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부정 논란에 휘말린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심사위원 교수가 시험 직전까지 개인교습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의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심사를 맡은 교수가 실기시험 1시간 전까지 한 학생의 개인교습을 지도했고, 그 학생이 합격해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음대 진학의 먹이사슬 구조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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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예종) 음악원이 입시부정 논란에 휘말렸다. 이 대학 음악원의 한 교수에게 개인교습(레슨)을 받은 학생이 합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교쪽과 학부모들간에 입시부정 시비가 일고 있다. 학부모들은 시험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재시험을 주장하는 반면 학교쪽은 “선발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ㅇ교수는 선발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가
예종 음악원은 지난 2003년 11월16∼29일에 치러진 2004학년도 기악과 입시에서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기악과 ㅇ교수에게 개인교습을 받은 고3 수험생 1명을 ㅇ교수의 전공과목(악기) 신입생으로 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ㅇ교수는 2차 실기시험이 치러진 11월28일 아침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인근의 한 악기점에서 1차 시험에 합격한 이 학생에게 개인교습을 했다. ㅇ교수는 시험시작 1시간 전까지 이 학생을 가르쳤고, 이 학생은 개인교습이 끝난 뒤 곧바로 학교 시험장으로 이동해 ㅇ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상태에서 실기시험을 치렀다. 음악원은 이 학생을 포함한 4명을 ㅇ교수의 전공과목 신입생으로 최종 선발했다.
이번 입시에서 불합격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이 학생의 선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ㅇ교수가 이 학생의 선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한겨레21> 기자와 만나 “ㅇ교수가 자신의 레슨 제자를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번 시험은 공정성이 훼손됐기 때문에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입시 결과에 따라 레슨비가 결정되는데, ㅇ교수가 자기 레슨 제자를 공정하게 평가했다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학교쪽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예종은 입시부정을 막기 위해 여러 안전장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학교쪽에 따르면 예종 음악원은 실기시험 때 한 과목당 5명의 심사위원을 구성해 최고점수와 최저점수를 뺀 나머지 3명의 점수로 학생의 성적을 평가하기 때문에 교수의 편파적인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어떤 교수가 자신의 레슨 제자를 입학시키기 위해 터무니없이 많은 점수를 준다 하더라도 이런 장치가 있기 때문에 부정이 발생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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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원과 무용원이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캠퍼스. 연극원, 영상원, 미술원, 전통예술원은 옛 안기부 청사로 사용했던 석관동 캠퍼스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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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부모들의 견해는 다르다. 한 학부모는 “예종은 외부 인사를 배제하고 소속 교수들로만 심사위원을 구성하기 때문에 어떤 교수가 마음만 먹으면 다른 교수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예종의 시험제도는 다른 대학들에 비해 입시부정을 막는 장치가 매우 허술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예종 음악원의 입시제도를 살펴보면 입시부정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종은 전문 예술인을 양성한다는 설립 취지에 따라 실기시험으로만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다른 대학들보다 입시부정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는 부실하다. 가장 큰 문제가 ㅇ교수의 경우처럼 예종 교수들한테서 개인교습을 받은 응시생들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예종 교수들의 개인교습 규정이 모호한 데서 발생한 문제다. 예종은 지난 1993년 설립 때부터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립대학 형태로 설립됐기 때문에 소속 교수들은 모두 국립대 교수로서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 법에 따르면 국립대 교수들은 영리목적의 개인교습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소속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말고는 사적인 교습 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예종은 ‘예비학교’와 ‘타교출강’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다른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예비학교는 예술 분야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초·중·고교 학생을 예종의 예비학생으로 등록해 교육시키는 일종의 ‘영재교육’ 시스템이다. 타교출강은 예종 교수들이 총장의 허락을 받고 예술계 중·고교에 가서 학생을 지도하는 제도다. 두 제도 모두 학교를 통해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일반적인 개인교습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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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슨은 음악 인재 양성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지만, 대입 레슨의 경우 음성적인 뒷돈 거래로 각종 입시부정 시비를 낳기도 한다. 한 음대 교수가 강의실에서 음대생에게 레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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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교습비를 둘러싼 의혹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교수들의 공식적인 타교·예비학생 강의가 이런저런 이유로 개인교습과 비슷한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예비학생을 지도하거나 타교출강을 할 경우 강의를 그 학교에서만 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학교 밖의 사설 스튜디오를 이용하는 교수들이 있다. 예종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방과후에 학교에서만 레슨을 하도록 돼 있지만, 악기의 운반·보관이나 장소의 협소함 등의 문제로 사설 스튜디오를 이용하는 교수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렇다보니 개인교습비를 둘러싼 의혹도 발생한다. 교수들은 학교를 통해 공식적인 수강료만 받도록 돼 있지만, 사설 스튜디오를 이용하는 교수들은 일반적인 개인교습처럼 별도의 레슨비도 챙기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한 학부모는 “사설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레슨의 경우 교수들은 대개 시간당 10만∼20만원의 레슨비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예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종 교수들이 개인교습비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적은 아직까지 단 한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학생도 ㅇ교수가 타교출강을 나가는 학교의 학생이다. 따라서 예종 음악원은 ㅇ교수의 처신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ㅇ교수가 사설 스튜디오를 이용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것이 징계를 받을 만한 사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예종 음악원의 시험제도는 다른 대학에 비해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다른 대학들은 실기시험 때 심사위원과 학생들 사이에 커튼을 치거나 심사위원들의 ‘담합’을 막기 위해 심사위원들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하지만 예종은 이런 장치가 없다. 예종 음악원 관계자는 “커튼과 칸막이가 정상적인 실기시험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완전 개방형으로 시험을 치른다”며 “대신 원하는 학부모들은 시험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 조치가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한 학부모는 “부모가 지켜보고 있으면 애들은 더욱 긴장하게 마련인데 누가 시험장에 들어가겠느냐”며 “실제로 우리 애가 ‘더 떨리니까 들어오시지 말라’고 해서 시험장에 못 들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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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입시 부정이 있었을까? 학부모들은 실기시험 채점표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쪽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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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시험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을 때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른 대학들은 이의제기가 있을 때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연주 내용을 녹음해놓거나 비디오로 촬영해두지만 예종 음악원은 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의제기를 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또 일반 대학들은 외부 인사를 실기시험 심사위원으로 많이 위촉하고 있는데, 예종은 소속 교수들로만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있다. 입시의 공정성을 전적으로 교수들의 양식과 도덕성에만 의존하고 있는 구조다.
학교쪽 “입시에 큰 문제 없다”
예종 관계자들은 이런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허영한 입학관리처장(음악학과 교수)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예종이 일반 대학들과 다른 입시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이 학교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입시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허 처장은 “학부모들이 ㅇ교수 문제를 제기했을 때 다른 4명의 심사위원들에게 물어봤는데, 합격한 학생들의 실력에 큰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그 밖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더 이상 (ㅇ교수 건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종의 이런 태도가 소속 교수들에 대한 신뢰감의 발로인지, 아니면 ‘위기 불감증’에 불과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분명한 것은 외부의 ‘쓴소리’에 무조건 귀를 닫는 태도는 그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국내 예술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야심 찬 목표로 설립된 예종이 그 의무와 역할을 다하려면 더 투명하고 공정한 입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시민들의 생각이다. 입시부정 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결국 실력 있는 학생들이 외면하게 된다면 예종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글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