인보호작업장인 ‘동구희망센터’에 들렀다. 미리 연락 하지 않고 불쑥 찾는 방식 때문에 비서실 직원들이 곤란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은 동사무소에 구청장님이 찾아와도 ‘저 양반 스타일이 원래 그렇지’ 하는 분위기”라며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쓸데없는 권위주의를 없애자는 뜻이 아래까지 전달된 셈”이라고 비서실 관계자는 말했다.
이곳 작업장에는 장애인 30여명 정도가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하청업체가 재하청을 준 물건들이라고 한다. 작업장 관계자가 “여름이 올 텐데 방충망이 하나도 없다”고 하자 이 구청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예산 부족 때문인데 이른 시일 안에 조치하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장애인 말고 사회적 소수자 가운데 그가 복지에 주력하는 계층은 노인들이다. 노인정을 너무 자주 들르는 것 아닌가 하는 주변의 관심에 그는 “노동운동하면서 3번 구속되고 4번 해고당하면서 아버님,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 모두 교도소에 있어야 했던 과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올해 동구 전체 예산 638억원 가운데 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17.2%인 165억여원이다.
‘경상도 남자’가 생활 속의 진보로
취재진은 그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1년8개월 동안 구청장을 하면서 배운 게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구 18만명을 책임지는 460여명의 구청 직원들을 만나면서, 그리고 지역 곳곳을 다니다보니 세상이 굴러가는 시스템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고 요약했다. 공무원의 부패를 없애는 문제를 설명하다가 “집에 하나라도 더 갖다줘야 부인들이 좋아하고…” 하는 순간, 곁에서 함께 식사하던 아내 이선옥씨의 문제제기가 즉석에서 이뤄졌다. “그럼 여성들이 요구해서 공무원들이 부정을 저지른다는 말이에요. 그건 말도 안 되죠.” 이 구청장은 한방 먹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로 ‘꼬리’를 내렸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를 육아와 가사에까지 참여시키고 있는 이씨는 “생활 속에서 진보를 이루지 못한다면 진짜 진보 정치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동자 구청장’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민주노동당 정치의 고갱이를 거칠게 요약한다면 ‘거침없음’과 ‘숨김없음’ 그리고 ‘줏대 있게 밀고 나가기’였다. 그는 5천만원짜리 전세아파트에서 살면서 명절에 선물을 보내는 공무원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르렁거리면서, ‘잭 다니엘’을 아직도 비싼 양주로 아는 생활인이다.
현직 구청장이지만 <조선일보>에는 글을 쓰지도 취재에 응하지도 않는다. 그의 지인에 따르면, 그는 월급 가운데 200만원은 꼬박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그의 취임식 때 했다는, “노동자들이 눈이 밝아서 이 사람을 뽑았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3월13일 오후 3시,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 전국노동자대회에 이 구청장은 민주노총 2기 집행부 출신 노동운동가들 옆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풀뿌리의 힘을 아느냐 민주노동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광역 · 기초 의원들의 활약상 민주노동당은 현역 국회의원이 없지만, 기초자치단체장 2명과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33명을 보유하고 있는 정당이다. 중앙언론들의 주목을 받지 못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시민단체 등은 이들에게 각종 의원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나 연고주의에서 벗어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 이갑용 구청장과 함께 자치단체장으로 일하는 이상범 울산북구청장은 고향이 충북 보은이다. 그렇다고 선거할 때 외로운 것은 아니다. 열심히 뛰는 자원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이갑용 구청장이 추구하는 수준의 행정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노동자 구청장이 정말 좋은 점은 경조사 때 부조를 하지 않더라도 인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희망북구>라는 온-오프라인 신문을 통해 구청 행정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민원이라고 해서 모두 들어주지 않고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이갑용 구청장과 비슷하다. 업자들이 주택가 옆에 모텔을 세우는 것을 허가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불허 처분’을 내자, 행정 소송을 한 그들과 적극적으로 맞서기 위한 소송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전국 최하위의 예산 규모라는 핸디캡을 발로 뛰는 성실함으로 막아내고 있다는 평가다.
광역의원 가운데 돋보이는 인물로는 심재옥 서울시의원이 있다. 그는 경실련이 평가한 서울시의회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됐다. 심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주도한 학교급식조례 제정운동도 이끌었다. ‘기적의 서명운동’으로 주목받은 전종덕 전남도의원은 <광주일보>가 선정한 ‘2003년 올해의 인물’이었다. 이들은 서울과 광주를 제외하고는 보좌 인력도 없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면서 의정활동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원내로 진입하고 진보정치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나아지면 풀뿌리로 자란 이들이 각광받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