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투표를 집계하라!”(Count every vote!) “합법적 투표를 집계하라!”(Count the ‘legal’ votes!)
얼핏 비슷해 보이는 두 주장 사이에 맞닿을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2020년 미국 대선의 법적 정당성과 정치적 신뢰가 달라질 수 있다. 전자는 선거일 이후 일정 기간 안에 도착한 우편투표의 효력을 인정한다는 일부 주의 대법원 결정을 지지하는 민주당 쪽 주장이다. 후자는 선거일 이후 도착분은 개표해선 안 되고 유효표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화당 쪽 주장이다. 11월3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대선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선거 중 하나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재선을 노리는 현직 대통령과 상원의원(36년)·부통령(8년) 경력의 정치인이 미국 대선 사상 처음으로 둘 다 7천만 표 넘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승패가 갈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선거를 치른 지 열흘이 되도록 개표가 완료되지 못한데다,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트럼프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뒷배는 든든한 지지층이다. 트럼프는 비판자에겐 공감능력 부재, 독불장군, 천박한 속물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낙인찍혔지만, 지지자에겐 그야말로 사이다 같은 인물이다. 트럼프 시대 이후에도 그가 남긴 영향은 미국 정치와 사회 전반에 어른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의 유령, ‘트럼피즘’이다.
본디 유령은 실체 없는 형상,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힘이다. 어둠 속을 떠돌며 육화할 몸을 찾는다. 적어도 트럼프 집권 시절 트럼피즘이란 유령은 거대한 몸집의 실체로 행세했다. 포스트 트럼프 시대를 맞은 미국은 유령을 몰아낼 수 있을까._편집자주
“한 나라가 단지 민주주의적 형태의 정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강하고 위대하다고 쉽게 가정할 순 없다.”
1938년 11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라디오 연설에서 한 말이다. “민주주의가 내부 불화와 사회적 불의가 빚은 상호 의심으로 약해지면 무자비한 독재정치에 맞설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고도 했다. 당시 유럽에선 파시즘과 나치즘이 급속히 세력을 키우면서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의 전운이 짙어지던 참이었다.
루스벨트는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긍정적인 힘이 돼야 하며, 민주주의가 모든 개인의 안녕을 진정 소중히 여긴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전통적인 공화당 집안의 후손이다. 미국에서 유난히 막강한 대통령 권한의 초석을 놓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가 대서양 건너 유럽을 지켜보며 했던 우려는 불행히도 80여 년 뒤 미국에서 현실화했다. 그것도 공직 경험이라곤 전혀 없는 부동산 재벌 출신 공화당 소속 대통령에 의해서.
패닉, 텅 빈 승리, 꿈이 산산조각 난 밤, 가장 위험한 지도자, 충만한 공포, 글로벌 불확실성,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증) 대통령, 모호한 정책, 새로운 세상 출현….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자 세계의 주요 언론들이 쏟아낸 헤드라인이다. 당선 첫날부터 트럼프 반대 시위도 잇따랐다. 미국 투표자의 46%가 트럼프를 선택했지만, 미국 주류 언론의 분위기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아닌 낙담과 우려가 지배했다. 일찍이 이런 전례가 있었던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4년 사이, 미국과 세계는 극심한 분열과 갈등, 사회·경제적 양극화 심화, 노골적인 편가르기와 물신주의로 얼룩졌다.
그로부터 4년 뒤, 재선을 노린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11월3일(이하 현지시각) 치른 대선에서,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고령이자 최다 득표(11월11일 개표 시점 7756만 표, 50.8%) 당선자라는 기록을 세우며 트럼프의 재집권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는 일찌감치 예고한 대로 ‘선거 불복’으로 맞섰다. 개표 종반에 바이든에게 역전패를 당한 우편투표 제도를 연방대법원까지 끌고 갈 태세다. 그렇다고 선거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트럼프 시대’는 이대로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게 될까? 적어도 현재는 그럴 가능성 역시 낮아 보인다. 미국의 전쟁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퇴임사에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겐 남의 말일 뿐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도 그가 남긴 정치적 유산은 앞으로 한동안 미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자신이 순순히 물러날지도 의문이다.
먼저, 트럼프 본인이 2020년 재선에 실패하더라도 2024년 대선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졌지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가 얻은 최소 7235만 표(47.4%) 역시 바이든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많다. 이전까지 최다 득표 기록은 2008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6946만 표였다. 이번 대선에서 승자와 패자 모두 처음으로 7천만 표를 넘기는 신기록을 세운 것은, 투표율(66.8%)이 1900년 선거 이후 120년 만에 최고였던 데서 힘입은 바 크다. 그만큼 이번 대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컸다. 차기 정부의 선택을 놓고 미국 시민들은 생각이 팽팽하게 갈렸고, 그 뜻을 적극 표시했다.
