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의 두 번째 “바꿔” 열풍에 정치권 폭풍전야… 유권자의 심판 선포하며 1월12일 낙선운동 깃발 올려
시민사회의 두 번째 “바꿔” 열풍이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유권자의 심판을 선포하며 1월12일 낙선운동의 깃발을 올리는 것이다. ‘비리·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화두로 내세운 낙선운동에 지금 누가 떨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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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낙선운동이 정치판을 뒤엎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0년 총선에서 총선시민연대 회원들이 합동유세장으로 가기 전 행동지침을 전달받고 있다.(한겨레 장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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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100일 앞둔 1월6일 현재 시민사회가 급속히 낙선운동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시민사회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참여연대가 1월12일 낙선운동을 본격적으로 천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민사회단체의 주류는 이번 총선에 참여하는 주된 방식으로 ‘낙천·낙선 운동’을 선택할 전망이다. 2000년에 이어 두 번째 낙선운동의 깃발이 오르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1월5일 열린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전국 355개 시민사회단체 모임) 신년 하례식에서도 나타났다. 이들은 선언에서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정치권의 부패상이 드러난 이후 국회는 정쟁과 파행을 일삼고 있으며, 정당개혁과 정치관계법 개정은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밥그릇 싸움에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은 또 “불법 대선자금 조성과 사용에 연루된 정치인·기업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리,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이하 ‘범개협’)의 정치개혁안 국회 수용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정치권 전반과 현역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불신임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시민사회의 본격적인 ‘총선 개입 선언’과 함께 사실상의 출정식이 이뤄진 것이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임운동 전개
그러나 2004년 총선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은 지난 2000년 총선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즉,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시민사회는 낙천·낙선 운동을 중심으로 ‘총선연대’라는 전국적으로 단일한 대오를 만들어 통일된 슬로건과 계획 아래서 활동했던 데 비해, 올해는 다양하게 터져나오는 시민사회의 여러 흐름들(당선·지지 운동과 정보공개운동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 안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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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레이션 | 장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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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가 총선에 대비한 전략 방향을 낙선운동쪽으로 잡은 것은 시민운동의 본질적 요구와 맞물려 있다. 한 시민단체의 중견 활동가는 낙선운동에 대한 시민사회의 분위기를 ‘더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낙선운동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는 기본적으로 시민적 요구에 기초해서 활동해야 하는데,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부패 정치인과 비리 정치인을 퇴출시키라는 요구가 높은 것 아닙니까. 정치권이야 이 국면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치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쉽게 될까요.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비롯해 일련의 검찰수사 과정에서 극대화한 부패 정치인 퇴출 요구는 낙선운동이 처음 벌어졌던 2000년보다 더 높아진 것 같습니다. 리스트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로 엄청난 파급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2000년에 비해 ‘정치권 물갈이’ 주장이 더욱 높아진 것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드러난다. “국회 전체가 도둑놈들의 소굴”이라거나 “국회의원 전원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들이 자주 눈에 띈다. “투표를 아예 포기하자”는 자포자기형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이트마다 ‘시민혁명’이나 ‘벨벳혁명’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반발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정치권이 보인 일련의 구시대적 행태에서 비롯하는 측면이 크다. ‘차떼기’ ‘트럭떼기’ ‘채권떼기’ 등으로 상징되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리당략만을 내세운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를 거치면서 부글부글 끓던 민심이, 검찰이 청구한 국회의원 7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가 전원 부결시킨 사태에 이르러 마침내 한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비리 정치인 감싸는 국회 갈아엎는다
특히 ‘정치개혁 논의를 정치권 안에서 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만든 국회의 정치개혁특위가 ‘돈 안 드는 선거’나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 논의는 제쳐두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첨예하게 관련돼 있는 선거구 획정 문제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유권자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냉담해져 있다. 게다가 정치개혁특위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축소하려고 시도하는 등 국민들로부터 긍정적인 시선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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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김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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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운동을 준비하는 시민사회의 주류는 이번 총선의 두 가지 화두를 ‘비리·부정부패’와 ‘정치개혁’으로 잡고 있다. 두 가지 기준으로 낙선 대상을 잡고 본격적인 낙선운동을 펼치겠다는 복안이다. 두 가지 사안은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공감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기준이다. 2000년 당시에는 크게 △선거법 위반 전력 △부정부패 전력 △반인권 전력의 3가지 기준으로 낙천·낙선 대상을 추려낸 바 있다.
먼저 비리·부정부패 정치인들을 선정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2000년 이후 최근까지 검찰 등 수사기관에 의해 비리 및 부정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정치인들이 1차적인 낙선운동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표 참조). <한겨레21>이 2004년 1월 현재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정치인을 뽑아본 결과 비리나 부패 혐의로 수사·재판을 받고 있는 정치인은 30명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말 열린 ‘방탄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7명의 의원들(최돈웅, 박명환, 박주천, 박재욱, 이훈평, 박주선, 정대철)은 집중적인 낙선운동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안대희 검사장이 대검 중수부장으로 들어선 이후 본격화한 정치인 대상 수사는 지난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활발히 진행됐다. 검찰의 광범위한 수사는 결국 이번 총선에서 낙선 대상을 선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선정 기준은 정치개혁과 관련한 정치인들의 태도가 될 전망이다. 특히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본격화한 국회의 1차 정치개혁특위가 무산되면서 여기에 참여했던 국회의원들이 정치개혁의 시계를 되돌려놨다는 인식이 시민사회에 폭넓게 퍼지면서 이들이 낙선운동의 또 다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월에 2차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돼 활동하게 되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더욱 감시의 대상이 될 것이 뻔하다.
