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 낙선 운동에 이해 엇갈린 여야 정치권… 한나라당 강력 반발 · 열린우리당 일단 여유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명망가들이 주축이 된 ‘당선운동’과 참여연대 등이 중심이 돼 전개될 ‘낙선운동’에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정치인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2000년 총선에서 수도권의 경우 낙선대상자로 꼽힌 20명 가운데 19명이 떨어지는 위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낙선대상자로 오를 가능성이 큰 의원이나 가장 많은 피해를 볼 정당일수록 반발 강도가 거세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오는 15일 결성되는 ‘2004년 총선 물갈이 국민주권연대’의 당선운동과 관련해 “지난 16대 총선 때 낙선운동으로 우리 당의 유능한 후보가 떨어지는 쓰라린 경험을 했지만 이번에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법을 뛰어넘어 개입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고 공권력이 명확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한나라당 전선’에 촉각 곤두세워
한나라당이 당선·낙선 운동을 반대하는 논리는, 2000년 낙천·낙선 운동이 이미 위법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도덕성을 생명으로 한 시민단체가 이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형평성의 잣대도 들이댄다. 당선·낙선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정치적으로 한쪽에 치우쳐 사실상 ‘반한나라당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국민들의 요구 수준을 알기에 개혁공천을 하겠다는 것이고 진통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며 “당선운동의 경우 각 지역구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후보가 사실상 단일화하는 효과를 보여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유권자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며 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법 테두리를 벗어나거나 기준이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총선을 향한 움직임은 정치권에 바로 효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정치개악특위’라는 비난 속에 활동 시한 마감으로 해체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다시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감투’를 좋아하는 국회의원들이, 게다가 선거 전 언론 노출 빈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저마다 발을 빼는 바람에 정개특위가 ‘기피특위’로 찍힌 것이다. 1차 정계특위에 참여했던 심규철 한나라당 의원은 “선거가 코앞이어서 자기 선거 준비하기도 바쁜데 아무리 잘해도 욕먹는 자리를 누가 하려고 하느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는 1차 정개특위 위원을 그대로 추천하려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누가 똥바가지를 뒤집어쓰려 하겠느냐”며 “어떤 안을 내놓아도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당하는데다 시민단체들이 낙선운동 대상자에 포함시키겠다고 협박하는 마당에 섣불리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선관위의 제안과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개혁안을 대폭 수용한 열린우리당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이 때문에 1월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2차 정개특위를 재구성하겠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분위기다.
파괴력 크지 않아… 근소한 승부 좌우
이번 당선·낙선 운동이 얼마만큼의 파괴력을 가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성호 의원(열린우리당)은 “유권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충분한 정보를 접하고 있고 각 정당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2000년 낙천·낙선 운동만큼 파괴력을 갖기 힘들 것으로 본다”며 “당선·낙선 운동 명단에 오른 정치인들이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운동의 결과라기보다는 이미 당선·낙선의 결과가 확정적인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인터넷의 위력이 확인된 만큼 과거처럼 위법 소지가 있는 방식을 피해 사유가 달린 명단을 인터넷으로 퍼나르는 것만으로도 근소한 표 차이가 있는 지역에서는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