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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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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의 앞담화

오바마와 후진타오의 가상 대화로 내다본 2011년…

미-일·중-러 안보 동맹 강화로 동북아 긴장 높아지고 재정위기로 유럽 보수화 우려돼
등록 2011-01-06 02:12 수정 2020-05-02 19:26

2011년 세계는 어디로 흘러갈까? 올해도 계속되는 중국의 성장과 미국의 쇠락 속에서, 두 나라의 상호 견제와 협력 정도에 따라 국제정세가 휘청거릴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2’로 부상한 중국을 새해 인사차 1월1일 방문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나누는 가상 대화로 2011년 지구촌 전망을 풀어봤다. 기사내용은 기자의 분석에 근거한 것이며, 후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힌다. _편집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11년 1월19일 정상회담은 한반도 위기 국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이 지난 11월11일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11년 1월19일 정상회담은 한반도 위기 국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이 지난 11월11일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후진타오(이하 후) 하우 아 유?(안녕하십니까?)

버락 오바마(이하 오바마) 워 헌 하오. 셰셰. 니 하오 마?(잘 지냅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워 예헌 하오.(저도 잘 지냅니다.) 허허…. 중국어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혀가 잘 꼬부라지는데, 개인교습이라도 받으십니까?

오바마 하하…. 과찬이십니다. 요즈음 ‘중국’이 대세니, 중국어 회화 몇 마디야 기본이지요. 연초에 다른 일정을 제쳐놓고 베이징을 방문한 것도 이제 ‘G2’의 자리에 오르신 대국 중국을 빼놓고 2011년 세계 정세를 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기야 그렇지요. 한국 정부는 뒤늦게 ‘중국을 알아야 한다’며 대중국 외교 강화 차원에서 외교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에 중국연구센터를 2010년 12월15일 출범시켰다고 하더군요. 허허…. 제가 중국 최고지도자다 보니 조금 바쁜데, 본격적으로 2011년 세계를 한번 논해볼까요?

오바마 오케이! 올해도 대국 중국의 경제성장이 이어지겠지요?

8%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8.9% 성장을 전망했더군요. 올해는 ‘국부에서 민부로, 성장에서 분배로, 세계의 공장에서 첨단산업 강국으로’라는 제12차 5개년 경제발전계획(12·5 계획, 2011∼2015년)의 첫해이니, 중국 미래 청사진의 첫해를 잘 열어야지요.

한겨레21 843호 ‘G2의 앞담화‘

한겨레21 843호 ‘G2의 앞담화‘

미-일 안보조약 50주년, 중-러 군사 훈련

오바마 중국의 2010년 3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전년 동기 대비 103%나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위안화 평가절상을 좀 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위안화가 20% 안팎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어허, 저평가라뇨? 말씀을 삼가세요! 또 지난해처럼 환율전쟁 하자는 겁니까? 미국 경제 문제를 올해도 ‘글로벌 불균형’이니 어쩌고 하면서 중국에 떠넘기려는 생각이세요? 문제는 위안화가 아니라, 달러가 맡고 있는 기축통화 역할입니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프랑스가 국제통화 체제 개혁을 정식 의제로 삼자고 했으니,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제대로 따져봅시다.

오바마 거참, G2답게 글로벌 경제문제를 함께 고민하셔야지…. 사실 제가 2010년 11월 중간선거 때 참패한 게 경제문제 때문 아닙니까?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했으니, 재정지출 등에 제동이 걸리고 건강보험 개혁법안 등 그동안의 성과도 되돌려질지 모를 상황입니다. 이런 제 처지도 배려해주셔야, 중국 인권문제 등에서 답례를 할 것 아닙니까. 그나저나, 한반도 문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북한이 남한 영토에 포격을 가하는 도발 사태를 올해는 후 주석께서 막아주셔야지요. 중국이 그래도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명박 정부도 강경대응 목소리가 너무 높아서 불안불안합니다.