검찰수사 주요 기준… 정치인 태도 따져
이번 총선은 이 밖에도 각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영역별로 다양한 지지·당선 운동과 추천운동, 낙선운동이 전개될 양상이다. 참여연대 김민영 시민감시국장은 이런 상황을 몰고 온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민사회가 그만큼 분화되고 다양화됐다는 얘기가 될 수 있죠. 진일보했다는 자체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낙천·낙선 운동이 주류적인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영역별 시민단체들의 독자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낙선운동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만 곳곳에서 당선·지지 운동, 후보자 정보공개운동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양상이라고 할까요.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시민사회는 2000년 총선에서처럼 서울에서 활동하는 몇몇 주도적 단체들이 총선연대를 세우고 거기에서 모든 행동강령과 원칙이 나오는 방식의 운동을 벌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민사회의 개별 영역들이 몇개의 흐름을 형성해 운동을 시작한 뒤 몇개의 흐름 속에서 공통된 주장이 나오면 그에 따라 전열을 정비하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큽니다.”

△ 검찰이 청구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국회의원들은 낙선운동의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돈웅, 박명환, 박주천, 박재욱(이상 한나라당), 정대철(열린우리당), 박주선, 이훈평(이상 민주당) 의원.(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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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민사회에서 준비 중인 총선 관련 전략의 기본 방향은 크게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참여연대가 주축이 되는 ‘낙천·낙선 운동’이다. 2004년 현재가 바로 2000년에 한번 경험한 바 있는 낙선운동이 실제로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흐름에는 이미 지난해 구성돼 정치개혁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온 ‘정치개혁시민연대’(전국 3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됨)가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설 연후 직후 본격적인 연대 활동에 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내부적으로는 낙천·낙선 운동 대상자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이들은 2000년의 운동 방식을 사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바 있지만, 개의치 않을 작정이다. 다만, 인터넷을 통한 후보자들의 정보공개와 낙선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선관위가 문제 삼은 ‘거리 캠페인’ 방식의 운동을 병행할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할 방침이다. 그러나 운동의 진행과정에서 유권자들의 분노가 커지는 등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경우에는 2000년 방식의 운동도 과감히 벌여나갈 계획이다.
유권자운동 업그레이드 3가지 흐름
두 번째로는 시민사회의 명망가들이 개인적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민주권연대’(이른바 ‘2004 총선 물갈이 국민연대’)의 흐름이다. 이들은 ‘후보자 정보제공 → 후보자 토론 → 후보자 평가 → 국민후보 선택 → 전국적 지지운동’의 과정을 거치는 지지·당선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일 예정이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등은 1월3일 이같은 방향을 설명하고 본격적인 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국민후보의 기준으로 △선거법 위반 여부 △부패 혐의 유무 △의정활동의 성실성과 능력, 개혁성 △주요 정책에 대한 올바른 관점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우는 당선운동은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명망가들이 개인적인 자격으로 참여해 벌이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시민사회 주류의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당선운동은) 시민사회단체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당선운동은 낙선운동에 비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도 치명적인 약점으로 거론된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이런 흐름에 대해 ‘특정 정치세력들과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세 번째는 경실련을 중심으로 한 정치개혁국민행동의 ‘후보 정보공개운동’ 흐름이다. 경실련은 2000년 낙선운동 당시에도 불법 논란 때문에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질 수 있는 후보 정보공개에 치중한 바 있다. 이들은 정보공개를 제대로 하면 낙선운동이나 당선운동의 리스트를 작성해서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실련의 고계현 정책실장은 “시민사회가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하면 일시적으로 바람이나 흐름을 탈 수 있지만, 정치개혁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유권자 개개인의 인식을 바꿔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이 정치권이나 정치인들을 인식하는 기본 틀을 바꿀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만들어 인터넷 등에 공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여성운동이나 환경운동 등 특정 영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번 총선에 개입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여성계 원로와 핵심 운동가 및 활동가들이 망라된 ‘맑은 정치 여성 네트워크’는 이번 총선에 추천할 100명 안팎의 여성후보 명단을 공개했다. 여성계의 지지·당선 운동인 셈이다. 또 “여자가 남의 집 안방에 드러누워 있으면 주물러 달라는 거지”라는 폭탄발언으로 입길에 오른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의 경우 여성계의 집중 낙선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각계의 요구 분출… 뿌린 대로 거두리라
전국농민연대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에 찬성한 한나라당 서정화 의원 등 12명을 비롯해 연초 임시국회에서 FTA 비준 동의안에 찬성하는 모든 국회의원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 역시 노동계 후보 당선운동과 함께 주5일제 도입 등과 관련해 낙선운동을 병행키로 했다. 여성운동과 평화운동 그룹에서는 파병과 관련해서도 파병을 주도한 국회의원들을 낙선 대상 리스트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
올해 4월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운동은 지난 어느 총선보다 강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월에 진행될 국회의 2차 정치개혁특위 작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뿌린 대로 거두는 추수의 계절로 돌진하고 있다.

△ 한겨레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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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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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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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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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꿔” 열풍이 휘몰아친 2000년 총선에서 낙선 대상 후보들은 줄줄이 떨어졌다. 남녀노소 구별없는 떨쳐 일어선 정치개혁 열망은 의정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시민혁명으로 평가받기도 한다.(한겨레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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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