트럼프에 대한 만만치 않은 지지세는 그가 대선 불복을 선언하고 버티는 뒷배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퇴임을 불과 두 달 남겨둔 11월9일에도 최근 눈엣가시였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하는 등 내부 결속과 적극적인 권력 행사를 과시했다. 정권 이양 작업에 협력할 낌새도 전혀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1월10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당선자의 정권인수팀과 협력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제2기 트럼프 행정부로 순조로운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권을 순순히 내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쪽의 강한 반발에도,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더 많은 유권자가 정권 교체를 선택한 사실,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도 바이든이 과반인 매직 넘버(270명)를 훌쩍 넘겨 당선을 확정지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트럼프가 연방대법원 소송으로 마지막 희망을 거는 펜실베이니아주의 개표가 11월11일 현재 99% 진행된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자는 5만3천 표 이상 앞선다. 반면 트럼프가 문제 삼는 ‘투표일 이후 접수된 우편투표’는 1만여 표에 그친다. 모두 무효 처리돼도 선거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국 안팎의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와 언론계의 많은 전문가가 트럼프는 가더라도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의 ‘잔불’은 한동안 꺼지지 않고 남을 것이라 보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지금으로선 공화당에서 트럼프의 후계자, 또는 대안적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 선호도와 지지 여부를 떠나, 트럼프만큼 강력한 이미지와 대중적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 없다.
집권 공화당 안의 트럼프 비판자인 밋 롬니 상원의원조차 11월8일 방송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그(트럼프)는 의심할 바 없이 우리 당에서 가장 강력한 목소리다. 앞으로도 당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롬니 의원은 “트럼프에게 투표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은 그의 신조와 정책이 (공화당에서) 확실하게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그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에 그는 900파운드 고릴라다”라고 했다. 영어에 ‘800파운드(약 363㎏) 고릴라’라는 표현이 있다. “타인의 권리나 법을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할 수 있을 만큼 권력이 강한 개인 또는 집단”을 가리킨다. 롬니 의원은 트럼프에게 100파운드를 더 얹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11월11일 바이든 당선을 인정하는 성명을 내면서 “트럼프가 7천만 명 넘는 미국인의 표를 얻은 건 이례적인 정치적 성취”라며 “트럼프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정부의 모든 영역에서 공화당 선출직 정치인들을 통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공화당 정치인이 트럼프의 대선 불복을 지지하거나,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비난하지 못하는 이유다.
‘트럼피즘’이란 용어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의 독특하고도 자기중심적인 언행과 세계관, 그에 대한 대중적 지지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생겨났다. 정치적 우파 보수주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배타적 민족주의, 반세계주의, 노골적인 친기업 시장주의와 규제 반대, 이민자 수용 반대, 힘의 논리 신봉 등이 특징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미국의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비백인과 외국인 이주자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는 인구 구성비 변화, 그에 따른 미국 주류 백인의 상실감과 분노, 미래에 대한 불안이 두텁게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의 유산 ③ 희생양 찾기미국 사회의 중산층 위기는 최근 몇십 년간 꾸준히 악화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20년 가까이 지속해온 전쟁, 그리고 신자유주의 거품경제가 폭발한 2008년 금융위기는 결정적이었다. 사회의 중추인 중산층이 무너지고 보통 사람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지만, 금융자본가와 권력가 등 상위 극소수 기득권층이 부의 90%를 차지하고 낙수효과조차 사라졌다.
보수 성향 백인 중산층과 쇠락한 전통산업 노동자들은 문제의 원인을 알고 싶었고 누군가 바로잡아주기를 갈망했다. 희생양이 필요했다. 트럼프는 미국 내 ‘좌파 이념’과 이주자, 외국인에게로 화살을 돌리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박탈감과 상대적 소외감 속에 과거 호시절을 그리던 이들이 열렬히 환호했다. 미국 정치권이 갈수록 부유한 소수 엘리트 정치인들 손에 독점되며 서민 삶에서 멀어지는 흐름도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의 득세에 한몫했다. 그들에게 정치적 올바름이나 이상주의적 가치를 강조하는 목소리는 설득력이 없었다. 그럴수록 트럼프 지지와 반대의 목소리는 더욱 뚜렷하게 갈렸다.