북한 문제는 저도 고민입니다. 김정은 후계 체제 안착과 연계돼, 저희도 설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희가 제안한 대로 6자회담에서 함께 북한 문제를 풀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2월29일 “북한의 핵 폐기를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말했으니, 대화의 물꼬가 트일 듯도 합니다. 제가 국빈 초청을 받은 1월19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찾아봅시다.

오바마 북한은 연평도 도발로 정전협정 체제의 불안정성을 제기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듯한데, 북한이 핵개발을 먼저 포기해야지요. 말로만 말고 실천으로 보여줘야, 북-미 대화 등 그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중국이 북한만 너무 감싸고 돌지 않기를 부탁합니다.

지난해와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시진핑 부주석한테는 그런 말씀 안 통할 겁니다. 시진핑 부주석이 올해 3월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등을 통해 제 임기가 끝나는 2012년 이후 중국을 이끌 차기 지도자의 지위를 공식화할 겁니다. 아시는 대로, 시진핑 부주석은 지난해 10월 17기 5중전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출돼 차기 지도자로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오바마 시진핑 부주석이 부럽군요. 저는 중간선거 참패 뒤 벌써부터 재선이 어렵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지경인데….

미국이 어떻게 하는지 봐서 저도 위안화 소폭 절상이라도 가능한지 검토해볼 테니, 서방도 류샤오보 같은 인물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면서 중국을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그러고 보니 올해는 미-일 안보조약 개정 50주년 아닙니까?

오바마 빙고.(맞습니다.) 50주년을 기념해서 ‘신 미-일 안보 공동선언’을 발표할 것 같습니다. 일본이 지난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로 중국에 호되게 당한 뒤 요청을 해와, 오키나와 등 일본열도 주변에서 공동해상방위훈련을 강화할까 합니다.

한겨레21 843호 ‘G2의 앞담화‘

한겨레21 843호 ‘G2의 앞담화‘

일본의 저성장, 급부상하는 인도

그렇다면 저희도 가만있지는 않을 겁니다. 올해 중-러 국경지대인 블라디보스토크 아래 동해 해역 상단에서 육·해·공 3군 정예부대가 참가한 가운데 5년 만에 최대 규모로 중-러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한-미·미-일 연합훈련을 많이 하셨으니 딴소리는 마십시오.

오바마 센카쿠 분쟁은 물론 시사군도, 난사군도 등을 놓고 중국이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으니 ‘신 중국위협론’이 퍼지고, 저희한테 지원 요청이 많습니다. 2010년 10월에 우리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공식 참여하기로 결정된 만큼 동북아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볼까 합니다.

그러니까 ‘역외 균형자’ 역할을 제대로 한번 해보시겠다, 동북아에서 중국과 한판 붙어보시겠다, 이 말씀입니까?

오바마 지난해도 그렇게 견제를 하시고는, 위안화 절상도 그렇고 고집만 피우시니…. 솔직하게 말해서 중-일 관계가 늘 불안합니다. 일본 정치가 안정돼야 저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놓일 텐데…. 간 나오토 총리가 얼마 전 해외 방문 일정을 전면 연기하고 국내 정치에 몰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지요. 2010년 6월 출범한 간 나오토 내각이 7월 참의원 선거에 참패한 뒤 지지율이 20%를 갓 넘고 있으니, 올해 또 총리가 바뀌지 않을까 모르겠어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1년 일본의 실질성장률을 1.7%로 하향 조정한다고 하더군요.

오바마 아시아에서 미-일 동맹만 강조해왔는데, 인도에 관심을 더 가져야겠어요. 고도성장을 거듭하면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경제 4개국)라는 이름에 걸맞은 경제대국으로 떠오르고 있잖습니까? 중국은 급부상하는 인도를 견제하려고 인도 주변국에 항만 건설을 진행해 인도를 이른바 ‘진주 목걸이’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던데, 자원 수송 등의 전략적 요충지인 인도양에 진출하기 위해서지요?

허허…. 오바마 대통령도 2010년 11월 인도를 방문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는 등 관계를 강화하지 않았습니까?

