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전폭적 지지 이끌어낸 총선연대의 낙천 · 낙선운동… 수도권 집중 낙선 대상자 전원 낙선하기도
2000년 총선연대의 낙천·낙선 운동은 헌법(제1조 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정)에 규정돼 있으나, 현실에서는 이뤄지지 않던 참정권 및 주권을 시민사회가 목적의식적·조직적으로 회복했다는 측면에서 ‘시민혁명’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시민불복종을 전제로 한 평화적 정치운동’이었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총선연대에 쏠린 관심은 너무 커서 운동 주체들이 “부담스럽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그만큼 폭발력도 컸다. 영남권을 제외하면 낙선 대상 후보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갔다. 전체 낙선율은 68.6%(86명 가운데 59명 낙선)였다. 수도권 지역만을 놓고 보면 낙선율은 95%(20명 가운데 19명 낙선)에 이르렀다. 특히 수도권에서 집중 낙선 대상자로 거론된 후보 7명은 전원이 낙선했다(그래픽 참조).
낙선운동은 정치권에 대한 시민사회의 개입 근거와 견제 기반을 확보했다. 총선연대는 이를 위해 밀실공천에 대한 문제제기 등 공천과정에서부터 낙선운동까지 총선 국면 전반에 개입했다. 공천 반대자 112명을 공개했고, 이 가운데 58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정치인들은 정계은퇴와 선거불출마를 선언했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시민적 차원에서 제기하고, 적어도 이를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은 것도 낙선운동의 성과였다.
올해 총선에서 시민사회가 당선·지지 운동이나 낙선운동을 자연스럽게 제기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2000년 총선연대의 활동이 유권자들 속에 깊이 각인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후보 검증이나 후보에 대한 자세한 정보공개에 이의를 달지 못하는 분위기 역시 2000년 경험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현재 정치권 대부분이 낙선운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시민사회의 정치 불개입’론을 펴고 있지만, 총선 국면이 진행될수록 정치권의 이같은 논리는 유권자들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민사회가 개입하지 않으려면 정치권 스스로가 자정능력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사실 지금의 상황은 2000년에 비해 결코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