미국 하버드대학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정치학)는 2018년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는 밀접하게 얽혀 있다. (…) 정당이 서로를 위협적인 적으로 간주할 때 정치 갈등은 심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 패배는 일상적인 정치 과정이 아니라 재앙이 된다. 그 결과 정치판에서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이 사라진다.” 실제 미국 사회의 양극화는 사회·경제 분야뿐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도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1960년 미 국민을 상대로 “자녀가 상대 정당 지지자와 결혼한다면 기분이 어떨지” 묻는 설문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 4%, 공화당 지지자 5%만 “언짢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세기 뒤인 2010년 같은 설문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자 33%, 공화당 지지자 49%가 “다소 혹은 상당히 불쾌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대선이 있었던 2016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선 공화당 지지자 49%, 민주당 지지자 55%가 상대 정당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미국 바깥에서도 ‘포스트 트럼프’ 시대의 트럼피즘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11월11일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이번 미국 대선은 광범위한 안도감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의 압승과 트럼프의 재앙적 패배를 바랐던 민주당과 리버럴(진보적 자유주의) 성향의 미국인들에겐 몹시 실망스러웠으며, 트럼프 추종자들의 충성심이 트럼프(라는 개인)를 으뜸으로 친 것도 아니었다”고 짚었다. 잡지는 “트럼프 지지자는 독실한 복음주의 기독교인, 보수주의자, 세금 회의론자, 미국 수정헌법 제2조(개인의 총기 소유와 휴대 권리 보장) 신봉자, 그리고 백인 민족주의자였다”며 “자신들의 가치와 사회적 지위가 위험에 처했다는 강력한 확신으로 뭉친 그들에게는 그런 현실이 누가 1위를 차지하느냐보다 항상 더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유산 ⑤ 두 개의 나라앞서 11월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의 절대적 리더십은 미국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세계에도 끔찍한 본보기를 남겼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 시대가 시작된 이래 미국은 지역과 계급으로 나뉘는 두 개의 나라가 됐다”며 “대다수 선진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새로운 글로벌 경제 거점을 형성한 번영하고 진보적인 대도시 지역의 지식노동자와 시골 지역, 쇠락한 산업 도시들의 보수적이고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주민들 사이에 균열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책 <아메리칸 엔드 게임>을 낸 사회학자 김광기 경북대 교수도 미국 사회에서 트럼피즘의 영향력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 중 한 명이다. 김 교수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트럼프는 위기감을 느끼는 미국 백인 중산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 그들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직설적 수사를 거리낌 없이 하고 그런 정책을 강행한 것도 트럼프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치권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돈에 움직이므로 트럼프 개인의 퇴장과 그 이후엔 별로 신경 쓰지 않겠지만, 대중의 상당수는 그런(트럼프 같은 유형의) 정치인을 더 열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월8일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미국의 민주주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피즘은 2016년 대선 당시보다 더 성장했을 뿐 아니라 더 다양하게 분화했다”고 경고했다. 20세기 이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전체주의의 대표적 정치 형태와 이념은 파시즘과 나치즘일 것이다. 일부에선 트럼피즘을 ‘유사 파시즘’ 혹은 ‘네오(신종) 파시즘’으로 보기도 한다. 영국의 현대사 연구자 로버트 팩스턴은 2004년 저서 <파시즘>(원제 ‘파시즘 해부’)에서 파시즘을 이렇게 정의했다.
“공동체의 쇠퇴와 굴욕, 희생에 대한 강박적 두려움, 이를 상쇄하는 일체감·에너지·순수성의 숭배를 두드러진 특징으로 하는 정치적 행동의 한 형태이자, 그 안에서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민족주의 과격파 정당이 전통적 엘리트층과 불편하지만 효과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 윤리적·법적 제약 없이 폭력을 행사해 내부 정화와 외부적 팽창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정치적 행동의 한 형태.”
트럼피즘을 파시즘의 변종으로 보는 것에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군사주의적 팽창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것만 빼고는 이 정의와 대체로 일치한다.
트럼피즘 극복을 위하여트럼프 대통령은 4년 임기 내내 다리를 끊고 장벽을 세웠다. 포스트 트럼프 시대, 바이든 정부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그 장벽을 허물고 다리를 복구하는 일이 될 것이다. 미국인도 이를 원한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한 것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뿐 아니라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극단적 분열과 대립, 퇴행적 행태에 질린 유권자가 민주주의와 시민적 상식 회복을 바랐던 측면이 크다. 2016년 트럼프가 승리한 상당수 경합주 유권자들이 이번엔 바이든에게 표를 준 것은 그 방증이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11월7일 밤 ‘승리 선언’ 연설에서 “지금은 미국에 치유가 필요한 시간”이라며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에 앞서 연설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도 “여러분은 희망과 통합, 품위, 과학 그리고 진실을 선택했다”며 “조(바이든)는 치유자, 단합시키는 사람, 검증받고 성실한 일꾼, 자신이 겪은 상실의 경험을 목적의식으로 바꾸었고, 그럼으로써 우리(미국인)가 목적의식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해준 사람”이라고 바이든을 치켜세웠다.
선언과 다짐은 아름답고 절박하다. 문제는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다. 이번 대선 결과에 크게 실망하고 민주당에 반감을 가진 절반의 미국인들을 어떻게 포용하고 설득할지가 첫 고비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애틀랜틱>은 “바이든의 대통령직 성공은 그의 정부가 트럼피즘을 (미국 사회의) 깊은 고통의 한 증상으로 기꺼이 인정하려는 의지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민주주의가 권력자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믿음을 회복하려면, 정부가 평범한 미국인이 직면하는 도전에 잘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표지이야기-미 바이든 대통령 시대로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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