오바마 그거야…. 브릭스 얘기를 하시니, 사실 러시아도 올해 말까지는 1990년대 초부터 추진해왔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이룰 것 같습니다. 2011년 12월 국가두마(하원) 선거가 치러지지요. 201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의 대결도 볼 만하겠습니다.

오바마 참,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의 4월 결혼식에는 초청받으셨어요? 평민 출신 며느리라고 한바탕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를 듯합니다.

재정위기 유럽, 불안한 중동과 아프리카

재정난 탓에 교육지원금을 줄이려고 대학 등록금 상한선을 3배 인상한 영국인데, ‘왕실이 결혼식에 세금을 낭비한다’고 난리들 치겠군요. 중국의 넘쳐나는 외환보유고를 좀 빌려줘야 하나, 허허….

오바마 그래도 영국은 낫습니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안해요. 2010년 11월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았고, 올해 스페인이나 포르투갈까지 구제금융을 받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경제난에 유로화와 유럽 통합에 대한 회의론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에스토니아·폴란드·덴마크·아일랜드 등이 총선을 치러서 긴축재정과 이슬람계에 대한 반이민 정책 등을 놓고 논란이 뜨거울 것입니다. 올해는 덴마크와 이탈리아, 네덜란드에서 부르카 금지 논란도 불붙을 듯합니다.

이슬람 얘기를 하시니, 중동 문제가 떠오르네요. 오는 7월에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시작하겠군요?

오바마 제가 2009년 말 아프간에 3만 명의 병력을 증파하면서 그렇게 말했지요. 아시는 대로 미국 최장의 전쟁이 돼버렸는데, 2014년까지 철군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2011년 12월까지는 이라크에서도 8년 만에 완전히 미군을 철군할 예정입니다. 어떻게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타결해보려는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정부가 워낙 강경해서 타협이 쉽지 않을 듯합니다. 예멘이 테러리즘 기지화하는 것도 고민입니다.

예멘 코앞의 아프리카도 심상찮아요. 코트디부아르는 로랑 그바그보 현 대통령이 201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물러나지 않는 바람에 약 2만 명의 국민이 유혈충돌을 우려해 이웃 나라로 탈출하지 않았습니까? 걱정이에요.

오바마 수단도 1월9일 남부 지역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됩니다. 다르푸르 등에서 오랜 내전으로 100만 명 넘게 숨진 일도 있어서, 남북 갈등이 내전으로 번지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이제 중국도 이런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에 서구 사회와 한목소리를 내주셔야 합니다.

으흠…, 저희가 빠뜨린 데가 없나요? 아, 브라질은 지우마 바나 호세프 대통령이 오늘 취임하지 않았습니까?

오바마 딴소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8년 만에 퇴임했지요. 호세프 새 대통령이 ‘성장과 분배’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룰라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한다고 했으니 큰 변화는 없겠지요. 올해 중남미는 중남미 통합이 활기를 띠게 될 것입니다. 7월에 ‘중남미·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1차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010년 의회선거에서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지난해처럼 마음대로 하지는 못할 겁니다. 4월 페루 대선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 10월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재선되면 화제가 되겠네요.

예상 밖의 세계

2011년이 다 예상대로 갈지는 모르겠네요. 되돌아보면, 2010년도 꼭 계획대로 가지는 않은 듯합니다. 국제 10대 뉴스로 뽑힌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 폭로, 멕시코만 대규모 원유 유출, 아이티 강진과 파키스탄 대홍수, 중-일 간 센카쿠열도 충돌 등을 누가 예상이나 했습니까?

오바마 그렇지요. 사실 G2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지요. 이미 예정된 것만 해도 중국과 얼굴 붉힐 일이 많을 듯한데…. 아직 위키리크스가 공개하지 않은 외교전문이 수두룩하게 남았다는데, 아이고 골치야. 아무튼, 아이 러브 차이나. 많은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허허….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지요. 협조 요청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한테나 하세요. 그럼, 짜이젠.(또 뵙겠습니다.)

오바마 짜이젠.



참고 문헌
외교안보연구원 ‘2011 국제정세 전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2010년도 연례 정세전망 보고서’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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